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의 벤처계 신화로 불렸지만 단돈 천만 원에 팔렸습니다
휴대전화 명가 팬택 근황
케이앤에이홀딩스 '천만 원'
특허 관리 전문 업체 재기
스마트폰도 아닌 핸드폰조차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LG전자를 밀어내고 삼성전자와 비등비등한 경쟁력을 자랑해 세계 5위의 벤처기업으로 꼽혔던 팬택은 벤처계의 신화로 불린 전설적인 기업이다. 다만, 팬택이 국내 제조업 시장에서 철수하며 현재는 새로운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거듭났다. 팬택이 선택한 새로운 사업은 무엇일까?
팬택은 1991년 맥슨전자의 영업 사원으로 일했던 박병엽 창업주가 자신이 사는 아파트를 담보로 잡아 무선 호출기를 만드는 벤처기업을 설립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3년 뒤인 1994년부터 숫자 호출기, 광역 호출기, 음성호출기, FLEX 방식 고속 호출기 산업용 무전기, 간이 TRS, 업무용 차량 무전기, FINKEY, FINSIGN, PHS, CT-2 PLUS, PCS, WLL/GSM/PDA, 선 영상 송수신기, 감시용 흑백/컬러카메라 등을 생산해 여러 사업을 영위했다.
이때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휴대전화 사업에 진출해 한때 국내 휴대전화 명가로 불리기도 했다. 1998년 IMF 국제금융 위기로 인해 많은 기업이 흔들렸던 시절 팬택은 모토로라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1,300만 달러의 투자금을 받고 매년 3억 달러씩 CDMA 방식 휴대 전화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에 자신감이 생긴 팬택은 지난 2001년 회사보다 더 규모가 컸던 현대큐리텔을 사모펀드 KTB 네트워크와 50:50으로 1,600억 원에 인수하여 팬택 & 큐리텔로 이름을 바꾸어 사업 확장을 도모했다. 당시 현대큐리텔은 대기업 전자 회사·현대전자의 후신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인지도가 높았다.
특히 대기업 계열사 출신답게 500명의 연구 개발 인력을 얻었고, 수출 판로까지 가져오며 팬택의 현대큐리텔 인수는 성공적이자 도전적인 M&A의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유럽과 중국에 수출을 시작하고 국가 다변화를 통해 사업을 확장한 팬택은 국내에서도 단숨에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3위를 달성하게 된다.
지난 2005년 SKY 브랜드로 유명한 SK텔레텍 지분 60%를 SK텔레콤으로부터 2,924억 원에 인수한 팬택은 저가형 브랜드 ‘큐리텔’과 프리미엄 브랜드 ‘SKY’로 시장을 병행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이런 팬택의 계획은 무산됐다. 이는 SK텔레텍의 인수합병이 큐리텔의 인수합병과 전혀 다른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SK 텔레텍의 인수 이후 팬택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인수합병 1년 5개월 만에 워크아웃을 결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SK텔레텍의 연구진이 대거 이탈한 것과 더불어 스카이 브랜드에서 SK텔레텍의 흔적을 지우는 등 많은 난항을 겪어야 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휴대전화 시장에 팬택은 2010년 스마트폰 사업 진출을 결정하고 시리우스, 이자르, 베가, 미라크 등의 모델을 선보였다. 이중 베가의 실적이 가장 좋았으며 베가 브랜드화 한 베가 시리즈 흥행에 성공하며 LG전자를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의 이인자로 올라섰다. 당시 베가 레이서는 출시 이후 150만 대가 팔리며 그 인기를 자랑했다.
다만, 스마트폰 시장의 우위를 다루던 팬택은 LG전자나 삼성전자와 달리 현금 동원력이 약해 적자가 나면 회사가 흔들렸다. 베가 시리즈의 연이은 출시에도 실적이 부진해지자 판매 장려금을 지나치게 쏟은 팬택은 적자가 계속해서 누적됐다. 이후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삼성의 양강구도로 굳어지며 팬택은 결국 2014년 워크아웃을 거쳐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이어 지난 2015년 회생절차를 포기한 팬택은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이 특수목적법인 SMA홀딩스를 통해 496억 원에 인수됐다. 다만, 지난 2017년 쏠리드는 자회사 SMA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팬택의 경영권을 특수목적법인 케이앤에이홀딩스에 매각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인수 대금이 단돈 1,000만 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팬택의 벤처기업 신화는 무너지게 됐다.
한편, 팬택이 1,000만 원이라는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인수되며 벤처기업 신화는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으나 최근 팬택이 새로운 사업으로 재기에 성공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당초 팬택은 총 3,700여 건의 특허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 중 일부가 매각되고 지난 2019년 말 특허 수익화 전문 기업(NPE) 아이디어 허브에 팬’택’의 모든 특허가 인수되면서, 아이디어 허브의 100% 자회사 팬’텍’으로 거듭났다.
한때 세계 시장 5위를 기록했던 벤처기업의 신화는 추억의 뒤편으로 사라졌으나 당시 외환 위기를 넘기고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의 위치까지 향상해 온 대한민국의 유일한 제조업 계열의 회사로 꼽히며 현재까지도 기업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IMF 당시 많은 기업이 쓰러진 것을 생각했을 때 당시 팬택이 가졌던 저력과 기술에 대한 투자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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