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동안 캠핑을 쉬었던 이유(재활기)

근황으로 간간히 이야기는 했었는데

 

작년 6월에 크게 다쳤었습니다

 

태어나서 한번도 뼈 다쳐본 적이 없었는데

골절이 처음인 초보라서 ㅎㅎㅎ

 

비오는날 자전거 타다가 도로에서 인도쪽으로 앞바퀴를

올리는데 경계석에서 미끌어지면서 넘어졌습니다

 

다행히 하이바를 쓰고 있어서 머리는 안다쳤는데

하이바가 크게 긁혔더라구요

 

안썼으면 이렇게 캠포에 와서 글을 쓸 수 없었겠죠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귀도 조금 찢어졌었나봐요

 

속도는 20킬로 전후로 크게 빠르지는 않았는데

넘어지면서 지면에 먼저 닿는 부분이 안좋은듯 합니다

왼쪽 무릎, 왼쪽 골반, 왼쪽 옆구리, 왼쪽 머리까지...

다행히(?) 자전거는 털끝 하나 안다쳤습니다

불행중 다행일까요? 제 온몸을 바쳐 자전거를 보호했던것 같습니다 ^^

 

다치면 누구나 다 거쳐가는 일이겠지만,

뭐 평생 이런일 없이 살아가면 좋겠지만

조금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기록을 남겨 봅니다

 

일단 자전거 낙차 사고후 평소처럼 일어서려다가 

다리가 푹 꺾이면 주저 앉았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상태가 안좋은것 같습니다

일단, 충격으로 잠깐 멍해 있었는데

그 사이에 길을 지나시던 행인 분들이 부축해주고

자전거를 제 옆으로 옮겨주십니다

 

그때 차 세우고 내려서 도와주셨던 청년분 정말 고맙습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요 ㅠ ㅠ

 

어느정도 충격이 가시고 숨찬게 멎은 다음엔

도와주신분들께 감사하다 하고 핸드폰으로 119에 전화를 겁니다

오래 살던 동네라 어렵지 않게 신고를 마치고 기다리며

동생에게 전화를 겁니다

 

이거 아시죠? 막상 다치고 나면 와이프한테

연락하는게 제일 겁나고 미안한 일이란걸 ㅠ ㅠ

 

동생에게 자전거 어디어디에 있으니 챙겨오고

병원 응급실로 오라고 부탁합니다

 

응급실에 대기한지 1~2시간 사이에 피도 뽑고

사진도 찍고 합니다

 

무릎이 골절이라고 하네요

 

햐! 역시나 예상한대로네요

속으로 한두달 불편하겠다 생각합니다

마침 몇일전에 국립공원 설악동 카라반 여름 성수기 추첨제에

당첨된터라 두달이면 다 나아서 설악동 갈 수 있겠지 안일한 희망을 가졌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응급실 당직의가 실실 웃으면서 설명을 해줍니다

웃는건 제 주관이긴 한데 대학병원 응급실 특성상 피로에 쩔어있는

당직의는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한다고 한건데

인상이 웃는 상이신지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거 얼마나 걸릴까요? 완치하는데?"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최소한 6개월 봅니다! ^^"

 

윽! 그순간 진짜 제가 바보 같은게

회사 출근 못할 걱정도 아니고 여름 휴가 힘들게 당첨 된건데 날리는건가라는 생각이... 어이없죠 ^^

왼쪽 무릎을 지지해주는 아랫쪽 관절뼈

경골이라고 하나요? 그 뼈가 무너졌답니다

마침 금요일이라 월요일로 수술 날짜가 잡힙니다

3일간 진통제로 버텨야겠네요

 

 

 

 

혼자 거동은 불가하답니다

수술전 뼈가 고정되기 전에는 움직이면 안된다네요

코로나로 가족도 병실에는 못들어 온다 하여

병실별로 종합간병인제로 돌아간다고 하네요

침대에 누워있으면 여사님들이 오줌통도 갈아주시고

물도 주시고 합니다 ㅠ ㅠ

 

 

 

 

대학병원이어선지 음식은 정말 잘 나옵니다

아침, 점심, 저녁 메뉴를 전날에 미리 선택이 가능해서 원하는대로 식사가 가능합니다

이날은 샌드위치에 소세지구이, 크림스프와 샐러드

 

 

 

이날은 크림오믈랫에 샐러드와 김치

 

 

 

 

 

이날은 평범한 한식 메뉴입니다

사진으로 봐도 진짜 먹음직 스럽네요

 

하지만, 실상은 진짜 맛이 없습니다

맛있다 맛없다 그런 개념이 아니라

맛이 사라졌습니다

김치랑 오징어랑 맨밥이랑 식감만 다를뿐

눈감고 먹으면 이게 뭔지 분간 못합니다 ㅠ ㅠ

 

 

 

 

 

수술 전날에 수술부위 근처 털이란 털은 모두 면도해 줍니다

전날 밤부터 식사 금지입니다

자정부터는 물도 마시면 안됩니다

평소에 지병이 있어서 약을 시간맞춰 꼭 먹어야 한다면

딱 한모금의 물만으로 다 삼켜야 합니다

 

영화에서 보던

하나, 둘, 셋, 넷..... 하면서 마취되는걸 상상했는데

그런거 없습니다

 

뭔가 산소 마스크 같은거 씌워주면서

"크게 숨 들이마시세요"

"후욱!"

"아!!????"

천둥치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쿠와와와하는 공기 소리도 들리고...

뭔가 밝은게 눈앞에 흐릿하게 보이며

엄청난 고통이 몸을 휘감습니다

"환자분 일어나세요! 여기 어딘지 아세요?"

"너무 아파요오오오오오!!!!"

