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상 최대 매출에도 영업익은 '뚝' (종합)

임채현 2024. 10. 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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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 매출 79조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익 9.1조, 시장 기대치 크게 하회
모바일·가전·디스플레이는 선방
ⓒ데일리안DB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영업익 9.1조를 쓰며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 7개 분기 만에 10조 영업익을 탈환한 뒤 2개 분기 연속 10조 달성을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반도체 업황의 더딘 회복으로 실제 성적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연결 기준 3분기(7~9월) 잠정 영업익이 9.1조원, 매출이 79조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전년 동기에 견줘 매출은 17.21%, 영업익은 274.49% 증가했다. 매출은 지난 2022년 1분기(77조 7800억원) 이후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다만 직전 분기인 지난 2분기에 비교해 매출은 6.66% 올랐지만 영업익은 12.84% 하락했다. 당초 증권가에선 삼성 3분기 영업익을 13조원 대로 예상했다가, 이를 하향 조정해 10조원 이상으로 전망한 바 있다. 실제로는 이보다 낮은 실적을 내놓으며 시장 기대치를 약 15% 가량 밑돈 것이다.

잠정실적은 각 사업부문별로는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통상 삼성전자 전사 영업익에선 반도체가 과반 이상의 비율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업계는 3분기 영업익 9.1조원 가운데 5조원 안팎 금액을 DS 부문이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압도적 1위 D램 주춤... 파운드리도 적자 지속

삼성전자 5세대 HBM 제품인 HBM3E.ⓒ삼성전자

증권가 안팎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ASP(평균판매가격) 하락이 DS 부문 전체 이익 하락을 주도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8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전월 대비 2.38% 하락한 2.05달러 집계되며 1년 만에 하향세로 전환했다.

또한 스마트폰과 PC 수요 부진도 인해 삼성의 주력인 D램 수요가 예상보다 더디게 증가하면서 이익이 줄었다는 진단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및 시스템 LSI 사업부의 적자도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측은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HBM(고대역폭메모리)의 견조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및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 영향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AI발 확산으로 HBM 수요는 높아졌으나 삼성전자의 진입이 다소 늦어진 점도 영업익 하락세의 배경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인 HBM 부문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뒤처지고 있다. 5세대 HBM인 HBM3E는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아직 진행 중에 있다.

SK하이닉스가 이미 12단 제품을 양산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다소 늦은 진입이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HBM과 관련해 "일부 고객사로의 공급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센티브(성과급) 충당 등 일회성 비용 영향도 전 분기보다 실적을 하락시킨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이에 3분기 6.7조원의 영업익이 예상되고 있는 SK하이닉스에 영업익이 밀릴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반도체 위기가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시작하자, 삼성전자 경영진은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 전영현 부회장은 이날 실적발표 직후 "송구하다. 재도약의 계기로 반드시 삼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2024년도 제34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이 끝난 직후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전영현 부회장은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술 근원적 경쟁력 복원 ▲보다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 개선 등을 꼽았다. 그는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고,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최고 경영진이 이처럼 실적발표 직후 별도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 삼성 반도체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 부회장은 취임 직후에도 "무거운 책임감과 비상한 각오로 더욱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해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디스플레이·모바일 소폭 상승…가전·TV는 작년과 비슷

갤럭시 Z 폴드6 실버 쉐도우. ⓒ삼성전자

모바일과 가전을 아우르는 디바이스경험(DX)의 경우 전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먼저 3분기 모바일 영업익은 2.5조원으로 지난해(2조2300억원)와 비슷할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하반기 반등을 노리며 출시한 폴더블폰 갤럭시Z6 시리즈 판매량이 기대치를 밑돌며, 해당 상황도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잠정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함에 따라, 실제 모바일 영업익은 2.5조원을 더 하회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SDC) 사업부문 영업익은 4000억원 상당으로 전년과 유사하거나 소폭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6, 갤럭시Z6 등 고객사의 하반기 신제품 스마트폰 출시 효과로 3분기 영업익이 1.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최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경쟁 심화로, 전년과 비슷하거나 근소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중소형 OLED는 모바일 수요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지만 지난해 대비 점유율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물량은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기대했던 IT OLED 패널도 예상 대비 부진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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