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보다 더 무섭대”… 릴스·쇼츠 중독인 나, 괜찮을까

박선영 2024. 10. 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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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영상 보다 몇 시간 훌쩍”…유저 스스로 중독 우려 목소리 커져
실제 Z세대, 평일 75.8분·주말 96.2분 숏폼 시청
“충동 취약한 뇌로 변화해”
인스타그램 로고.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AFP연합뉴스


“인스타 릴스(reels), 유튜브 쇼츠(shorts)가 게임중독보다 훨씬 무섭네요.”

최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숏폼 콘텐츠’의 중독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용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숏폼콘텐츠는 각각 최대 90초, 60초 이내로 제작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쇼츠’로 대표되는 짧은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이용자들은 눈 깜짝할 새 끝나는 릴스와 쇼츠를 하염없이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1~2시간 정도는 우습게 지나간다고 입을 모은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무의식적으로 슥슥 영상을 넘기다보면 멈출 수가 없다”면서 “자기 전 30분만 보려고 했지만 어느새 3시간이 흘러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누리꾼은 “이러다가는 숏폼 콘텐츠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아 애플리케이션(앱)을 그냥 삭제해버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Z세대, 하루 ‘75분’ 숏폼 콘텐츠 본다

스크린에 띄워진 유튜브 로고.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AFP연합뉴스

숏폼 콘텐츠의 영향력은 실제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2022년 7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내 숏폼 플랫폼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 출생자)는 81.2%로 집계됐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1990년대 중반 출생자)의 이용률도 69.2%에 달했다.

이용 경험을 넘어 사용시간도 길어졌다. Z세대는 평균적으로 평일에는 75.8분(1시간15.8분), 주말에는 96.2분(1시간36.2분) 동안 숏폼 콘텐츠를 시청한다고 답했다.

해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와 비영리기관 커먼센스미디어가 지난해 9월 공개한 연구에서 미국 11~17세 청소년 203명 중 50%는 하루 평균 1시간52분 동안 틱톡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먼센스미디어가 같은 해 3월 미국 10대 여성 청소년 1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SNS ‘틱톡’을 사용하는 응답자의 45%가 해당 앱에 중독된 기분을 느끼거나, 본인이 의도한 것보다 더 오래 앱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SNS 중독, 뇌에 변화 일으켜…“충동에 취약해진다”


숏폼 콘텐츠 이용으로 인한 중독 우려는 실제 얼마나 클까. 최근 연구들은 SNS와 인터넷에 과도하게 중독된 이들의 뇌가 화학적 변화를 겪으며, 더 중독되기 쉬운 상태로 변화한다는 결과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6월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과학 저널 ‘플로스(PLOS) 정신 건강’을 인용해 인터넷 중독을 진단받은 10~19세 청소년 237명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해당 연구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해 인터넷 중독 환자의 뇌 부위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살펴본 결과, 뇌에서 ‘능동적 사고’와 관련된 부분의 기능적 연결성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뇌의 변화로 인해 청소년 환자들은 더 쉽게 중독 행동을 하게 되며 정신 건강과 발달, 지적 능력 및 신체적 조정과 관련된 변화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의 수석 저자이자 UCL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아동 건강 연구소(GOS ICH)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맥스 창은 “청소년의 뇌는 강박적인 인터넷 사용, 마우스나 키보드 사용에 대한 갈망, 미디어 소비 등 인터넷 중독과 관련된 충동에 특히 취약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뇌의 변화로 관계와 사회 활동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온라인 활동에 대해 거짓말을 하며 불규칙한 식습관과 수면 장애를 경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논문의 저자인 아이린 리는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문제가 된다”며 “젊은이들은 일상 속 인터넷 사용과 관련해 합리적으로 시간을 제한하고, 온라인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심리적,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달 연구 결과 보고서에서 유럽과 중앙아시아, 캐나다에 사는 11~25세 28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 이상이 SNS 사용 통제를 어려워 했으며 12%는 문제성 게임에도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유럽연합(EU)은 스마트폰과 SNS 규제 방안 마련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유럽 차원에서 ‘SNS가 청소년의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겠다는 약속을 내놓기도 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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