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손님 놓쳤다"…펄펄 끓는 바다, 집 나간 '가을전어'

김민주 2024. 10.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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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7일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 일대에 제22회 명시지장 전어축제가 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손님은 전어를 찾는데, 요즘 가게마다 물량 구하기가 어려워 아우성입니다.” 자갈치수산물종합시장 관계자는 지난 10일 통화에서 “눈 뜨고 손님을 놓치는 때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귀하신 몸’ 전어, 어획량 반 토막 났다


12일 어민과 수산업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전어 품귀 현상이 유별나다. 물량 부족 탓에 부산과 전남 광양 등에서 열린 전어 축제에선 전어 가격이 1㎏당 2만5000~4만원 수준으로 평년의 3, 4배 수준까지 뛰었다. 해역별 어황 정보를 제공하는 국립수산과학원에도 “전어가 잡히지 않는다”며 문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실제 전어 어획량은 내려앉았다. 국립수산과학원 집계를 보면 올해 1~8월 전어 어획량은 3380t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6470t)과 비교하면 52.2% 수준이다. 최근 10년 동안의 집계를 봐도 올해 1~8월 어획량이 가장 적었다.


어민 “겨울 돼 바다 식어야”


전어 서식 적정 수온은 14~27도다. 매년 4~7월 산란기 땐 14~22.5도 환경이 적합하다. 산란기 땐 전어를 잡을 수 없는 금어기(禁漁期)다. 알을 낳은 뒤 지방 함유량이 많아지고 조업이 가능해지는 시기가 맞물리며 ‘가을 전어’는 제철을 맞는다는 게 국립수산과학원 설명이다. 지방질이 오르는 9, 10월 무렵 전어가 가장 맛있다는 식품영양학적 분석 근거도 있다고 한다. 전어를 구우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속담이 있다.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에서 전어축제가 열려 횟집상인들이 무료 시식회에 내놓을 전어회를 준비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어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전어 어황도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올해 유별난 폭염 탓에 71일간 특보가 발효되며 높은 수온이 유지된 것을 전어 어획량 감소의 원인으로 본다. 경남 통영에서 15년간 고기잡이를 한 A씨는 “통상 수온이 15~20도일 때 (전어가) 많이 잡히고 기름도 오른다. 그런데 지난달에도 물이 더웠다”며 “겨울에 가까워지면서 수온이 안정돼야 전어가 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가을 전어를 구경하기 힘들어지면서 전어 축제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지난 8~9월 충남 보령·서천과 전남 광양과 보성, 부산 등에서 열린 전어 축제에선 전어 대신 대하와 꽃게를 내세워 행사를 치렀다. 전남 광양에선 전어 굽는 냄새 대신 전통 전어잡이를 구현한 퍼포먼스가, 경남 진해만에선 전어 치어 10만 마리를 방생하며 내년 풍년을 기원했다.


주어획기인데 덜 잡히나… 과학원 예의주시


국립수산과학원은 매년 8~10월을 전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주어획’ 시기로 본다. 다만 2002년부터 20여년간 과학원이 낸 전어 월별ㆍ연도별 집계를 보면 전어 어획량은 여름ㆍ가을ㆍ겨울에 번갈아 쏠릴 때가 많았고, 특별히 어느 시기에 집중되는 패턴은 보이지 않았다. 이 기간엔 전어가 잡힌 양도 연간 4000~1만1000t 사이를 오르내렸지만, 전체 어획량이 꾸준히 줄어드는 등의 경향성은 나타나지 않는다.
전어구이. 중앙포토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전어는 표본 조사 어종이 아니어서 시기에 따른 어획량 증감이나 쏠림 등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현재로썬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는 1~3월 어획량이 크게 빠지면서 전체 어획량이 줄었다. 하지만 1, 2년 정도에 발생한 기상 변화를 근거로 고수온이 원인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9월 어획량 집계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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