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 누구" MB도 놀랐다…정치인 빙의하는 '인간 복사기'
최근 각종 정치 시사 프로그램에 '인간 복사기'로 주목받는 청년이 있다. '빙의'에 가까운 성대모사로 정치인을 풍자하는 크리에이터 이상민(30)씨의 얘기다.
그의 성대모사가 인기를 얻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목소리를 따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인이 어떤 상황에서 할 법한 대사를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명민함을 갖췄다.
풍자 대상도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TV에 나오는 정치인이 모두 ‘요리 재료’다.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그의 성대모사에 웃음을 터뜨린다.
그에게 정치인 성대모사 풍자는 웃음을 주는 일이란다. "진영에 갇힌 시각들보다 오로지 웃음을 주기 위해서 한다"는 말에서 '타고난 관종'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는 그러나 자신을 "후천적 관종"이라고 불렀다. 이런 그도 한때 학교폭력의 피해로 마음 속 동굴에 갇혔던 때가 있다.
성대모사를 시작한 계기도 학폭이라고 했다.
"학폭의 굴레, 성대모사로 벗어나…'난 필요한 사람' 깨닫게 됐다"
학폭을 경험한 건 중학교 때다. 같은 반 '잘 노는 학생'의 급식 판을 실수로 쳤는데 옷에 양념이 튀었다는 이유로 집단 구타를 당한 게 시작이었다. 당시 부모님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가해자는 전학 갔지만, 그는 졸업 전까지 남은 무리로부터 티 나지 않은 폭력에 시달렸다.
명랑했던 그의 성격도 변했다. 일부러 중학교와 거리가 떨어진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여전히 조용한 학생으로 지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학교 교사들을 따라 한 게 입소문이 났고, 그를 찾는 사람이 하나둘 생겼다.
이씨는 그때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며 "(성대모사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을수록 자존감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 웃기고 싶단 생각에 정치인 성대모사…첫 시작은 MB"
이를 계기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한다. 친구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서 묘한 만족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 특기를 살려 더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그런 찰나 정치인이 눈에 띄었다.
"공인을 따라 하면 좀 더 많은 사람을 웃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끝에 정치인이 떠올랐어요. 마침 부모님과 함께 TV를 보던 중에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게 됐고, '저분 목소리가 참 독특하다'는 생각에 하나둘 따라 하게 됐죠."
정치인 성대모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시사 풍자 스탠드업 코미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람들이 성대모사에서 웃는 지점이 어디인지 고민하다 보니 단순히 따라 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정치에 '1'도 관심이 없었던 그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를 챙겨보게 됐다. 정치인들의 연설이나 방송 인터뷰도 그에게는 좋은 교재란다.
"이제 정치인들이 제 친구들 같다"는 이씨의 말처럼 인터뷰 내내 그의 입에선 유명 정치인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뭐뭐 함미다' '개혁을 해야 함미다' 등 '니다'를 '미다'로 말해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발성이 독특한데 목소리를 빼고 끝에 여운을 많이 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입을 좀 앙다물고 말하는 습관이 있어요. 이재명 대표는 약간 깐깐하게, 말이 좀 빠르게 나가는 게 있고요."
"정치인들 긍정적 반응 많아…MB '나 따라 하는 게 누구냐' 묻기도"
항의를 받은 적은 없냐고 물었다. 이씨는 연락이 온 정치인 대부분이 "잘 보고 있다", "응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얼마 전엔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이 흥미롭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이씨와 같은 방송에 출연한 이 고문에게 '저 TV에서 나 따라 하는 게 누구냐'며 궁금해했다. "이 고문의 결론은 '당신 잘해봐라, 응원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제가 '그러면 조만간 (이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논현동에서 뵙겠다'고 했죠."
이씨는 "정치인들이 저를 알아봐 주고 기분 나빠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 자체도 풍자"라며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민중의 희희낙락하는 소리를 엄중한 각도로 지켜볼 때, 같이 웃는 상황에서 혼자만 못 웃는 상황이 됐을 때 그것조차도 희화화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그런 용도로 많이 쓰임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라는 사람이 많이 알려지는 게 제 소원입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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