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싫어하는 아이, 어쩌면 빨리 치료해야 하는 천식일 수도"

이슬비 기자 2024. 9.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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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천식 명의'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호흡기 알레르기과 김경원 교수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호흡기 알레르기과 김경원 교수./사진=세브란스 병원
많은 사람이 앓고 질병 부담도 큰 질환인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인식이 부족한 질환이 있다. 바로 천식이다. 천식은 전 세계인 3억 명이 앓고 있는 만성질환이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환자 수가 많은 편이다. 국내 천식 유병률은 OECD 대비 1.9배에 달하고, 천식 사망률은 1.6배에 달한다. 직간접적인 사회적비용부담은 약 2조 원으로, 우리나라에서 만성질환 중 질병부담이 여섯 번째로 크다. 하지만 천식 증상을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해, 우리나라는 기본 치료인 흡입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는 비율이 38%밖에 되지 않는다. 인근 아시아 국가인 호주(94%), 싱가폴(88%), 태국과 대만(55%), 인도(44%), 말레이시아(43%)보다 낮다.

천식은 주로 소아기에 앓는데 소아기 천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성인 천식으로 이환되기도 한다. 환자가 증가하는 9~10월을 맞아, 어떤 증상일 때 천식을 의심해야 하고,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호흡기 알레르기과 김경원 교수에게 물어봤다.

-천식이란?
"기도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기도는 우리가 숨을 쉴 때 관여하는 코에서 허파꽈리까지 이어지는 길을 말하는데, 천식이 있으면 아래 작은 기도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겨, 기도가 좁아지면서 여러 증상이 생긴다. 중증도에 따라 위험도가 매우 다른데, 경증 천식은 관리만 잘하면 큰 문제 없이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약이 잘 안 듣는 중증 천식은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 공포스러울 수 있는 숨 차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구체적인 증상은?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면 기관지 자체에서 뮤커스라는 물질이 나와 가래가 생긴다. 증상이 없다가도 기관지가 매우 좁아지면, 입을 모아서 불면 휘파람 소리가 나듯 기도에서 쌕쌕 소리가 난다. 기침하고, 숨도 찬다. 밤에 주로 증상이 나타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주간에도 피곤하다. 평소 증상이 없다가도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운동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찬 바람이 부는 등 다른 외부 자극이 가해져 염증이 심해지면서 기도가 좁아지면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특정 유발 인자가 작동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감기 등과 달리 증상이 심해졌다가 좋아지는 경과를 보이지 않고, 하루는 멀쩡했다가 다른 날은 심해지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경과를 보인다. 방치하면 아예 기도가 변하면서 비가역적인 증상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평소 만성 염증을 조절하는 게 치료 목표다."

-천식 원인은 무엇인가?
"기도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소아 천식은 80~90%가 꽃가루, 반려동물 털 등 알레르기 염증이 원인이다. 성인은 소아보다 알레르기 염증이 원인일 가능성은 작다. 기관지염, 비만 등이 천식을 유발할 수 있다. 환절기인 9~10월에 천식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환경적 영향이 미치는 영향이 커져서다. 온도·습도 변화에 개학 시기라 집단 활동 중 호흡기 관련 바이러스 감염률이 높아지는 상황이 겹쳐 환자 수가 증가한다."

-소아 천식과 성인 천식은 어떤 차이를 보이는가?
"소아 천식은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관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언제나 재발 우려가 있으므로 완치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데, 완치 대신 관해라는 표현을 쓴다. 관해는 증상이 없어진 걸 말한다. 다만, 중증 소아 천식은 성인 천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성인 천식은 비교적 소아 천식보다 증상이 심하고, 관해될 가능성이 적어 지속해서 관리해야 한다."
정상적인 기도(왼쪽)와 천식 환자 기도 모형./사진=세브란스 병원
-소아 천식은 주로 몇 살 때 진단되는가?
"천식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다만 진단이 가능한 시기는 약 4살부터다. 천식을 진단하려면 폐 기능 검사를 해야 한다. 폐 기능 검사는 최선을 다해 불어야 하는데, 매우 어린 연령의 소아에서는 협조가 어려워 검사가 불가능하다. 주로 성인 검사실에서는 학교에 들어간 이후 어린이부터 검사하고, 소아를 다루는 전문가가 있는 병원에서는 좀 더 빠른 연령대인 약 네 살부터 검사를 진행한다. 폐 기능 검사가 어려울 땐, 천식을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요소를 보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지 보는 식이다. 천식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약으로 유지 치료를 진행한다. 증상이 좋아지면 약을 끊고 다시 나빠지는지 확인한다. 약에 따라 예후가 달라진다면 천식으로 보고 치료를 진행한다."

