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늪’ 빠진 코스피…레버리지의 역습 [스페셜리포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 증시 변동성 촉매제로 떠오른다. 거래대금이 몰릴수록 ETF 수익률을 맞추기 위한 기초자산 매매 규모도 커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관련 수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성을 키울 경우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워낙 커 코스피 전체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ETF라는 꼬리가 지수 전체를 흔드는 ‘왝더독’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도 출시를 후회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효과는 별로 많지 않고 부작용은 너무 커지고 있다”며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하고 있다”고 정책 실패를 반성했다. 금융권에서는 레버리지 ETF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 투자자 진입 요건을 높이거나 신규 상품 출시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예탁금 기준을 올리고 일정 기간 신규 인가를 보류하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 다만 규제 기조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흐를 경우 상품 다양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빠르게 출시되고 있는 만큼 국내 ETF 시장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리밸런싱 매매가 키운 진폭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증시 변동성 확대는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 추이가 대표적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개 상품이 상장한 5월 27일, VKOSPI는 70.7을 기록했다.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더니 6월 30일 기준으로는 93.8까지 뛴 상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고점인 89.3을 웃도는 수준이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수가 오르는 상황에서 코스피 변동성이 확대되는 현재 국면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올해 평균치(59.1, 6월 30일 기준)보다 변동성이 높았던 구간은 금융위기(89.3)와 코로나 팬데믹(69.2)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매매가 지수 변동성을 키운 요인 중 하나라고 봤다. 리밸런싱은 ETF가 목표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기초자산 비중을 다시 조정하는 거래를 말한다. 옵션 시장의 ‘숏 감마(Short Gamma)’와 비슷한 구조다. 숏 감마는 통상 옵션 시장에서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주가가 내리면 더 파는 구조를 말한다. 레버리지 ETF도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기초자산 주가가 오르면 기초자산을 더 사고 떨어지면 더 파는 형태다.
다만 일반적으로, 리밸런싱이 지수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박우열 애널리스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도 수백 개의 레버리지 상품이 거래되고 있지만, 시가총액 비중이 가장 큰 엔비디아조차 레버리지 ETF 출시 당시 지수 비중은 2~3%에 불과했고 현재도 8%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개별 종목의 지수 내 비중이 낮은 만큼, 리밸런싱 충격이 지수 전체로 번질 여지도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 비중이 코스피200 시가총액의 65%에 달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수요로 인해 개별 종목 변동성이 커지고 지수 변동까지 나타날 수 있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레버리지 ETF가 앞으로 변동성에 미칠 영향은 지금보다 거세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핵심은 두 가지다. 먼저 변동성이 다시 변동성을 부르는 구조다.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움직이면 레버리지 ETF도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이 사고팔아야 한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진폭은 상당한 편이다. 빅테크 설비투자(CAPEX)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과 완제품 수요 둔화 우려가 맞물린 영향이다. 두 종목 주가가 크게 움직일수록 리밸런싱 매매 규모도 커진다. 이 과정에서 관련 수급이 다시 주가를 흔들면, 변동성이 리밸런싱을 부르고 리밸런싱이 다시 변동성을 키우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신현용 애널리스트는 “기초자산의 주가 변동폭이 클수록 레버리지 유지를 위한 리밸런싱 수요가 확대되고, 이는 다시 기초자산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또 다른 변수는 커질대로 커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몸집이다. 신현용 애널리스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은 상장 이후 순자산규모(AUM)가 3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기초자산 시총 대비 AUM 증가 속도가 가파른 상태라 레버리지 ETF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AUM이 커질수록 동일한 수익률 변동에 대한 리밸런싱 규모도 비례해 증가한다”며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거래대금 대비 리밸런싱 비율이 더 높아져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2배 상품도 수익률 제각각
변동성 확대는 ‘괴리율’ 문제로도 번진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특정 종목 하루 수익률의 두 배를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ETF 가격이 항상 실제 가치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기초자산 주가가 급등락하거나 ETF 매수·매도 주문이 한쪽으로 몰리면 ETF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NAV) 사이에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이 차이를 괴리율이라고 한다. 괴리율 확대 국면에서는 투자자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 방향을 맞히고도 기대한 수익률을 얻지 못할 수 있다.
