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캐스퍼가 이렇게 나왔더라면... 스즈키 허슬러 하이브리드

조회 1,9572025. 2. 7. 수정

[일본 후쿠오카=M포스트 구기성 기자] 일본에서 스즈키 허슬러와 함께 했다. 허슬러는 일본에서 매년 7~8만대가 판매되는 경차로, 현행 제품은 2020년 출시된 2세대다. 국내에서도 마니아가 적지 않아 직수입된 차를 종종 볼 수 있다. 현지에서의 존재감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슬러는 일본 경차 특유의 박스형 스타일에 SUV 특성을 접목한 외관이 두드러진다. 이전 세대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특히 접근각과 이탈각이 크고 타이어와 휠하우스 사이의 간격도 일반 차에 비해 커서 험로를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외관 전면부는 원형 헤드램프와 상자 모향의 아담한 차체가 대조를 이루며 깜찍한 인상을 자아낸다. 범퍼는 뿔 모양의 몰딩과 스키드 플레이트를 덧대 SUV의 짜임새를 보여준다.

측면은 반듯한 박스형 차체가 두드러진다. 앞·뒤 오버행은 극단적으로 짧아 차체에 비해 넓은 거주 공간을 기대할 수 있다. 두터운 클래딩은 사각형으로 둘러 SUV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 전체적으로 스즈키의 소형 SUV인 짐니와 닮아 있다.

후면부는 담백한 디자인으로 이뤄졌다. 네모난 테일램프를 양쪽 끝 모서리에 배치했고 트렁크가 크게 열리도록 설계됐다. 매우 얇아보이는 타이어 트레드는 허슬러를 더욱 귀엽게 보이게 한다.

차체는 길이 3,395㎜, 너비 1,475㎜, 높이 1,680㎜, 휠베이스 2,460㎜로 일본 경차 크기를 만족한다. 무게는 900㎏이 채 되지 않는다.

실내는 작은 덩치임에도 공간을 잘 뽑아냈다는 생각이 단번에 든다. 대시보드는 3개의 바구니 모양 몰딩에 각각 동반석 수납함과 센터페시아 모니터, 계기판을 담은 구성이 돋보인다.

소재는 플라스틱이 대거 활용됐다. 그러나 불만은 없다. '경차'라는 특성을 생각해야 한다. 경량화를 통해 연비 향상을 돕는다.

계기판도 경차답게 속도계를 크게 표시한다. 그 흔한 타코미터와 수온계도 없다. 반면 중앙엔 G 센서를 마련해 가감속 및 선회 시 차에 가해지는 중력을 표시한다.

편의사양은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앞좌석 열선 등을 갖췄다. 하지만 국내 휴대폰의 구글 지도가 연동되지 않아 안드로이드 오토를 연결하고도 스마트폰 거치대를 써야 했다.

4인승의 실내는 도심에서 한 가족이 타고 다니기 어렵지 않을 정도의 공간을 제공한다. 헤드룸, 레그룸 모두 준중형차 수준의 여유를 보인다. 앞좌석은 센터 콘솔과 터널이 없어 좌우 이동이 어렵지 않다.

뒷좌석은 5:5로 나눠 각각 리클라이닝, 슬라이딩, 폴딩이 가능하다. 바닥을 완전 평면으로 설계한 점도 돋보인다.

적재공간은 수하물용 캐리어 두 개를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좁다. 그래서 성인 2명, 어린이 1명 이하 탑승을 추천한다.

동력계는 3기통 660㏄ 자연흡기 엔진에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ISG)를 장착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MHEV)을 채택했다. 엔진은 최고출력 49마력을 발휘하며 모터는 2마력을 보탠다. 터보 버전은 64마력까지 동력을 끌어올렸다. 변속기는 CVT를 조합해 속도와 엔진회전수가 비례한다.

엔진은 하찮은 수준의 동력을 뽑아낸다. 하지만 차체가 워낙 작고 가벼워 초반 가속에 대한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적다.

핸들링은 예상한 만큼의 실력을 제공한다. 태생적 한계가 크지만 그래도 정직한 조향 응답성이 인상적이다. 아소산을 오르는 굽잇길에서도 나쁘지 않은 승차감을 보였다.

하지만 고속도로에 오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MHEV 시스템을 얹었더라도 출력이 워낙 낮아 제한속도 이상을 내기가 쉽지 않다. 얇은 타이어도 고속 안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A필러가 곧게 선 탓에 풍절음도 거세진다. 엔진도 굉음을 내며 스트레스가 커진다.

그러나 효율은 국내 경차의 두 배 수준이다. 약 500㎞ 정도 주행했을 때 평균 연비는 21㎞/ℓ가 넘었다. 시승은 시내, 국도 주행이 대부분이었지만 산을 오르내리는 구간도 결코 짧지 않았다. 물론, 교통 흐름이 한국보다 여유로운 점도 고효율에 보탬이 됐을 것이다.

허슬러는 일본 케이카의 강점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차다. 여유가 필요하고 조금이라도 무리하면 바로 한계에 이른다. 급출발, 급가속, 과속이 잦은 한국 주행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차다.

그러나 매력적인 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차급을 뛰어 넘는 공간과 실용성, 고효율 파워트레인, 그리고 아기자기한 디자인만 보더라도 소유욕을 자극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불편을 무릅쓰고 국내에서 운행하는 소비자들이 왜 있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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