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위 KCC-3위 삼성생명, '하위시드의 도장깨기' 다시 한번?

이준목 2026. 4. 14. 12:5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준목 기자]

남녀 프로농구 부산 KCC와 용인 삼성생명이 나란히 '하위시드의 도장깨기' 2막을 꿈꾸고 있다.

KCC는 13일 원주 DB프로미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6강 PO 1차전에서 DB와 접전 끝에 81-78로 승리했다. KCC는 숀 롱(26점), 송교창(20점) 허웅(17점) 등 주전들의 고른 활약과 4쿼터 결정적인 리바운드 장악에 힘입어 원정에서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역대 프로농구 6강 PO에서 1차전 승리 팀의 4강 진출 확률은 무려 91.1%(51/56)에 이른다.

삼성생명 역시 같은 날 경기도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 4강 PO 3차전에서 부천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70-68로 승리했다. 2승 1패를 기록한 삼성생명은 1승만 더 거두면 4년 만에 챔프전에 진출한다. 여자농구 4강 플레이오프에서 1승 1패 상황에서 플레이오프 3차전을 승리한 팀의 결승진출 확률은 100%(4/4)다.

KCC와 삼성생명의 공통점은 남녀 프로농구 역사상 '가장 낮은 순위로 플레이오프 업셋 우승'을 차지한 팀들이라는 것이다.

KCC는 2023-24시즌 정규리그에서는 5위에 그쳤으나 플레이오프에서 승승장구하며 서울 SK, 원주 DB, 수원 KT를 차례로 격파하고 통산 6번째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남자 프로농구는 10개 구단 중 상위 6개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정규시즌 1, 2위팀은 4강에 직행한다. 6강전부터 시작하는 5위팀이 챔프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KCC가 최초였다. KCC는 2008-09시즌과 2010-11시즌에는 각각 정규시즌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우승을 차지한바 있어서, 4강 직행을 하지 않고도 우승한 경험(3회)이 가장 많은 구단이기도 하다.

삼성생명은 2020-2021시즌 정규리그에서 4위에 그쳤으나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시즌 우승팀 아산 우리은행과 2위 청주 KB스타즈를 연파하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다.

여자프로농구는 6개 구단 중 4개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4강 PO에서는 정규시즌 1위와 4위, 2위와 3위가 격돌하여 챔프전 진출팀을 가린다. 정규리그 4위 팀이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것은 WKBL 출범 후 삼성생명이 역대 최초였다. 당시 우리은행(22승 8패)과 KB(21승 9패)의 승률이 모두 7할대를 넘긴 반면, 삼성생명(14승 16패)는 5할 승률에도 못미치며 승차가 7~8게임에 달했음에도 단기전에서는 대반전을 일으켰다.

공교롭게도 올시즌 두 팀의 행보도 비슷했다. 두 팀 모두 하위시드로 PO에 간신히 턱걸이하며 1라운드부터 홈 어드밴티지를 업은 상위팀들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KCC는 허웅, 허훈, 송교창, 최준용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여 '슈퍼팀'으로까지 꼽혔지만 정규시즌에서는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인하여 정규시즌에는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막판까지 6강 진출조차 장담하기 힘들었을만큼 악전고투한 끝에 28승 26패로 6위를 차지하며 간신히 PO 막차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2023-24시즌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부상당했던 주전 선수들이 하나둘씩 복귀하며 완전체 전력을 꾸릴 수 있게 됐다. KCC의 6강 PO 상대는 당초 DB가 아니라 서울 SK가 될 뻔했다. 정규시즌 3위가 유력하던 SK가 최종전에서 안양 정관장에게 '고의 패배' 의혹에 휩싸이며 4위가 되어 KCC가 아닌 고양 소노를 만나게 됐다.

이는 핵심멤버들이 복귀한 KCC의 전력을 두려워하여 상대를 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SK는 KBL로부터 제재금과 경고 조치를 받으며 팬들의 뭇매를 맞았고, 6강 1차전에서는 소노에게 29점 차로 대패하며 이래저래 체면을 구겼다.

실제로 주전들이 정상 가동된 KCC는 DB(33승 21패)와의 정규시즌 순위와 승차(5게임)가 무색하게 높이와 수비에서 확연히 업그레이드된 전력을 발휘하면서, 경쟁팀들의 기피가 이유가 있었음을 증명했다. KCC가 만일 4강에 오른다면 정규리그 2위 안양 정관장을 만나게 되고, 챔피언전까지 오르면 1위팀이자 지난 시즌 우승팀인 창원 LG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KCC가 6강 1차전과 같은 경기력이라면 정관장이나 LG로서도 힘든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CC는 2년 전 자신의 기록을 뛰어넘어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의 '6위팀 우승'이라는 0%의 기적을 노리고 있다. 농구만이 아니라 한국 프로스포츠 구기종목의 모든 PO 역사를 통틀어도 6위로 플레이오프에 오른 팀이 우승한 사례는 아직 없다.

삼성생명은 14승 16패로 3위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던 2020-21시즌과 동일한 승률을 기록했다. 4강에서 만난 '돌풍의 팀' 2위 하나은행(20승 10패)과의 승차는 무려 6게임이었다.

1차전을 석패했던 삼성생명은 2차전에서 이해란의 개인 커리어하이인 34득점 원맨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3차전에는 무려 16점차 열세를 뒤집고 연장 접전 끝에 대역전승을 거두며 또 한번의 시리즈 업셋에 단 1승만을 남겨뒀다.

PO 경험이 풍부한 삼성생명은 배혜윤과 이해란, 강유림이 연이어 좋은 활약을 펼쳤고, 정규시즌에서 활약이 아쉬웠던 아시아쿼터 하미니시 나나미도 깜짝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등 플레이오프에서는 달라진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3차전에서는 에이스 이해란이 5반칙 퇴장당한 위기상황에서도 배혜윤이 해결사로 나서서 위기를 극복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상대팀 하나은행이 연장전 막바지 부담감 때문에 마지막 공격을 서로 미루다가 슛을 시도하지도 못하고 패한 것과 대조되는 장면이었다. 상대팀 이상범 하나은행 감독은 "삼성생명에게 후반에 3점슛을 손쉽게 허용했다. 우리 선수들이 패기는 좋았지만, 경험에서 삼성생명에 밀렸다"고 분석했다.

KCC와 삼성생명의 선전은, 정규시즌과 단기전은 전혀 다른 무대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되고 있다. 다음 라운드 진출을 위하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두 팀이, 나란히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한번 하위시드의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까.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