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한강' 바람..."감격스러운 일""블랙리스트 없어져야"
[박수림, 이정민 기자]
▲ 한강 작가,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책들을 시민들이 구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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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에서 도서 예산을 줄였다면서요? 한국 정치가 반대로 가고 있네요." - 김은미(40)씨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다음 날, 대형서점부터 동네책방까지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그의 저서를 구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사이에는 희비가 교차하기도 했지만 모두 한마음으로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동시에 과거 정부가 한강을 '블랙리스트'로 올렸던 일과 현 정부의 도서 관련 정책을 지적하며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강 작가,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책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진열되어 있다. 시민들이 추가로 진열된 소설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를 구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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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온라인 서점에서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그의 주요 저서가 이미 품절돼 출판사는 추가 제작에 나선 상황이다. 출판계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 이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한강의 저서는 예스24에서 7만 부, 교보문고에서 6만 부 등 총 13만 부 이상 판매됐다. 저서에 따라 400~3000배 단위로 판매가 폭증하면서 소비자의 예약을 소화하기 위한 출판사의 증쇄도 이어지고 있다.
영업 시작 시각인 9시 30분께 찾은 교보문고에는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문구와 함께 특별매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서점 문이 열림과 동시에 전날 남아 있던 책들은 모두 팔렸다.
▲ 한강 작가,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책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진열되어 있다. 시민들이 한강 작가의 책들을 살펴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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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를 사러 온 김영빈·김창엽(18, 남) 학생도 서점 관계자에게 "한강 작가의 책이 남아 있는지" 물었으나 "없다"는 답을 듣고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들은 "한국 작가들이 인정을 받는다는 생각에 기뻤고 너무 존경스럽다"면서 "이번 기회에 한강을 포함한 여러 작가의 책을 많이 읽어보자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10시 20분께 특별매대에 <검은 사슴> <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흰> 등이 입고됐다. 사람들은 다시 한번 줄을 지어 책을 손에 집었다. 가장 앞줄에 서서 추가 입고된 책을 종류별로 구매한 이서윤(60, 여)씨는 "어제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밤새 작가님에 대한 영상을 봤다"며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다"고 했다. 이어 "함께 시 낭송을 하는 분들과 작가님의 책 낭송을 해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이천에서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온 김신성(87, 남)씨는 "과거 <채식주의자>를 읽고 '아 이 작가는 분명 빛을 볼 것이다'라고 생각했다"며 "한강 작가의 글에는 인간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느껴진다"고 했다. 또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에 이어 한국 문학도 세계적인 반열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경사인가.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을 우리 글로 읽는다는 생각에 자부심이 생긴다"면서 "자녀들과 지인들에게 오늘 구매한 책을 선물할 것"이라고 했다.
▲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다음날인 11일 오후 1시께, 한강 작가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한 책방 앞에 그의 책을 구입하려는 이들이 줄을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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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기 위해 성북구에서 왔다"는 김은미(40, 여)씨는 <소년이 온다>를 구매한 뒤 서점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었다. 김씨는 "그간 노벨문학상이라는 말을 듣고는 세계문학을 떠올리곤 했다"며 "이제 우리 문학도 세계문학이 됐다는 느낌이 들어 기뻤다"고 전했다.
▲ 한강 작가,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책들을 구입한 한 시민이 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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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공부해서 취득하는 지식에 한계가 있는 번역서와 달리 한강 작가님의 책엔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 배경이 담겨 있다. 한글로 쓴 책이 노벨문학상을 타다니,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라고 강조했다.
근처 또 다른 책방에서 책방지기로 8년간 일해 온 최범석씨는 "한강 작가 뒤에 붙는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너무 신기하다"며 "한국 문학이 세상에 주목을 받게 됐다는 사실과 작가님의 노력을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다음날인 11일 오전 10시 30분께,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앞이 책을 구매하려는 이들로 줄을 이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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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남씨는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 당시 (축전조차 보내기를 거부한) 박근혜 정부의 태도를 보고 정말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론도 한강 작가보다 번역가만 조명해 분노했던 것이 떠오른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 한국 문학계에 (부조리함을 없애는) 바람이 불면 좋겠다"고 했다.
김은미씨는 "한국 정치가 (가야 하는 방향이 아닌) 반대로 가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도 동네책방이나 도서관 관련 사업 예산 지원을 줄였다고 들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사회가 더 나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창엽 학생 역시 "문학 작품을 규제한다는 것은 작가의 표현의 자유를 막겠다는 것"이라며 "이제 그런 (블랙리스트 같은)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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