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위기론 파고드는 '이간'(離間)…분열음도 문제다 [데스크 칼럼]

지봉철 2024. 10. 2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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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초위왕(走肖爲王). 조씨가 왕이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조선 중종 때 개혁을 진두지휘한 조광조는 꿀로 나뭇잎에 글씨를 적어 벌레들이 갉아먹게 해 조작한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는 훈구파의 이간(離間)에 걸려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

적벽대전에 앞서 압도적 전력을 뽐낸 조조가 주유의 이간에 속아 수군 책임자인 채모와 장윤을 죽여 83만 대군을 허망하게 잃고 구사일생으로 달아난 일화다.

이처럼 이간은 의심이라는 인간 본성을 파고들어 조직의 단결과 결속을 붕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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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삼성을 향한 출처 불명의 글들
소수가 쓴 극단적 발언…상황 왜곡하고 갈등 부추겨
실체가 없는 것이라면 이간이나 다름없어
초격차 기술 경쟁력 보다 조직 문화부터 복원해야
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데일리안DB

주초위왕(走肖爲王). 조씨가 왕이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조선 중종 때 개혁을 진두지휘한 조광조는 꿀로 나뭇잎에 글씨를 적어 벌레들이 갉아먹게 해 조작한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는 훈구파의 이간(離間)에 걸려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 중국 한나라 세력을 크게 압도했던 항우가 무너진 것도 이간에 빠져서다. 항우는 유방이 퍼뜨린 헛소문을 믿고 책사인 범증을 내쳤고 끝내 패망하고 말았다.

그래서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무는 "말 몇 마디로 상대를 갈라놓는 이간의 계가 적을 이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했다. '인간 처세술의 바이블'이며 신의와 대의를 깨치는 '인생의 교과서'로 불리는 삼국지에도 이러한 이간의 계가 나온다.

적벽대전에 앞서 압도적 전력을 뽐낸 조조가 주유의 이간에 속아 수군 책임자인 채모와 장윤을 죽여 83만 대군을 허망하게 잃고 구사일생으로 달아난 일화다.

이처럼 이간은 의심이라는 인간 본성을 파고들어 조직의 단결과 결속을 붕괴시킨다. 반대편으로선 잘못된 정보로 상대를 무너지게 만드는 계책으로 활용되지만, 같은 편에서 보면 조직의 질서를 방해하고 분란을 조장하는 태도다. 이간의 수단은 다양하다. 그 중 예나 지금이나 거짓말로 나쁜 소문을 퍼뜨려서 서로 의심하게 만드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익명이란 방패 뒤에 숨어서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삼성을 향한 출처 불명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특정인과 부서에 대한 혐오성 발언이 주다. "OOO 중심으로 일부 조직이 전횡하고 있다", "경영진이 초등학생 수준의 기술 지식을 가졌다"는 등이다.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분열음도 문제다. 이런 내용은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삼성 직원이 작성했다는 글로 유통되고 있다. 소수가 쓴 극단적 글이 상황을 왜곡하고 갈등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고 보니 "지금 삼성의 모든 결정 권한은 XXX 부회장에게 있다"고 외쳐온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주장과도 맥이 닿는다. 혹시 어떤 세력이 이간으로 이른바 '찍어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정보의 가치는 앞뒤를 살펴 냉정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역사는 잘 보여준다.

물론 설혹 사실이 아니더라도 경영진들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곱씹어볼 만하다. 음미해볼 만한 내용도 적지 않다. 요즘 삼성의 처지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먼저 이런 조직 분위기부터 살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상대를 의심하면 그 뒤에 헛소문이나 비방을 믿기 마련이다.

"위기! 위기!"라는 외부의 줄기찬 비판에 경영진들이 자신이 없어졌거나 '관리의 삼성'이란 길을 잃은 게 아니라면 내부적으로 삼성이 혁신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초격차 기술 경쟁력 보다 조직 문화 복원이 먼저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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