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쟁이 부른 비극" 이진호 음주운전 신고한 여자친구 숨져

개그맨 이진호의 음주운전 사건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진 여자친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경쟁이 또 한 번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합뉴스는 10월 10일 인천 부평경찰서의 말을 인용해 ‘이진호의 여자친구 A씨가 지난 5일 오전 8시 30분경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져 있는 것을 지인이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유족 입장을 고려해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jtbc 예능 <아는형님> 방송 캡처

A씨는 최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개그맨 이진호의 여자친구로, 이진호의 음주운전을 직접 신고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진호는 지난달 24일 새벽 인천에서 여자친구와 다툰 뒤 술을 마시고 경기 양평 자택까지 약 100km를 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0.11%로 측정됐다.

문제는 사건 이후 연예 매체 디스패치가 “이진호의 음주운전 신고자는 여자친구”라는 내용으로 단독 보도를 내보내면서부터였다. 경찰은 신고자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해당 보도를 기점으로 여러 매체가 ‘여자친구가 신고했다’는 내용을 인용·확대하며 사실상 A씨를 특정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jtbc 예능 <아는형님> 방송 캡처

이후 A씨는 자신이 기사에 언급된 뒤 심적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이진호의 음주운전 사건과 A씨의 사망 간 관련성을 포함해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 중이다.

연예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단독 경쟁이 불러온 비극”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정보와 관계를 특정하는 보도 행태가 개인의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신고자 신원을 기사화하는 것은 명백한 윤리 위반”이라며 “단독 경쟁이 생명과 인권을 침해하는 수준에 이른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예보도의 취재 관행과 신상 노출 문제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