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싼이 1억 5천만 원!" 현대 투싼의 놀라운 변신
2009년, 현대차는 완전히 새로워진 '2세대 투싼'을 선보이면서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담백한 디자인과 무난함을 전면에 내세우던 이전 세대 모델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투싼이라는 이름표가 없었다면 못 알아볼 정도로 과감한 스타일을 선보였어요.
이전 모델이 북미 시장을 타겟으로 그 지역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디자인을 채택했다면 이번에는 유럽 디자인 센터의 작품을 반영한 것에서 예상할 수 있듯 유럽 감각의 디자인이 돋보였습니다. 이 시기 현대차가 유럽 시장 확대에 힘을 쏟기도 했고 미국, 아시아 할 것 없이 전 세계적으로 유럽 디자인 트렌드가 주류로 자리 잡은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크로스 오브 컨셉트카 '익쏘닉(iX-onic)'의 디자인을 반영한 외관은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 쳐', 흐르는 듯한 조형을 테마로 거대한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마치 바람에 밀려난 듯 치켜올라간 눈매, 날카로운 후면 디자인으로 전작의 투박함은 온데 간데 없어진 우아하면서도 한층 스포티해진 인상이었어요.
익쏘닉에서 가져온 서브네임 'iX'는 'Inspiring', 'Intelligence', 'Innovation'의 앞글자인 알파벳 'I'와 크로스오버를 의미하는 'X'를 조합해 지어졌습니다. 앞서 현대차는 해치백 i30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의 차명을 '알파뉴메릭' 작명으로 정리할 것을 선언한 바 있죠. 세단 라인업은 'i', SUV 라인업은 'iX'로, 2세대 투싼도 유럽 등 일부 시장에서는 iX35로 출시됐어요.
전반적으로 거친 들판보다는 잘 닦인 아스팔트 도로가 어울리는 도심형 크로스오버의 느낌으로 탈바꿈했지만, 검은 플라스틱 가니시를 덧대 약간의 터프함을 남겼고, 날렵한 리어램프와 범퍼 하단의 반사판, 18인치의 대구경 알루미늄 휠로 심심하지 않게 마무리하면서 듀얼 머플러 팁의 부재를 보완한 것도 좋았어요.
디자인을 강조하기 위해 당시 패션 트렌드였던 'SEXY'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웠고 미국의 섹시 아이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음악을 배경으로 도발적인 내용의 TV 광고를 선보였던 게 아직까지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파격은 실내에도 이어졌습니다. 당시 저도 그랬고 외관보다는 실내에서 놀라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어요. 전작의 MPV 분위기는 온데 간데 없어지고 세단에 가까워졌는데, 스포티해진 외관에서 짐작되듯 낮아진 전고로 시트 포지션을 함께 낮추면서 더욱 승용 감각이 강조됐습니다. 탑승객을 둥글게 감싸며 부드러운 X자 형상을 만드는 인테리어는 스티어링 휠 디자인부터 버튼 하나까지 어느 하나 독특하지 않은 게 없었습니다.
특히 고리타분한 우드 그레인을 배제하고 메탈 그레인과 어두운 우레탄 내장재로 꾸며 전작의 포근함 보다는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그 사이 현대차의 브랜드 컬러로 자리 잡은 푸른색 조명을 사용해 도시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버튼 시동 스마트키가 도입됐고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2-실 린더 타입의 계기판, 후방 카메라를 더한 7인치 내비게이션, 좌우독립식 풀오토 에어컨은 보기에도, 기능면으로도 훌륭했답니다.
뒷좌석 공간도 전고를 낮추면서 헤드룸에서는 약간의 손해를 봤지만, 레그룸을 비롯한 공간은 충분했고 열선 시트와 암레스트 등 편의 장비도 무난했어요. 무엇보다 르노삼성의 'QM5'가 한 발 앞서 선보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파노라마 썬루프가 적용돼 외관에서의 드레스업 효과와 더불어 실내 개방감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대신 앞뒤 모두 블라인드 커버는 손으로 여닫아야 했죠.
