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수완박, 다수당 만능키"..국회 측 "청구자격 없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접 등판한 가운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공개변론이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한 장관이 국회를 상대로 검사 6명과 함께 낸 권한쟁의 심판 사건의 청구인 자격으로 변론에 나선 것이다. 국회 측은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박경미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피청구인 자격으로 출석했고, 더불어민주당 박범계·김남국 의원도 참석했다. 대리인단으로는 장주영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등이 나왔다.
한동훈 “범죄수사 회피용 잘못된 입법…허용하면 다수당 만능키될 것”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수완박 법' 입법이 '뉴노멀'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입법 절차와 내용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반면 국회 측 장주영 변호사(법무법인 상록)는 "다수결원칙과 국회법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심사하고 의결된 법률"이라고 반박했다.
한 장관은 모두 진술에서 '검수완박 법'에 대해 "정권 교체를 앞두고 일부 정치인들이 범죄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잘못된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정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을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안건조정 절차를 무력화한 점, ▶본회의에서는 '회기 쪼개기'를 통해 무제한 토론 절차를 막은 점, ▶원안과 다른 수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점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헌재의 답은 '이래도 된다'거나 '이러면 안 된다'거나 둘 중 하나"라며 "이래도 된다고 허락할 경우에는 앞으로 누가 다수당이 되든간에 이런 방식의 비정상적 입법이 다수당의 만능 치트키처럼 쓰일 것이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뉴노멀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과 함께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검사 6명 중 한 명인 김석우 서울고검 검사도 "소수자 보호 없는 다수결 원칙은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라며 "입법 과정에서 소수 의견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무력화됐다"고 비판했다.
국회 측 “‘위장 탈당’은 국회의원 자유 의사 따른 것…유권자의 선택”
반면 국회 측은 줄곧 의결 절차가 정당했다고 반박했다.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에는 국민의힘 의견이 반영됐고, 타협을 거친 수정안이 최종 의결됐다는 것이다.
이른바 '위장 탈당' 논란에 대해서도 '자유위임 원칙'을 들어 선을 그었다. 국회 측 대리인으로 나선 노희범 변호사는 "국회의원은 정치적 판단을 스스로 결정하고 의정활동을 하고, 선거를 통해 유권자로부터 비판과 선택을 받도록 되어 있다"고 했다. 회기 역시 적법한 의결을 통해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노 변호사는 당시 입법 과정에 대해 "정치세력이 대립하는 등 심사 의결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고 평하면서도 "법안의 심사와 제의, 양당의 합의를 거치는 동안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국회 “보완수사 요구 등 보장” v. 한동훈 “애초 검찰 수사 ‘증발’ 목적”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배제한 조항 역시 도마에 올랐다. 한 장관은 고발인이 경찰의 불송치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을 언급하며 "고발을 통해서나마 비로소 범죄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장애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보호를 한층 더 어렵게 만들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회 측은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은 없지만, 고발인이 검찰에 재수사를 경찰에 요청해달라고 촉구하는 방안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강 변호사는 "이미 검사가 하는 수사는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불송치 사건을 검사가 일일이 확인해 적절한 지휘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측은 고발인 이의신청권을 배제한 본질적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묻는 재판관들의 질문에 "여야 합의문 내용을 법조문화하면서 빠진 것"이라면서 "국회 내에서 고발 남발하는 사람들, 고발 전문단체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 제한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국회 측은 또 "검사의 시정조치 요구나 재수사 요구, 보완수사 요구가 여전히 보장되기 때문에 검사의 수사권이나 소추권이 이 법으로 인해 제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자격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에 한 장관은 "검사의 수사, 소추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어렵도록 제한한 법"이라며 "애초에 검찰 수사 '증발'을 위해 입법이 추진됐다"고 강조했다. 입법을 주도한 ‘처럼회’소속 황운하 의원이 지난 4월 초 동료 의원들에 법안 처리를 호소하는 편지에서 “검찰수사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한다”고 설명한 대목을 인용한 것이다.
또 "검사가 경찰의 부실수사나 위법수사가 의심되더라도 수사권을 발동하는 데에 제약이 생긴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조직폭력이나 마약, 보이스피싱 범죄 등의 적발률이 최근 떨어졌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장주영 “한동훈 청구 자격없어” v. 강일원 “장관 수사지휘권도 침해”
이날 한동훈 장관 단독 등판을 의식한 듯 국회 측 장주영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은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도 폈다. 법무부 장관에게는 수사권이나 소추권이 없기 때문에 이 법률로 인해 법무부장관의 권한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법무부를 대리한 강일원 변호사(전 헌법재판관·법무법인 케이원챔버)는 문재인 정부에서 발동한 수사지휘권을 들어 반박했다. "법률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이 있고, 수사권에 대한 권한 침해가 발생한다면 장관의 수사권도 침해된다"는 것이다.
헌법에 등장하는 '검사' 의미는?…수사권 보장 vs 형식적 권한일 뿐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상 보장돼 있는지도 쟁점이다. 국회가 검사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한 것인지, 아니면 법률상 권한을 '조정'했을 뿐인지를 두고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법무부와 검사들은 "헌법상 보장된 검사의 수사·소추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한다. 헌법상 영장을 신청하는 주체가 검사로 명시돼 있고, 영장은 강제수사 활동에 대한 허가인 만큼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권한이라는 것이다. 형사사건의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소추권 역시 우리 헌법이 검사 이외의 다른 기관을 전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인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수사권과 소추권을 검사로부터 떼내 다른 기관에 주는 것은 헌법상 검사제도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회 측은 헌법에 검사가 영장을 신청하는 주체로 명시돼 있다고 해도 이는 수사권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과거 무분별한 영장 발부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생기자, 반성적인 차원에서 검사만이 영장을 신청할 수 있게끔 형식적인 규정을 뒀다는 취지다. "검사의 수사권이나 기소권은 헌법상 권한이라기보다 검찰청법 등에 정해진 법률상 권한일 뿐이어서, 국회가 입법정책으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국회 측 참고인으로 나온 이황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헌법을 해석해 검사의 수사권을 도출할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헌재는 이날 공개 변론을 토대로 심리를 추가로 이어간 뒤 추후 선고 기일을 지정할 계획이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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