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규칙도, 상도덕도 없다…한국 골프팬 우롱하는 LIV골프의 ‘막장극’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2022년에 출범했으나 PIF의 지원 중단으로 존폐 기로에 선 LIV 골프가 오는 28일부터 나흘간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CC에서 ‘LIV 골프 코리아’를 개최한다.
하지만 대회 개막을 앞두고 LIV골프가 보여준 행태는, 그들이 그토록 외치던 ‘혁신’이 얼마나 모래 위에 쌓은 성이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규칙도, 상도덕도, 그리고 한국 골프팬에 대한 존중도 찾아볼 수 없는 오만한 독선이다.
고무줄 규칙과 졸속 선수 교체, “여기가 동네 조기축구회인가”
가장 황당한 사건은 개막을 단 사흘 앞두고 터졌다. 한국 선수들로 구성된 ‘코리안GC’가 성적 부진을 이유로 기존 멤버인 대니 리(뉴질랜드)를 느닷없이 ‘와일드카드’로 전환했다. 현재 KPGA 투어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인 문도엽을 깜짝 수혈한 것이다.
교체 과정도 일방적이었다. 애초 후보 선수는 함정우였다. 함정우는 지난 4월 LIV골프의 지원으로 열린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싱가포르 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LIV골프 버지니아에 와일드카드로 출전, 공동 21위 성적을 거뒀다.
그런 성적을 이유로 LIV골프는 함정우를 LIV코리아 와일드카드로 낙점, 에이전트에 알렸다. 하지만 지난주 열렸던 코오롱 한국오픈 기간에 LIV골프로부터 ‘다른 선수로 대체한다’는 메일 하나로 없었던 일이 됐다. LIV골프가 한국오픈에 지원하기로 했던 50만 달러 ‘노쇼’ 직후에 벌어진 일이라 당연히 비난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성적이 안 나오면 선수를 바꿀 수는 있다. 하지만 공식적인 트레이드나 상대 팀과의 사전 협의, 혹은 잔여 시즌 와일드카드 전환에 대한 명확한 규정 설명도 없이 리그 도중에 선수를 강등시키고 외부 선수를 채워 넣는 방식은 프로 스포츠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오죽하면 LIV 골프 소속의 타 팀(포에이시스GC)마저 SNS를 통해 “그렇게 해도 되는 거야?(Is that allowed?)”라며 공개적으로 규칙 위반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겠는가.
국내 팬들 역시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PGA 최고의 흥행 카드를 자국 대회 흥행을 위한 ‘땜질용 소모품’처럼 급조해 합류시킨 졸속 행정은, 한국 무대와 한국 선수를 대하는 LIV의 가벼운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규칙이 주최 측 입맛대로 바뀌는 리그를 어느 팬이 진정성 있게 소비할 수 있겠는가.
돈줄 마르자 한국 시장은 '가성비 앵벌이 무대'인가
LIV 골프가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태도는 더욱 기만적이다. 자금줄이 마르고 대기업 스폰서들이 줄줄이 발을 빼자, LIV는 대회 조직위와 국내 파트너들에게 약속했던 지원을 깨고 재정적 부담을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속했던 혜택은 쏙 챙기면서, 정작 대회의 무게감이나 책임감은 한국 골프계에 떠넘기는 모양새다. 지난해 인천 대회 당시 흥행 부진으로 막판에 초대권을 남발하며 대회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더니, 올해는 재정난 속에서 어떻게든 ‘본전’을 찾겠다는 심산으로 한국을 찾은 듯하다.
3000만 달러라는 거대 상금 이면에 숨겨진 부실한 내실과 상도덕 부재는 한국 골프팬들을 향한 ‘우롱’이나 다름없다.
팬들이 원하는 건 ‘돈 잔치’가 아닌 ‘존중’이다. LIV 골프는 출범 당시 기존 PGA투어의 권위에 맞서 “골프의 미래를 바꾸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미래는 커녕, 프로 스포츠의 최소한의 근간인 ‘공정한 규칙’과 ‘파트너에 대한 신의’마저 저버린 삼류 비즈니스에 가깝다.
전 세계 골프 팬들이 LIV골프를 향해 “날이 갈수록 창피해진다”, “웃음거리 리그”라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유를 그들만 모르는 듯하다.
한국 골프팬들의 눈높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막대한 오일머니로 스타 선수들을 모아 놓고 벌이는 ‘그들만의 돈 잔치’와 ‘고무줄 운영’에 무작정 환호할 바보가 아니다.
규칙을 무시한 졸속 선수 교체와 상도덕을 저버린 운영으로 일관하는 한, 이번 부산 대회는 흥행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 팬들에게 깊은 실망감만을 남긴 채 LIV 골프의 몰락을 재촉하는 씁쓸한 서막으로 기억될 것이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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