트렁크 공간도 여전히 넉넉했습니다만, 뒷좌석의 다이브 기능이 빠져 폴딩 시 약간의 경사가 생긴 것, 전동 시트가 들어간 대신 조수석의 풀 폴딩 기능이, 날렵해진 리어 디자인으로 플립 업 글래스가 사라지면서 실질적인 실용성이 전작보다 못해졌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파워트레인은 'EURO5'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시키는 4기통 2.0L 디젤과 쏘나타와 공유하는 세타2 가솔린 두 가지 엔진에 6단 수동 및 6단 자동변속기, 디젤에 한해 전자식 4륜 구동 시스템이 옵션으로 제공됐습니다.
주력인 디젤은 앞서 싼타페와 형제차가 된 쏘렌토 2세대 모델, 쏘렌토 R에서 처음 선보인 R 디젤 엔진으로 최고 출력 184마력 최대 토크 40kgf.m에 달하는 동 배기량 디젤 엔진 중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했습니다. 엔진 오일이 무려 8리터나 들어가는 세계 최고의 먹성도요. 컨셉트카 익쏘닉이 품었던 1.6L 터보 가솔린 파워트레인은 탑재되지 않았지만, 어차피 이때도 가솔린 SUV는 인기가 없었고 주력인 디젤 엔진이 워낙 만족스러워 딱히 아쉬움도 없었어요.
출력이 눈에 띄게 상승한 만큼 호쾌한 가속감을 선사했고 확실히 개선된 연비는 만족스러웠지만, 차급의 한계를 실감하게 하는 방음 성능과 투박한 승차감,이 시기 MDPS를 탑재했던 현대기아차 대부분이 공유한 이질적인 조향 질감은 아쉬움으로 지적받았습니다. 그래도 유럽시장에 초점을 맞춰 준비했던 만큼 나름 스포티한 세팅으로 전반적인 주행 성능은 전작 대비 크게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어요.
한편 1세대 투싼이 '아반떼 XD'의 소형 플랫폼으로 만들어졌기에 당연히 이 투싼 iX 역시 아반떼 HD의 플랫폼을 활용했다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보다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활용하기 위해 이 모델부터 'YF 쏘나타'와 ' 싼타페' 등 상위 모델과 공유하는, 현대차가 1세대 통합 플랫폼으로 분류하는 차세대 중형 플랫폼이 채택됐습니다. 그도 그럴 게 주력인 2.0L R 엔진만 해도 토크가 무려 40에 육박했으니까요. 같은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형제차 스포티지 R이 강력한 성능의 2.0L 터보 GDi 엔진을 얹었던 것도 곁들여 보시면 참고가 되실 거예요.
이후 2011년식부터는 전자식 자세제어장치(VDC)에 MDPS의 조향 기능을 연동한 섀시 통합 제어시스템(VSM)을 전 모델에 기본 적용하고, 그저 계기판 한쪽에 안내 등으로 운전자의 경제 운전을 유도했던 소극적인 방식의 에코 드라이빙 램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엔진과 변속기, 에어컨 등을 스스로 조절해 연비 향상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액티브 에코' 기능을 추가해 경제성을 강화했습니다.
블랙 베젤을 더한 프로젝션 헤드램프로 인상이 더욱 또렷해졌고, 이 무렵부터 현대차의 자체 튜닝 브랜드 'TUIX'를 선택해 외관을 좀 더 스포티하게 꾸밀 수도 있었죠. 한국인이 사랑에 마지않는 편의 기능인 운전석 통풍 시트가 추가된 점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었고요.
2012년 연식 변경에서는 한국인인 사랑해 마지않는 또 하나의 편의 장비 열선 스티어링 휠과 스스로 스티어링 휠을 돌려 주차를 돕는 자동 주차 보조 시스템, 크루즈 컨트롤 같은 편의 기능을 보강해 상품성을 높였습니다. 이 모델부터 도어 잠금 해제 시 사이드 미러가 함께 접고 펴지는 락 폴딩 기능이 추가된 것도 깨알 같은 포인트였죠.
