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과 함께한 20년 "13~15승 가능, 한화 4강 전력 갖췄다" [김인식 클래식]
이형석 2024. 2. 22. 19:48
#1. 2005년 6월, 고교야구 TV 중계에서 동산고 류현진을 처음 봤다. 군더더기 없이 투구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당시에는 류현진에 관해 '아주 뛰어나다'는 평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구단에 "우리에게 기회가 돌아오면 쟤(류현진)를 무조건 뽑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 2006년 2월. 필자는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령탑을 맡아 일본 후쿠오카돔에서 대표팀 훈련을 지휘했다. 당시 하와이에서 전훈 중이던 한화 코치진으로부터 매일 보고를 받았는데 '류현진이 좋다'고 하더라.
류현진이 2006년 4월 12일 LG 트윈스와의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7과 3분의 1이닝 무실점 10탈삼진으로 정말 잘 던졌다. '괴물 투수'의 등장을 알린 경기였다. 2006년 트리플 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을 차지했고, 최초로 신인상과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3. 2012년 12월. 뇌경색을 앓았던 필자가 재활 운동 중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류현진의 아버지였다. 공식 발표 전이었지만, "방금 다저스와 계약서에 사인했습니다"라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기분이 묘하더라.
#4. 2013~2023년. 류현진은 미국에서 승리 투수가 되면 빠짐없이 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즌 종료 후 귀국하면 두 차례는 만나 함께 식사했다. 그동안 누구보다 관심 있게 류현진의 활약상을 지켜봤다.
22일 류현진의 한화 복귀가 확정됐다.
필자도 이번 겨울 류현진의 거취에 관해 관심이 컸다. 열흘 전에도 류현진과 잠시 통화를 나눴지만, 부담을 느낄까 봐 굳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라고 묻진 않았다.
사실 현진이가 미국에 남을 줄 알았다. 류현진은 2022년 여름 팔꿈치 수술을 했다. 재활 후 시간이 지나면 몸 상태나 구위가 더 좋아질 거라 믿었고, 실제로 현장에서 본 이들의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류현진이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가족과도 많이 상의해 내린 결정일 것이다.
류현진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할 당시만 하더라도 이런 성적(78승 48패, 평균자책점 3.27, 탈삼진 934개)을 남기고 돌아올 줄 전혀 예상 못했다. 미국 진출 첫 시즌에 10~12승을 점쳤는데, 14승(8패)을 올렸으니 기대보다 훨씬 잘했다.
KBO리그를 휩쓴 류현진은 미국에서 좀 더 성장해 돌아온다. 2006~12년에는 볼이 빠르고 슬라이더와 커브 정도만 던졌다. 한화에서 뛰던 막판에 체인지업을 습득해 던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구속이 줄었지만 레퍼토리가 훨씬 다양해졌다. 컷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완성했고, 원래 뛰어나던 제구력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더 좋아졌다.
류현진이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KBO리그에서는 최고 레벨의 투수다. 아마도 13~15승은 충분히 달성하지 않을까 싶다. 류현진이 성공적으로 KBO리그에 복귀하려면 한화의 전력이 중요한데, 채은성과 안치홍 등의 FA(자유계약선수) 영입으로 공격력이 좋아졌다.
류현진의 영입으로 한화의 전력도 크게 보강됐다. 올 시즌 LG 트윈스, KT 위즈, KIA 타이거즈를 제외한 나머지 팀의 전력은 고만고만하다. 한화가 가을 야구는 물론이고 이제는 4위 안에 들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본다. 류현진이 팀과 후배, 그리고 한국 야구를 위해 많은 힘을 써줬으면 한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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