-천식은 어떻게 치료하나?
"흡입 스테로이드제가 1차 치료제다. 증상이 없을 때도 꾸준히 흡입해야 한다. 만성 염증을 치료해 기도가 다시 넓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흡입 스테로이드제는 천식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약제다. 기관지에는 약을 직접 바를 수 없기 때문에 흡입해 바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먹는 약은 혈액에 흡수돼 온몸을 한 바퀴 돌아서 폐에 작용한다. 하지만 흡입제는 바로 직접적으로 기관지에 작용해, 부작용은 작고 효과는 크다. 증상이 조절되면, 계단식으로 치료제를 바꿔나간다. 환자 맞춤 목표 폐 기능이 3~4개월간 유지되면, 단계를 줄인다. 약을 덜 쓰거나, 약한 약으로 바꾼다."

-약은 평생 써야 하는가?
"증상이 조절되면 치료 단계를 계속 낮추다가, 약을 끊는다. 경증 천식은 필요할 때만 약을 사용하는 게 치료 원칙이다."

-경증 천식도 꼭 치료해야 하는가?
"호흡기계 장기들의 기능은 20~30대까지 정점을 찍고 떨어진다. 떨어지는 속도는 전부 다르다. 천식을 앓고 있으면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인간 수명이 길어져, 노인이 됐을 때 숨이 찰 가능성이 더 커졌다. 천식을 치료하지 않으면 호흡기계 장기들의 기능이 떨어져 숨이 잘 차는 상태로 더 오랜 여생을 보내게 된다. 경증 천식도 마찬가지다. 학계에서는 앞으로 호흡기계 질환으로 힘들어하는 노인이 증가할 것으로 보는데, 이른둥이 비율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른둥이는 폐가 다 발달하지 못하고 나와, 천식에 걸릴 위험이 약 두 배 정도 크다."

-천식 환자는 쉽게 숨이 차는데, 운동해도 되는가?
"약을 좀 더 쓰더라도 여러 측면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운동하도록 하는 게 폐활량을 키우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정서적으로도 좋다."

-중증 환자는 약을 장기간 사용하는데, 부작용은 없는가?
"스테로이드 제제이므로, 부작용 걱정이 있을 수 있다. 흡입제는 매우 고용량을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다면,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간혹 소아 천식 환자 보호자 중 키가 안 클까 봐 스테로이드 제제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하면 실제 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긴 하지만, 모니터링을 함께 진행한다. 약을 안 써서 천식이 악화해 컨디션 난조로 충분한 영양 보충을 하지 못해 키가 안 크는 것보단 약을 쓰는 게 낫다"

-천식 분야의 최신 연구 동향은?
"최근 10년 새 약이 매우 좋아졌다. 중증 천식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재 신약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부작용도 별로 없다. 성인 천식도 관해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므로, 10~20년 전 천식을 진단받고 지속해서 스테로이드 약만 복용하는 환자가 있다면 신약 사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도라지 등이 천식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효과가 있나?
"근거 중심으로 봤을 땐 골고루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게 가장 좋다. 식품을 먹는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과하게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천식 환자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한다면?
"소아 천식 환자는 평생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빠르게 질환을 인지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운동을 싫어하거나, 기침이 심했다가 괜찮아지기를 반복하는 어린이는 보호자가 천식 가능성을 빠르게 인지하고 병원을 찾아가 보길 권한다. 가끔 천식을 앓는 아이들이 숨이 차고 힘들어서 운동을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호흡기 알레르기과 김경원 교수./사진=세브란스 병원
김경원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시카고대에서 연수받고 현재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호흡기 알레르기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소아 천식'을 중점적으로 깊고 넓은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학술이사, 대한 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회 고시수련이사,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 연구이사 등으로 학술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김경원 교수는 누구보다 환자 입장을 십분 이해하는 의사다. 본인이 성인 경증 천식 환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경원 교수는 한 시간 이상 이어진 인터뷰 내내 편안한 웃음을 지으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딱 한 번 아쉬움을 담은 한숨을 지었는데, 중증 천식 환자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떠올리면서다. 김경원 교수는 천식의 '만성질환'이라는 인식 탓에 다른 난치, 중증 질환과 달리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며, 근 10년 사이 학자들의 활발한 연구로 중증 환자를 관해에 가까워질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좋은 신약이 나왔지만 대부분 보험이 안 돼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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