2013년에는 내/외관 디테일을 수정해 신선함을 더한 페이스리프트 모델 '뉴 투싼 iX'가 출시됐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만족감이 컸던 만큼 기존의 분위기는 고스란히 유지한 채 유럽형과 비슷한 형상으로 수정된 범퍼와 다이아몬드 커팅을, LED를 적용한 앞뒤 램프로 존재감을 더욱 강화한 것이 특징이었어요. 상하단으로 구분이 명확했던 헥사고날 그릴도 일체감을 높이면서 신형으로 거듭난 싼타페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또 변화를 체감하게 하는 데에는 색깔 만한 게 없죠. 기존에 쓰던 외장 컬러 외에 시그니처 컬러로 강렬한 오렌지 색상을 내세우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강조했어요.
호평받았던 실내도 괜히 건드릴 필요는 없겠죠. 외장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색상의 가죽 시트를 추가하는데 그쳤고, 기존의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각종 디테일과 편의 기능을 최신 사양으로 업데이트해 내실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운전자의 시선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계기판은 컬러 LCD 정보창을 추가,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했고, 전후방 주차 센서를 갖춰 주차 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스마트폰으로 원격 시동, 온도 조절 등이 가능한 최신 텔레매틱스 '블루 링크'를 추가한 내비게이션, 뒷좌석 승객을 위한 센터 에어 벤트가 추가된 것도 반가운 구성이었죠.
이 밖에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패키지 옵션을 제공했는데, 후진을 넣으면 후방 카메라가 나오는 고급형 오디오와 자동 주차, 이게 왜 여기 껴있는지 의문인 레인 센싱 와이퍼, 러기지 스크린을 한 대 묶은 독특한 구성이었습니다. 종종 옵션 장난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던 몇몇 구성들이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좀 납득이 가게 구성을 해줬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한편 운전석에만 있어서 왠지 남한테 눈치 보였던 통풍 시트는 2015년식 끝물에 가서야 조수석에도 추가됐습니다.
주행 면에서도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토크를 소폭 끌어올린 디젤 엔진과 기존 세타 가솔린 엔진을 앞서 유럽 전략형 중형차 i40를 통해 선보였던 신형 누우 GDi 엔진으로 변경했어요. 원래도 힘 하나는 좋았기 때문에 파워트레인의 변화를 체감하기는 힘들었지만, NVH가 보강돼 주행 중 소음이 줄었고 직전 모델보다 주행 품질이 소폭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여러모로 소비자들의 지적을 수용해 완성도를 끌어올린 모델이었죠.
한편 2014년에는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친환경 모델 '투싼 FCEV'가 정식으로 출시됐습니다. EV라는 명칭이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듯 내연기관처럼 수소를 폭발시켜서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연료전지 스택에 수소를 투입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것으로 모터를 굴리는 전기차의 한 종류입니다. 당연하게도 배출가스가 전혀 없고 무거운 배터리를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 배터리 전기차들에 비해 적은 용량의 배터리를 투입하여 가장 친환경적인 파워트레인으로 주목받는 시스템이죠.
현대차는 독자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스택과 100kW 출력의 구동 모터를 장착,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도 이질감이 크지 않은 주행 성능으로 호평받았고, 수소 완충 시 594km에 달하는 넉넉한 주행거리도 확보했습니다. 과거 테스트카 시절에는 대당 10억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었지만,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양산하는데 성공했는데요. 그럼에도 우리가 도로 위에서 이 차를 못 본 이유가 있겠죠. 10억의 10분의 1, 1억 5천만 원이었습니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죠.
이때까지도 수소차를 상용화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수준이었고, 대부분의 특수 파워트레인 차량들이 그러하듯 연구 목적 및 관공서용 차량으로 납품됐습니다. 이 투싼 FCEV를 통해 많은 노하우를 쌓은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효율을 더욱 개선하고 일반 고객들이 접근 가능한 수준까지 가격을 낮추는데 성공,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전용 모델을 양산하게 되는데, 이것이 여러분이 아시는 '넥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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