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취사선택? 검찰도 처벌해야" vs. "이재명 방탄용"

류승연 2024. 9. 2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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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왜곡죄' 놓고 법사위서 맞붙은 여야... 박성재 법무부 장관 "법률문화 향상 저해 우려"

[류승연, 남소연 기자]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남소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서 당시 피의자였던 유우성씨 노트북을 (국가정보원이 유씨에게 유리한 증거를) 싹 다 지우고 돌려줬는데, 이 정도면 처벌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소되고 재판을 받으니까 '방탄 국회'를 위해 수사기관 무고죄, 법왜곡죄 같은 법들을 발의한 것 아닙니까?" -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형법 개정안, 일명 '법왜곡죄' 제정을 놓고 23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맞붙었다. 검사가 범죄혐의를 발견하고도 수사하지 않거나 법 적용을 왜곡, 묵인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내용인데, 민주당은 과거 검찰이 수사를 조작한 사례를 들어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검찰로부터 2년을 구형 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방탄용'으로 법안을 내놨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 수사 조작 사례 들어 "이 정도면, 처벌해야"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법사위에서 자신의 변호사 시절을 떠올리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기억할 것"이라며 "검찰과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하고 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증거와 진술들을 조작해낸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거기서 진행됐던 내용 중에 굉장히 독특한 게 있었다. 당시 국정원이 유우성씨의 노트북을 압수해 갔는데 나중에 돌려달라고 우리가 요구하니까 노트북에 있던 데이터를 다 지우고 줬다는 점"이라고 회고했다.

김 의원은 이어 "그 노트북에는 유씨의 알리바이가 될 수 있는 사진이 있었는데 국정원이 '깡통' 노트북을 돌려준 것"이라며 "사설업체에 복구를 의뢰했고, 알리바이가 될 내용을 복원했다. (그 내용이) 유씨가 무죄 판결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면 (수사 검사를)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천대엽 법원 행정처장이 "기존 형법상으로도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로 충분히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답변하자, 김 의원은 "유씨 사건에서 사건을 조작하고 진술을 왜곡시키거나 허위 진술을 강요했던 국정원 직원들을 법원에서 대거 무죄 판결했다"고 반박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 역시 "(유씨 사건뿐 아니라) 과거 독재 정권 시절에 간첩 조작 사건이 100건이 넘는다. 재심에서 다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들이 감옥에 살았던, 억울한 청춘들에 대해서는 누가 보상도 못 한다. 이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차원"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지난 7월 대표발의한 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 소속 이건태 의원은 검찰이 최근 이재명 대표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년형을 구형한 것과 관련, 검찰에 유리한 정보만 취사선택해 증거로 활용하고 있다고 문제제기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해당 사건에서) 검찰은 약 2500장의 사진을 출장 가서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다 빼고 본인들이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사진 한 30장만 기록을 했다"며 "피고인 이재명에 유리한 약 2400장의 사진은 제출하지 않은 것인데 만약 이 법이 있었을 경우 검찰이 증거를 은닉·불제출·조작한 경우에 해당해 누군가를 부당하게 처벌할 목적이었다면 해당 검사는 처벌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재명 '사법리스크' 막기 위한 방탄 법안"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당 대표가 재판을 받자 방탄국회를 만들기 위해 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다"며 평가절하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원래 민주당에서 법왜곡죄에 대해서 언론에 발표를 할 때는 판사에 대해서도 법왜곡죄 적용을 하겠다고 얘기했다"며 "(법의) 구성 요건에 보면 '증거 해석, 사실 인정, 법률 적용 등은 판사 소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를 기소한 검사와 그에게 유죄 선고를 할 판사에 대해 형법에 처벌 조항을 넣어 법원과 검찰을 겁박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검사가 기소를 하고 법원에서 재판을 했는데 무죄가 났다면 그 검사를 처벌하겠다는 조항 아니냐"며 "우리 사법 체계와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처벌 조항"이라고 맹비난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그런 부분을 저희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뿐만 아니라 증거 해석 사실 인정 법률 적용의 왜곡이라는 부분은 재판에서 법리 오해, 사실 인정 간의 견해 차이로 판사들이 판단하는 부분"이라며 "(이 법이 통과되면) 새로운 판례나 법리 형성이 전혀 안 된다. 법률문화 향상이라는 측면에 저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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