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장관 "홍명보 감독, 재선임 거쳐야…그래야 국민 납득"→도중하차 권고하나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향해 재선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지휘봉을 일단 내려놓고 공정 경쟁을 통해 다시 감독직에 오르는 방안을 권유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달 2일 문체부가 홍 감독 선임 논란을 중심으로 대한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부서 장관이 내놓은 발언이어서 눈길을 끈다.
유 장관은 2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그는 홍 감독과 관련 "뭐가 됐든 정당한 절차를 통과해서 선임이 되는 것이 좋다"며 "감사를 통해 불공정한 방법으로 됐다는 것이 확인되면 다시 공정한 절차를 밟게 하는 게 맞다"고 했다.
홍 감독 불공정 선임 논란의 핵심은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지난 7월 초 다른 두 외국인 후보자와의 면접을 마치고 온 뒤 심야에 홍 감독 자택 근처 빵집에서 독대(이 이사 주장)한 뒤 감독직을 제안하고 홍 감독이 전격 선임했다는 의혹에서 비롯 된다.
6월 말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사임한 가운데 이 이사가 정 전 위원장의 권한을 물려받을 근거가 대한축구협회 정관 등을 봤을 때 부족하다는 게 지난 24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이 이사, 홍 감독을 질의응답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의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동석한 유 장관도 문체위 질문에 비슷한 취지로 답변한 적이 있다.
이 이사와 홍 감독의 독대도 다른 두 외국인 후보와 동등한 조건에서의 면접이 아닌, 사실상 감독직 수락을 위한 부탁의 자리 아니었냐는 게 상당수 축구팬 및 국민들의 의견이다. '홍명보 답정너'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한 문체위의 쏟아지는 질문에 정몽규 회장과 이 이사는 논리적인 반박을 하지 못한 상태다.
홍 감독은 자신의 선임 과정에 착오 내지 오차가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결격 사유를 아니라는 식의 답변을 했고 성적 부진이 아닌 이 문제로 감독직을 내려놓을 의사는 없다고 못 박았다. 홍 감독은 이 이사와의 독대도 감독직을 부탁하는 자리가 아닌, 정당한 면접 자리임을 역설했다. 아울러 10차 전력강화위에서 자신이 다비트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과 함께 위원들의 최다 추천 받은 것을 거론하며 "1위가 아니었으면 울산 감독을 하다가 마음 바꿔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간 "홍 감독 선임 건은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던 유 장관은 26일 처음으로 "그렇게 해야(홍 감독 재선임 과정을 거쳐야) 국민, 팬들이 납득 할 것이며 홍명보 감독도 훨씬 더 정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감독이 일단 하차해야 한다는 의견으로도 풀이된다.
의원들 중에선 홍 감독이 왜 (공동)1위를 했는지 평가기준, 세부채첨표 등을 공개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유 장관은 정몽규 회장에 대해선 4연임을 강행할 경우 "승인을 불허하겠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유 장관은 국회 문광위 현안 질의 때 정 회장이 사퇴 뜻을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해선 "그 자리에서 당장 사퇴하겠다, 안 하겠다 얘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잘 정리해서 판단하겠다고 했으니 지금 많은 고민과 심사숙고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정 회장이 끝까지 사퇴를 거부하고 4연임에 나설 경우에 대해 유 장관은 "원칙적으로는 두 번 이상 못 하게 돼 있다. 3연임 할 때도 스포츠공정위원회 허가 과정을 거쳤다. 이번에도 똑같이 그런 절차를 거쳐야 된다"며 "공정위에 '3연임, 4연임은 문제가 있으니 이 부분을 시정해달라'고 권고했다. 그 권고를 안 받아들이면 다시 한번 시정명령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선거 끝난 뒤 승인 불허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체육단체장 연임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4연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연임을 어떻게든 막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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