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편익 해쳐" 나이키 '재판매 금지'..리셀 막을 수 있을까

윤슬기 2022. 9. 2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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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서 '리셀' 열풍
'재판매 목적' 리셀러 급증에..일반 소비자 피해도
나이키 '리셀 금지' 조항 신설했지만 '실효성 우려'
나이키가 재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사적 거래를 막기 어려운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나이키가 리셀(재판매)을 목적으로 한 구매자들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 '리셀 금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사적 거래를 통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이키코리아는 오는 10월부터 이용 약관에 '재판매를 위한 구매 불가' 항목을 추가했다. '재판매를 위한 구매'는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제품을 재판매하거나 재판매하려는 의도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키는 제품을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려는 유일한 목적을 가진 플랫폼임을 강조하면서 재판매를 목적으로 한 제품 구매는 엄격히 금지된다고 밝혔다. 리셀 목적의 구매라는 증거가 있다고 나이키가 판단하면 소비자는 계정 제한, 주문 취소, 계정 중지·폐쇄 등의 조치를 받는다.

리셀은 희소성 있는 제품을 구매해 웃돈을 받고 되파는 일을 뜻하는데, 코로나19 이후 리셀시장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투자처로 부상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비교적 적은 비용을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수익률 대비 리스크가 적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꼽혔다.

투자 방식 역시 간단하다. 나이키의 경우 한정판 운동화의 구입 자격을 무작위 추첨으로 부여하는데, 이를 '럭키 드로우'라고 한다. 소비자가 나이키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응모를 한 뒤 당첨되는 방식이다.

국내 리셀시장의 규모는 약 6000억으로 추산되는데 거래되는 품목 중 스니커즈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나이키 상품이 리셀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리셀테크(리셀+재테크) 열풍이 이어지면서 리셀 거래를 돕는 플랫폼도 나타났다. 국내 리셀 시장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크림은 판매자·구매자에게 제품의 구매·판매 시세 및 보관 판매, 창고 보관 구매 서비스에서 제공한다. 나이키 신발 당첨됐을 때 배송지를 크림으로 설정한 뒤 즉시 상품을 보내 리셀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나이키가 오는 10월주터 재판매를 위한 구매를 금지한다고 밝혔다./사진=나이키 홈페이지

리셀테크가 인기를 끌면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재판매를 목적으로 한 구매자들이 늘어나면서 실제 신발 사용을 원하는 일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겼고, 리셀러들이 과도하게 웃돈을 얹어 파는 탓에 소비자들의 편익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일부 전문 리셀 업자들이 매크로(반복 작업 프로그램)를 이용해 물량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나이키는 '리셀 금지'에 나섰다. 10월부터는 나이키가 구매자를 리셀러 혹은 재판매 목적으로 판매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주문 거부 또는 취소할 수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비자들의 사적 거래를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기업이 이미 판매한 물건에 대해 감시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재판매 문제가 다수 불거졌던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의 경우에도 아직 해결책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에 의해 경기장 등에서 암표 매매를 하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형을 받지만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티켓 재판매를 규제할 처벌법은 없다.

전문가 역시 관련 제도가 시장에서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나타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리셀 관련 나이키 대책이 상당히 늦게 나왔고, 나온 대책도 배송지를 변경하거나 구매자 명의를 변경하는 식으로 리셀러들이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경우 리셀은 당연히 가능하다"며 "하지만 지금은 프리미엄이 붙은 티켓 가격과도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리셀러들이 누리는 차익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이키가 어떤 방식으로 재판매를 규제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제시한 대책에 실효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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