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1번째 주 어때?" 도 넘은 무례에 야구로 답했다…베네수엘라, 호화군단 미국 꺾고 WBC 우승 [더게이트 WBC]
-수아레스 9회 결승타…하퍼 동점포 무력화시킨 투혼
-'소속팀 우선' 미국의 오만함, 베네수엘라 열정에 무릎

[더게이트]
올스타와 MVP, 그리고 미래의 명예의 전당 입성자들이 한데 모였다. 타자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 투수진과 투수의 심장을 옥죄는 타선. '역대 최강'이라는 수식이 전혀 아깝지 않은 라인업이었다. 하지만 그 찬란한 트로피와 명성은 18일(한국시간) 마이애미에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초반 미국 기세 꺾은 로드리게스의 노련함
기선을 제압한 쪽은 베네수엘라였다. 3회 선두타자로 나선 주장 살바도르 페레스가 단타로 물꼬를 텄고, 마이켈 가르시아가 희생플라이를 날려 귀중한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5회에는 윌리어 아브레우가 미국의 선발 기대주 놀란 맥린이 던진 시속 154.5km(96마일) 패스트볼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겼다. 디 애슬레틱의 앤디 맥컬로 기자는 "아브레우는 베이스를 돌 때 헬멧이 벗겨졌지만 줍지도 않을 만큼 승리에 도취해 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 타선은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를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다. 로드리게스는 최근의 부진을 씻어내듯 전성기 시절의 구위를 재현하며, 미국 타선을 4.1 동안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호투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6회 하퍼가 단타로 출루하며 기회를 잡았지만, 뒤이어 타석에 선 애런 저지가 풀카운트 접전 끝에 내야 땅볼로 물러나는 장면은 이날 엇박자를 낸 미국 타선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7회까지 득점권에 주자 한 명 내보내지 못했던 미국은 8회말에야 비로소 깨어났다. 2사 후 바비 위트 주니어가 볼넷으로 나간 뒤 타석에 선 하퍼가 안드레스 마차도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 너머로 날려 보냈다. 3루를 돌며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 하퍼는 왼쪽 소매의 성조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울분을 토해냈다. 이번 대회 27타수 5안타 8삼진의 부진을 털어낸 순간이었지만, 그 환희는 채 1이닝을 넘기지 못하고 빛이 바랬다.

'소속팀 우선' 미국과 '무보수 열정'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는 이번 대회 내내 끈끈한 팀 분위기 속에 짜임새있는 수비와 강력한 마운드를 자랑했다. 선수들의 헌신도 인상적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무보수로 봉사한 오마르 로페스 감독은 결승 당일 아침 여러 구단으로부터 "선수를 연투시키지 말라"는 압박성 문자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베네수엘라 투수진은 미국 강타선을 9이닝 동안 2실점으로 틀어막는 투혼을 보였다.
반면 미국은 '역대 최강'이라는 이름표가 무색할 만큼 어수선했다. 에이스 타릭 스쿠발은 단 한 차례 등판 후 엔트리에서 빠졌고, 마무리 메이슨 밀러는 결승전 세이브 상황에서만 투입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었다. 대회 내내 온갖 설화에 휩싸인 마크 데로사 감독은 "선수를 건강하게 돌려보내는 게 대회의 묘미"라는 군색한 변명을 내놨다. 조국을 위해 끝까지 자리를 지킨 베네수엘라와, 소속팀 복귀를 이유로 짐을 싼 미국 스타들의 행태는 두 팀이 이번 대회를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 그대로 나타냈고 결과로 드러났다.
정치적 격랑도 야구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에 체포되는 등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도 로페스 감독은 "오늘 밤만큼은 정치적 이념 없이 하나가 되겠다"며 선수단을 결집했다. 마이애미를 가득 메운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의 자발적인 함성과 선수들의 열정 앞에서, 빈라덴 사살 요원까지 초빙한 미국의 '주입식 정신교육'은 힘을 쓰지 못했다. 3년 전 일본에 우승컵을 내줬던 미국은 이번에도 안방에서 타국의 대관식을 지켜보는 들러리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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