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해야”… 난감한 포용금융

박성영 2026. 5. 8.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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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금융 공공성 메시지 논란
특히 인터넷은행에 강력한 압박
정책실장 이어 대통령까지 가세
은행권 “결국 부실 떠안아” 당황
AI생성이미지


포용금융을 앞세운 정부의 대(對)은행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중·저신용자 대출 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해 관치금융으로 번질 경우 금융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은행권의 대출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실장은 “은행은 완전한 민간기업이 아니다”라며 “체리피킹(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는 것)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사명이 아니다. 그들이 가진 데이터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정책실장은 권한이 있으니 뜻대로 하라”며 김 실장에게 힘을 실었다.


정부 메시지의 핵심은 신용평가체계를 손질해 서민과 취약 차주가 제도권 금융 안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길을 넓히겠다는 데 있다. 기존 신용등급이나 신용점수 중심의 평가 방식만으로는 차주의 실제 상환 능력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도 담겼다. 일시적인 소득 감소나 과거 연체 이력 등으로 신용도가 낮아진 차주가 계속 고금리 대출에 의존할 경우,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상환 의지, 소득 흐름, 회복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고도 보고 있다.

정부의 시선은 특히 인터넷은행을 향해 있다. 인터넷은행은 출범 당시 빅데이터와 비대면 금융 기술을 활용해 중·저신용자에게 더 넓은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겠다는 명분으로 은행업 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부는 인터넷은행이 고신용자 중심의 안정적인 대출 영업에 치중해온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도 청와대의 메시지에 맞춰 관련 정책 검토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고 금융 양극화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신용평가모형 문제와 중·저신용자 금융 접근성 개선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잇따른 강경 메시지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금융의 자금 배분 기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리는 차주의 상환 능력과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핵심 지표인데, 정책 목적에 따라 이를 인위적으로 낮추거나 대출 공급을 압박하면 왜곡이 일어나기 쉽다. 실제 리스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이 이뤄질 경우 부실 부담이 은행권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건전성 관리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체 위험이 큰 차주군의 대출 비중이 높아질수록 부실 가능성에 대한 관리도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이미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신규 취급 기준 45.6%, 잔액 기준 32.3%였다. 케이뱅크도 각각 33.5%, 31.9%로 규제 기준을 웃돌았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말 기준 34.9%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포용금융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정부 메시지가 자칫 관치금융으로 비칠 수 있다”며 “취약 차주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되 은행 건전성을 함께 고려한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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