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생산·소비패턴 바꾸자" 현대차가 美서 선보인 '패키지' 숨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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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최근 미국에서 '현대 홈(Home)'이라는 상품을 선보였다.
집에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태양광 패널이나 이를 보관할 에너지 저장장치(ESS), 전기차 충전기 등으로 구성된 패키지다.
여기에 미국에선 널찍한 패널이나 충전기 설치가 가능한 단독주택 위주의 주거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현대 홈'이 눈길을 끌기에 좋은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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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활용 생산·소비 종합솔루션 제공은 美시장이 최초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현대차가 최근 미국에서 ‘현대 홈(Home)’이라는 상품을 선보였다. 집에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태양광 패널이나 이를 보관할 에너지 저장장치(ESS), 전기차 충전기 등으로 구성된 패키지다.
현지 가정용 전력망 전문업체 일렉트럼이라는 곳을 통해 이러한 기기를 설치해주고 어떤 방식이 효율적일지 조언해주는 서비스도 포함돼 있다. 현지에서 가정용 전력망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일렉트럼이라는 곳과 함께한다.
앞서 지난해 LA오토쇼에서 콘셉트를 선보여 호응을 얻었고 실제 양산으로 이어졌다. 국내나 일부 지역에서 전기차 충전사업을 하거나 충전기를 팔긴 하나 이처럼 충전과 관련한 일련의 솔루션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견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한 판촉의 일환으로 읽힐 법도 하나 속내를 살펴보면 의미가 작지 않다. 이 회사가 수년 전부터 내세우는 "인류를 위한 진보" "지속가능한 이동수단(모빌리티)"을 실제 현실에서 구현하는 방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가 배출가스가 없으니까 환경친화적이라는 건 반만 맞는 얘기다. 생산·제작과정에서는 물론 현 단계에서는 동력원인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탄소가 배출된다. 오염원 배출도 적지 않다. 많이 늘었다고는 하나 우리나라 전체 전기 생산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 비중은 아직 10%도 채 안 된다.
‘현대 홈’이 겨냥하는 지점은 복합적이다. 미국에선 최근 수년 사이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나 사고로 인한 블랙아웃,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게 상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인식이 번졌다.
한 세기 넘게 이어진 중앙집권적인 그리드 전력망이 미래는 물론 현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소수의 거대한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 곳곳에 나눠주는 방식은 먼 옛날 기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구축된 ‘옳지 않은’ 방식이어서다.
우리 사회가 재생에너지 위주로 전기를 만들어 쓰기 위해선 탈(脫)중앙화·개별화된 그리드 전력망을 갖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여기에 미국에선 널찍한 패널이나 충전기 설치가 가능한 단독주택 위주의 주거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현대 홈’이 눈길을 끌기에 좋은 조건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탈탄소를 외치며 재생에너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점도 호재다.
흔히 얘기하듯, 자동차 회사가 얘기하는 전동화 전환은 단순히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차를 많이 만들어서 파는 게 전부가 아니다. ‘현대 홈’은 차량을 굴리는 데 쓰는 동력원을 어떻게 얻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의 산물이다.
현대차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에 따라 전기차 한 대당 7500달러(약 1000만원) 규모의 세금공제가 안 될 처지에 놓였다. 일부 차종이 곧 현지에서 양산되나 판매량을 책임지는 볼륨 모델 대부분은 현지 전기차 전용 신규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 전까지 한국에서 만들어 실어 날라야 한다.
테슬라를 비롯해 주요 메이커마다 잇따라 신형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가격경쟁력마저 떨어지면서 뒤처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녹록지 않은 여건에서도 ‘현대 홈’ 같은 솔루션을 구상해 실제 시장에 내놨다는 건 정책이슈와 별개로 ‘옳은 방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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