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를 향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공개 직후 커뮤니티와 리뷰 사이트를 중심으로 혹평이 쏟아지며, 감독의 전작인 <전지적 독자 시점>이 오히려 “지금 보니 더 나았다”는 비교 평가까지 등장했다. 재난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홍보와 달리, 실제로는 AI 기반 SF 서사로 급격히 방향을 틀면서 관객의 기대를 배반했다는 지적이 핵심이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불호 포인트는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 ‘아들’ 캐릭터다. 극을 끌고 가기 위한 장치로 반복적으로 위기를 유발하는 설정이 “민폐 캐릭터”, “발암 요소”라는 혹평으로 이어졌다. 아역 배우의 연기력 문제가 아니라, 감독이 <전지적 독자 시점> 등 전작에 이어 비슷한 유형의 답답한 역할을 또다시 배치했다는 점이 더 큰 반감을 샀다.


모성애를 전면에 내세운 서사 역시 비판의 대상이다. 영화는 ‘아이를 지키는 엄마’라는 보편적 감정에 강하게 기대지만, 왜 그 선택이 절박한지에 대한 감정 축적과 개연성이 충분히 쌓이지 않는다. 중반 이후부터는 재난 상황에서의 생존에 대한 긴장감보다, 모성애를 강조하는 대사와 설정이 과도하게 반복되며 몰입을 방해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감동을 강요한다”, “모성애에 집착한다”는 반응이 잇따른 이유다.


서사의 방향 전환도 문제로 꼽힌다. 초반에는 침수된 아파트라는 폐쇄 공간을 활용한 재난물의 문법을 따르지만, 중후반부터는 AI·신인류·강화학습 같은 개념이 대거 등장하며 장르가 급변한다. 재난 영화를 기대하고 들어온 관객에게는 “배신에 가깝다”는 반응이 나오는 지점이다. 장면 전환과 설정 설명이 삽입식으로 이어지다 보니, 이해를 위해 상당한 해석 노력을 요구한다는 점도 낮은 평점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반응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네이버 평점은 한때 ‘나쁜 의미로 화제’가 됐던 <사마귀> 같은 작품들보다도 낮은 3점대 초반에 머물며, 흥행 전망 역시 어둡다는 평가다. “재난 영화로 홍보하면 안 됐다” “재난을 보러 왔는데 영화 자체가 재난”이라는 자조 섞인 코멘트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야기를 이끌 중심축이 없다’는 비판이 감독의 필모그래피 전반으로까지 확장되는 분위기다.


다만 부정적인 평가 일색 속에서도 기술적인 성취만큼은 비교적 일관된 호평을 받고 있다. VFX로 구현된 물의 질감과 빛의 굴절, 수중 촬영 장면의 완성도는 국내 제작 환경을 고려하면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라는 공간 연출, 제한된 동선에서 만들어내는 시각적 스케일은 분명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이야기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넷플릭스가 재난·SF 장르에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자체가 의미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결국 <대홍수>는 ‘하고 싶은 말’과 ‘보여주고 싶은 장면’은 넘치지만, 이를 하나로 묶어줄 서사가 부족했다는 평가로 수렴한다. 기술은 차올랐지만 이야기는 증발해 버렸다는 혹평 속에서, 관객들의 기억에 남는 것은 감동보다 의문이 더 많다는 점이다.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