"네! 진통제 놔드릴께요"

 

네 수술이 끝난겁니다

이미 제가 기절한 사이 몇시간이 흘러있고

회복실에서 정신이 들자 병실로 옮겨주더라고요 ㅠ ㅠ

 

진짜 이제 수술이다!

훅!

뭐지?

끝났네?

 

이런 느낌입니다

 

 

 

 

 

수술은한 부위는 붕대로 칭칭 감아두고, 옛날 처럼

깁스는 안하고 저렇게 고정해두더라구요

수술로 짼 부위 소독을 위해서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은......

 

 

 

 

 

항생제 같은건 시간 맞춰 놔주고,

저렇게 식염수백에 플라스틱 통 하나 붙여놨더라구요

 

 

 

 

나라가 나에게 허락한 유일한 마약!

펜타닐 입니다

이거 추적 60분인가, 스트레이트인가 보니까 엄청 무서운거라던데...... ㄷㄷㄷㄷ

 

 

 

 

 

저 통에 든게 전부 그 약은 아니고 거의 몇백이라던가 몇천이라던가로 묽게 희석한 용액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나마도 한번에 많이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저 단추를 눌러야 약이 들어갑니다

그나마도 15분에 1번만 들어갑니다

 

첫날은 너무 아파서 연타 해도 그 순간만 시원해지는듯하다가

몇분만 지나도 너무 아프고 해서

진짜 몇분 단위로 쪽잠을 잔것 같습니다 ㅠ ㅠ

 

 

 

 

 

 

이건 진짜 수술한 대학병원 퇴원하고

입원한 동네 정형외과에서 처음 본 사진입니다

아시다시피 대학병원은 입원, 수술, 약간 회복하면 바로 내보냅니다

환자 회전율 높여야 수익이 높아지니까요

나머지는 동네 입원실 있는 병의원에서 요양해야 합니다

경골 윗부분이 깨지고 주저 앉았네요

 

 

 

 

견인기로 들어올리고, 골반죽으로 매꾸고,

망치로 때려서 자리잡고, 고정시킨 다음에

촘촘하게 못들을 박았더라구요

 

 

 

 

 

지금은 3개월에 한번씩 병원에 가서 진료 받는데

담당 교수가 제 다리 사진을 볼때마다 굉장히 흡족한 표정으로

입가에 미소를 짓습니다

 

요전번에는 제가 연골 맞닿는 부위가 조금 지저분하지 않냐고 하니까

교수가 "이거 제 자랑 같아서 말 잘 안하는데, 이런 수술 하는 의사들 중에서

제 실력이 최고 입니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 아직 못봤습니다! 수술 아주 잘됐습니다"

라고 말하는데 풉! 터질뻔한거 참았습니다

뭔가 환자를 안심 시키는 멘트더라구요 ㅋㅋㅋㅋ

 

그리고, 서로 만담(?)을 나누는데...

 

"이거 걸으면 안되요"

"그럼 운동을 하면 안되나요?"

"아뇨 계단 같은걸 많이 올라가세요

그리고 자전거 같은걸 많이 타세요"

"교수님! 저 자전거 타다가 다쳤는데요! ㅠ ㅠ"

움찔! 살짝 침묵후 "실내 자전거요! 그걸 타시라고 말한거예요!"

 

아무튼, 계속 치료중입니다

 

 

 

 

 

 

일반병원으로 전원한 후 진짜 좋았던게

그 맛이 소멸된 음식을 안먹어도 된다는거고,

집에서 가져온 일반 반찬도 먹을 수 있다는 겁니다

거기에다 노트북도 가져와서 볼 수 있는,

그동안 못봤던 드라마, 영화들 원없이 봤습니다 ^^

 

 

 

 

 

거기에 매일 오전, 오후 2번씩 물리치료실 내려가서 열심히 운동!

 

 

 

 

 

 

점점 병실은 제 개인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는데~

역시나 캠핑 용품들이 한몫 하네요 ^^

트라이포드 팬은 정말 지난 여름을 시원하게 해줬습니다

나중엔 앉아서 보는것도 힘들(귀찮)어서 태블릿 거치대까지 설치해

누워서...... ㅋㅋㅋㅋㅋ

 

 

 

 

 

저 다쳤을때 물심양면으로 고생했던 동생이 준 선물 디아블로4!!

 

역시 게임은 패드로 해야 제맛!

 

 

 

 

 

어느덧 한달 반의 꿈같은 시간이 지나고, 아쉽지만 집으로 복귀합니다

 

 

 

 

 

천만 다행으로 운전은 할 수 있게 신께서 오른쪽 무릎은 남겨두셨습니다

 

 

 

 

 

한동안 저의 반려가 되어줬던 나의 목발!!

 

이때까지 취소 안하고 버텼던 설악동 카라반

이거 운전 가능하고, 텐트 안쳐도 되니까 그냥 다녀오면 안되냐고 와이프한테 물어봤다가

장모님한테까지 욕먹고 아예 철딱서니 없는 늙은이 취급 받습니다 ㅠ ㅠ

 

그래도 올해는 꿈에 그리던 설악동 리뉴얼 캠핑카 전용영지

8월 초에 당첨되어 요즘 콧노래 부르며 다닙니다

 

1년만에 꿈에 그리던 설악동 가게 되어서

잠깐 지난 1년 회상해 봤습니다

 

여러분

비오는 날에는 자전거 타지 마세요

자전거를 타더라도 하이바나 무릎보호대는 꼭 하세요

 

덕분에 지금은 잘 다니고 있습니다

의료파업으로 핀은 원래 이번달에 뽑기로 했는데

내년으로 연기되었습니다

 

주영이는 지난주에야 처음으로 보조바퀴를 떼고

타게 되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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