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맛” 규제 사각지대 전자담배…전문가 “청소년 흡연 조장”

변선진 2023. 5. 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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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업체가 만드는 전자담배는 다 맛있더라고요."

'전자담배 사용후기'라며 한 포털 블로그에 올라온 내용이다.

전자담배를 광고하면서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첨언한 전자담배 업체도 있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이 청소년과 청년 2만5722명을 대상으로 메타분석한 결과 이들 중 전자담배 광고에 노출된 사람들이 전자담배 사용자가 될 확률은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의 1.53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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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관련 법안 통과돼야”
2022년 8월 22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경복궁역 내 서울메트로미술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금연광고 기록전에서 20여년간 진행된 금연광고 등 기록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이번 기록전은 2001년 시작된 초기 금연 광고 모습부터 시대별 주요 금연 광고와 표어, 전자담배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최근 광고까지 금연 광고의 역사를 보여주며 금연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마련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 업체가 만드는 전자담배는 다 맛있더라고요.”

‘전자담배 사용후기’라며 한 포털 블로그에 올라온 내용이다. 작성자 A씨는 전자담배 업체가 만든 네 종류의 액상 제품을 소개하면서 “상큼하다” “시원하다” “달콤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말미에 “업체로부터 소정의 수수료를 받아 작성됐다”고 했다. 일종의 전자담배 업체의 온라인 마케팅인 셈이다. 전자담배를 광고하면서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첨언한 전자담배 업체도 있었다.

9일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담배는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만 광고·마케팅할 수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전자담배를 광고·마케팅을 하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의 담배 입문시기를 앞당기고 흡연율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이 청소년과 청년 2만5722명을 대상으로 메타분석한 결과 이들 중 전자담배 광고에 노출된 사람들이 전자담배 사용자가 될 확률은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의 1.53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가 광고·마케팅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이유는 담배의 법적 정의가 좁기 때문이다. 담배는 연초의 잎·줄기·뿌리 등을 원료로 흡입하거나 씹을 수 있게 제조한 것을 말한다. 전자담배는 크게 담뱃잎이 들어간 전용 스틱을 꽂아 사용하는 궐련형 전자담배와 합성 니코틴 등을 이용한 액상형 전자담배로 나뉜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배에 포함되지만 액상형 전자담배는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일종의 규제 사각지대가 있는 탓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전자담배 편’이라는 첫 금연 광고를 공개했다가 전자담배협회와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동일선상에서 취급될 수 없다”고 전자담배협회가 주장하면서다. 당시 복지부는 “전자담배는 덜 해롭다는 흡연자 자기합리화로 더 많이, 더 자주 흡연하는 모순적 행동을 보인다” “괜찮은 담배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전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은 “전자담배 회사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포름알데하이드 등의 여러 가지 발암물질이 있는 전자담배는 역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광고·마케팅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자담배에 대한 광고·판촉을 포함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입증하는 작업이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이 법안이 통과돼야 전자담배와 관련한 정책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법안은 담배 사업자가 타르·니코틴 이외 담배에 함유된 모든 유해성분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 정의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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