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탕쿠르가 진심으로 사과, 나는 그를 아주 사랑한다" 손흥민은 '인종차별' 동료에게 넓은 아량을 보였다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손흥민이 '인종차별 가해자' 로드리고 벤탕쿠르를 공개적으로 품었다.
손흥민은 26일(한국시간) 현지 매체들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27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페이즈 1차전에서 가라바흐를 상대한다.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주장 손흥민이 나타났다.
최근 이슈인 벤탕쿠르의 징계 여부가 화두에 올랐다. 벤탕쿠르는 지난 6월 모국 우루과이의 한 방송에서 손흥민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진행자에게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라며 동양인은 다 똑같이 생겼다는 투의 인종차별성 발언을 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다급하게 소셜미디어(SNS)에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올렸고, 손흥민도 사과를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게시했다. 토트넘 구단은 재발 방지 교육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당시에는 이 조치만으로 넘어갔지만, 최근 영국축구협회(FA)가 규정을 위반했다며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최대 12경기 출전 정지 징계까지 나올 수 있다.
이에 손흥민은 "지금은 FA에서 진행 중인 절차가 있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순 없다. 하지만 나는 로드리고를 아주 사랑한다. 우린 많은 추억을 갖고 있다. 그가 우리 팀에 합류했을 때부터 함께 뛰기 시작했다"며 이미 용서했다는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 일이 있고 그가 바로 사과했다. 그때는 휴가중이었는데 난 집에 있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아주 긴 메시지를 받았는데 진심이 느껴졌다. 프리시즌을 위해 훈련에 합류했을 때 그는 정말 미안해 했고 거의 울음을 터뜨리려 했다."
"그는 대외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사과했다. 진심으로 미안해한다고 느꼈다. 우리 모두 사람이고, 실수에서 배운다. 로드리고를 정말 사랑한다. 그는 실수를 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린 팀 동료로서, 친구로서, 형제로서 함께 나아간다. FA의 절차가 진행돼야 하고 더 이야기할 건 없다. 로드리고를 사랑한다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한 손흥민은 징계의 수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이미 당사자 사이에서는 다 풀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에 걸쳐 분명히 했다.
한편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의 영향력 있는 인물이자 한 팀의 리더로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선수 혹사 문제에도 입장을 밝혀야 했다. 맨체스터시티의 로드리가 '파업'을 거론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인대 부상을 입으면서 설득력이 더 커졌다. 로드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파업에 가까운 상황이 왔다. 어느 선수에게 물어봐도 똑같이 대답할 것이다. 올해는 70, 80경기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컵대회를 앞둔 만큼 손흥민도 혹사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손흥민이 참가하는 유로파리그 역시 UEFA 챔피언스리그(UCL)처럼 조별리그 대신 리그페이즈를 도입하면서 16강 진출에 필요한 경기가 2~4경기 늘었다. 여기에 잉글랜드 팀이므로 FA컵과 카라바오컵까지 자국 대회가 유독 많다.
이에 손흥민은 "많은 선수들이 적절한 말을 했다. 누군가 나서서 말해줄 필요가 있었다. 경기의 양보다 중요한 건 질이다. 축구팬들은 질 높은 경기를 보고 싶어 한다. 선수들의 부상은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라며 로드리에게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실질적인 조치는 선수들이 할 수 없으며, 선수들은 주어진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 소화해야 하고 경기일정에 대한 조치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 UEFA, 국제축구연맹(FIFA) 등 단체에서 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토트넘이 일부 대회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내 말을 오독하지 말라. 우린 축구를 사랑하고 경기를 뛰는 걸 즐긴다. 하지만 이동과 경기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또한 맨시티의 경우 22일 PL 경기 후 24일 카라바오컵 경기를 치렀는데 "더 유연하게 화요일 경기를 수요일로 옮겨줬어야 한다"고 말해 전체 일정의 조정보다는 부분적인 유연성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손흥민은 "50~60경기를 이미 뛰고 있는데 70경기를 뛰는 건 적절치 않다는 로드리의 말에 동의한다"고 말한 뒤, 파업 의사에 대해서는 "대회에 참가해 결승을 치르고 싶다. 이건 다른 이야기다. 갈수록 대회의 경기수가 늘어나고 있지 않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절대 선수들의 몫이 아니고 단체들의 몫"이라며 로드리에 비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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