
2002년, 청바지 브랜드 잠뱅이의 메인 모델로 등장한 12살 소녀가 있었다.
동양과 서양의 분위기를 동시에 가진 듯한 얼굴, 또래보다 또렷하고 깊은 눈매. 사진 한 장만 봐도 “이 친구 누구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김윤혜. 그때만 해도 사람들은 '올리비아 핫세 같다'며 놀라워했고, 함께 모델로 활동하던 성유리보다 더 눈에 들어온다는 말도 나왔다.

그 시절 김윤혜는 혼혈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을 만큼 이국적인 분위기로 주목을 받았다.
사진 속에는 디올풍의 어설프게 꾸민 듯한 스커트부터 해골 목걸이에 스트라이프 티셔츠까지, 다양한 콘셉트도 소화해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지나면서 얼굴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턱이 유난히 자라는 시기를 지나면서, 예전과는 다른 인상이 되었다.
드라마 ‘최강 울 엄마’에 출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변화를 눈치챘고 예상치 못한 반응이 쏟아졌다. ‘역변’이라는 말이 붙었고, 그 시선을 견디는 건 쉽지 않았다.

결국 김윤혜는 두 해 가까이 활동을 멈췄다. 사람들 눈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점점 낯설어졌고, 배우로 계속 가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오랜 고민 끝에 양악수술을 결심했고, 21살이 되던 해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그 선택에 대해 김윤혜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예전에는 악플을 보고 밤새 속상해했지만, 지금은 “세상엔 여러 생각이 있는 거지”라고 넘기게 됐다고. 마음이 단단해졌다기보다는, 마음을 쓰는 방식이 달라진 거였다.

요즘 김윤혜는 드라마 ‘정년이’, ‘나의 완벽한 비서’ 등에서 다시 얼굴을 비추고 있다.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은 채, 편안한 옷차림과 수수한 분위기로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더 눈길을 끈다.

한때, 너무 빨리 어른이 돼버렸던 아이. 지금은 조금 천천히, 자기 속도로 걷고 있다. 그 모습이 꽤 괜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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