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독서하는 내 자신에 놀랐다"…한강에 열광하는 중국인들[中돋보기]

김진선 2024. 10. 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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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언론, 한강 작품세계에 주목
중국 SNS에서도 한강 작품 토론 열기 뜨거워
책에 사인하는 소설가 한강. 사진=연합뉴스

아시아 여성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에 중국도 열광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한 작가의 수상 소식과 더불어 작품에 대한 분석을 다뤘다. 한강의 책을 읽은 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과 작품에 대한 감상평을 남기며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 언론 보도 및 분석 쏟아져
중국어로 번역된 한강의 책들. 사진=바이두.

중국 매체 대중망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작품들에 대해 "민감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 남몰래 상처 입은 사람, 자신과 세상 사이에 칼날이 서 있는 사람들을 위해 쓰인 소설"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삶의 슬픔과 트라우마를 근원적인 차원에서 되돌아보는 작가"라며 "그의 펜과 잉크는 상처를 덮고 탐구하는 힘으로 가득 차 있다"고 썼다.

위동윈 산둥사범대학교 인문학 교수는 대중망 인터뷰를 통해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아시아 문학의 인기와 영향력을 더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작가에 대해서는 "서사가 탄탄하고 현실적 통찰력이 깊으며 휴머니즘을 잘 살린다"라며 "독자들에게 다양하고 묵직하면서 시적인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고 평했다.

위 교수는 한 작가뿐 아니라 더불어 조남주, 김애란, 최은영, 공지영 등 한국의 작가들을 언급하면서 "작가들이 쓴 여성 문제에 대한 문학적 논의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문학에도 반향을 일으켰다"고 했다. 중국 독자들 역시 한국 문학을 통해, 동아시아라는 큰 틀 안에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한국 여성 작가의 소설은 문학적 가치와 더불어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사유의 공간을 제공한다"면서 "중국 문학계가 한국 여성 작가들에게 주목하는 이유"라고 했다.

중국 계면신문은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와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번역한 루홍진 번역가를 인터뷰해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봤다.

루 번역가는 "한강의 작품을 번역할 때나 읽을 때, 늘 마음이 무겁고 마음이 편하지 않다"면서 "한강이 쓴 모든 작품을 읽었지만, 심오한 뜻과 의미는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재와 내용에 비해 문체는 조용하고 잔잔하지만, 한강은 소설 속 인물들에게 친절함과 용기, 용서할 수 있는 힘을 준다"며 "독자들에게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했다. 루 번역가는 한 작가가 광주 출신임을 언급하면서 "작가가 소재를 선택한 게 아니라 소재가 작가를 선택한다고 믿게 한다"라며 "가슴 아픈 한국의 역사는 여전히 현실에서도 진행되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독서율 59.8%...SNS에 올라온 중국인들의 관심
중국 SNS 웨이보에 올라온 한강에 대한 이야기. 사진=웨이보 캡처

중국 SNS 웨이보에는 한 작가 작품에 대한 다양한 글들이 올라와 있다. 한 작가에 대한 소개, 작품 감상평부터 중국어 버전과 대만 버전 번역 내용에 대한 토론까지 펼쳐졌다. 한 누리꾼은 "'채식주의자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작년에 읽은 소설 중 가장 감동적이었던 소설"이라며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과 공통된 주제가 보인다고 평했다. 그는 "'변신'은 산업사회에서 소외된 인물의 이야기, '채식주의자'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자신을 고립시킨 여성의 이야기"라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한강 작품을 출근길에 읽고 있는데 화가 나면서도 공감이 되면서 눈물이 난다"며 "출근길 독서를 하는 나 자신에게 놀랐다. 출근길 고통을 잊게 해줄 정도로 재밌다"고 했다.

한 작가의 작품 중 '채식주의자'는 중국의 도서·영화·드라마 등의 평점 플랫폼인 더우반에서 매년 공개하는 '베스트셀러'에서 2021년 1위에 올랐을 정도로 인기작이다. 평점은 10점 만점에 8점이고, 18일 기준 리뷰만 5만8275개에 달한다. 비리비리(중국판 유튜브)에는 한 작가나 작품에 대해 설명한 이들의 영상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영상 중 최다 조회 수는 18일 기준 43만1000건이다.

한편 지난 4월 발표된 중국의 '제21차 전국 독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중국인들의 독서율은 59.8%다. 중국 성인의 연간 종이책 독서량 평균은 4.75권이다. 2022년 4.78권에 비해 조금 감소했다. 반면 하루 평균 1인당 종이책 읽는 시간은 23.38분이다. 2022년 23.13분보다 늘어났다. 전자책 독서량은 성인 1인 평균 3.4권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를 할 때 전자책이나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비중은 2023년 80.3%로 2022년 80.1%보다 조금 높아졌다. 보고서는 "중국인의 12.3%는 매년 평균 10권 이상의 종이책을, 9.9%는 매년 평균 10권 이상의 전자책을 읽는다"고 밝혔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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