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내문고, 25년의 역사 뒤로하고 문 닫는다

은평시민신문 정민구 2025. 2. 1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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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서점의 위기 속에서 사라지는 또 하나의 문화 공간 "원상복구 요구는 부당한 갑질"

[은평시민신문 정민구]

 2000년에 문을 연 연신내문고가 최근 몇 년간 심화된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폐업 결정을 하게 됐다. 연신내문고의 폐점 결정은 불광문고 폐점 이후 4년만이다. 연신내문고 탁무권 대표는 "은평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오랫동안 남지못해 지역주민들에게 미안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연신내역 인근에서 25년간 지역 서점으로 자리 잡아온 연신내문고가 오는 3, 4월 중에 문을 닫는다. 2000년 개점 이후 은평구를 대표하는 지역 서점으로 사랑받아왔던 연신내문고는 불광문고 폐업 이후 남은 몇 안 되는 종합서점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심화된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폐업을 결정하게 됐다.
경영난과 재개발, 지역서점의 위기
 연신내역 (구)7번출구 인근에 위치한 연신내문고는 GTX 공사로 지하철역 출구가 없어지면서 사람들의 왕래도 줄어들었다.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연신내문고의 어려움은 2016년부터 본격화됐다. 이익 증가율이 둔화되기 시작했고, 2019년에는 적자로 전환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2022년부터 적자폭이 커졌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 갈현1구역 재개발이 지목된다. 재개발로 인해 원주민들이 이주하면서 서점의 주요 고객층이 줄었고, 학생들의 참고서 구매도 감소했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 등이 서점 운영에 큰 타격을 줬다. 최근에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당일배송과 새벽배송까지 제공하면서 지역 서점을 찾는 발걸음이 더욱 줄었다. 게다가 GTX 공사로 인해 연신내역 6번·7번 출구가 폐쇄되면서 서점 인근의 유동 인구마저 감소했다.

연신내문고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었다. 최형근 점장은 "불광동이나 갈현동 일대에는 접근성이 좋은 도서관이 부족해 아이들이 책을 보러 많이 찾아오는 곳이었다"며, 서점이 지역 내 문화 거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강조했다.

탁무권 대표 역시 "지역에는 문화 수준과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은평구에서는 연신내, 불광, 녹번 등 주요 상권에서 종합서점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25년전 모습으로 복원 요구한 임대인측, 연신내문고 "상도의 어긋난 과도한 요구"
 연신내문고와 직원들은 신학기 혼란을 줄이고자 4월까지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경영의 어려움으로 문을 닫아야하는 상황에서 연신내문고는 임대인측과의 갈등도 발생했다. 연신내문고는 지역 학생들의 신학기 준비를 위해 3월 31일 계약종료를 4월 30일까지 연장해줄 것을 임대인 측에 요청했지만 25년 전 건물준공도면대로 원상복구안 계획제출을 요구하며 사실상 거절한 상황이다.

연신내문고 측은 계약 연장이 안 된다면 신학기에 영업 종료를 할 수밖에 없어 지역학생들이 여러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연신내문고는 은평구청 문화관광과에 4월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중재역할을 요청한 상태다.

또한 최초 도면대로 원상복구를 하라는 임대인측의 요구에 대해 연신내문고는 로펌을 통해 "지난 25년간 여섯 차례 임대인이 변경됐고, 그에 따라 새로운 계약서가 작성되었기 때문에 25년전 형태로 원상복구를 할 의무가 없다"는 법률자문을 받았다. 탁무권 대표는 "보증금을 볼모로 잡고 무모한 요구를 하는 대형자산운용사인 임대인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약자인 연신내문고 입장에선 버거운 심정"이라 밝혔다. 또한 탁 대표는 "최초 모습으로 원상복구를 요구를 하는 것은 과도한 요구이며 상도의에 어긋난 부당한 갑질"이라 덧붙였다.

탁무권 대표 "지역 문화 플랫폼을 성장 못해 마음의 빚 남아"
 연신내문고의 내부 모습.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탁무권 대표는 은평에서 더 오랫동안 문화적 환경을 조성하지 못한 점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현재 그는 노원구에서 노원구 대표서점 '노원문고'와 서점, 갤러리, 예술영화관, 카페가 결합된 복합문화공간<더숲>을 운영하며 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처음 서점 사업을 구상할 당시, 그는 연신내에서 시작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탁 대표는 "1994년에 서점을 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을 때 처음 방문한 곳이 연신내 현재 자리였다. 처음에 가진 생각으론 연신내에서 서점을 하고 싶었는데 당시 건물이 새로 지어질 것이라는 얘기를 전해듣고는 당장 입점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결국 같은 시기 노원에서 먼저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원문고는 25년간 지역을 지켜온 서점이자, 문화 플랫폼 ‘더숲’을 탄생시켜 서울 동북권의 문화 중심지로 자리 잡은 공간이다. (사진: 노원문고 페이스북)
ⓒ 은평시민신문
그렇게 '노원문고'로 시작했고, 노원문고를 바탕으로 만든 문화플랫폼 '더숲'은 성공적으로 지역에 안착하며 현재는 지역을 넘어선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탁 대표의 꿈은 연신내에서도 100년 넘게 자리할 수 있는 문화플랫폼을 만드는 것 이었지만 끝내 이뤄내지는 못했다.
탁무권 대표는 "은평에도 노원과 같은 문화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해보았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다"며 "은평에 노원과 같은 문화 플랫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너무도 큰 마음의 빚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연신내문고는 시민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며 책을 읽는 공간이기도 했다.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연신내문고의 폐업은 단순히 한 서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 문화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며, 우리 동네에서 책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던 공간이 줄어드는 일이다. 서점은 어린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책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고, 기댈 곳 없는 청년들에게는 마음의 위로가 되어주는 곳이며, 직장인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위한 마음의 양식과 같은 공간이다. 또한, 노인들에게는 안정감 있는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언제나 한 자리를 지키며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주던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한 영업장의 폐업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 사라지는 일이다. 지역 서점의 존재 이유와 그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볼 때다.
 연신내문고는 사람들이 책을 만나는 공간으로 자리하길 기대하며 "좋은 책과 좋은 사람이 만나는 곳"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사진: 정민구 기자)
ⓒ 은평시민신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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