특히 괴리율은 장 마감 전 동시호가 구간에서 커지기 쉽다. 동시호가는 장 마감 직전 일정 시간 동안 매수·매도 주문을 모은 뒤 하나의 가격으로 체결하는 제도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바로 거래가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 마감 시점까지 주문을 쌓아둔 뒤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가격을 한꺼번에 정한다. 이 때문에 일반 거래 시간처럼 가격이 실시간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 구간에서는 유동성공급자(LP)의 존재감도 줄어든다. LP는 ETF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매수·매도 호가를 내는 증권사다. 평소에는 ETF 가격이 순자산가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ETF 매수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순자산가치보다 비싸질 수 있고, 매도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순자산가치보다 싸질 수 있다. LP는 이때 반대편에서 호가를 내 가격 차이를 줄인다. 예를 들어 순자산가치가 1만원인 ETF가 시장에서 1만500원까지 오르면 LP가 매도 호가를 내 가격이 더 튀지 않도록 한다. 반대로 시장가격이 9500원까지 떨어지면 매수 호가를 내 가격을 받쳐준다.
문제는 동시호가 구간에는 LP의 호가 제출 의무가 완화된다는 점이다. 동시호가 구간에는 주문이 바로 체결되지 않고 마지막에 한 번 가격이 정해지는 만큼, ETF의 적정 가격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호가를 내기 어려워서다. 평소처럼 호가를 내도록 강제하면 예상치 못한 가격에 체결돼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일종의 LP 보호 장치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격 왜곡 위험이 커지는 구간이 된다. 기초자산 주가가 크게 움직이고 ETF 주문까지 한쪽으로 몰리면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간 차이가 갑자기 벌어질 수 있다.
지난 6월 8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SK하이닉스 주가는 7%대 떨어졌지만, 해당 상품은 장 막판에 50% 이상 급등했다. 동시호가 구간에서 대량의 시장가 주문이 들어오면서 벌어진 일이다. 당시 괴리율은 90% 안팎까지 뛰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머리 아픈 일이다. 괴리율이 ETF 수익률 편차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순자산가치가 1만원인 ETF를 괴리율로 인해 1만500원에 샀다면, 투자자는 출발선부터 5% 비싸게 산 셈이다. 이후 ETF의 순자산가치가 1만2000원으로 오르면 순자산가치 기준 수익률은 20%다. 하지만 투자자가 1만500원에 매수해 1만2000원에 매도했다면 실제 매매 수익률은 약 14.3%에 그친다. 순자산가치가 오른 만큼 수익을 온전히 가져가지 못하는 구조다. 괴리율 관리 수준에 따라 같은 기초자산을 추종하는 ETF끼리도 수익률 편차가 생길 수 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크게 출렁인 6월 26일을 살펴보자. 당시 SK하이닉스 주가는 8.3% 하락했다. 단순 계산하면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이론상 등락률은 -16.72%다. 하지만 실제 수익률은 상품마다 달랐다. 상장된 5종의 상품 수익률은 -17.01~ -18.24%로 다양했다. 주목할 지점은 괴리율이 컸던 상품이 수익률 오차도 컸다는 점이다.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괴리율은 -1.35%였다. 실제 수익률은 -18.16%로 이론상 등락률보다 1.44%포인트 더 떨어졌다.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도 괴리율이 -1.13%였고, 실제 수익률은 -18.24%로 이론상 등락률과의 차이가 1.52%포인트에 달했다. 반면 괴리율이 -0.53%로 상대적으로 작았던 SOL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경우 수익률 오차도 적었다. 수익률은 -17.01%로 이론상 등락률 차이는 0.29%포인트에 그쳤다. RIS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역시 괴리율은 -0.88%, 수익률 오차는 0.82%포인트였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괴리율 관리에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에 ‘ETF 괴리율 관리 개선 방안 검토안’을 전달했다. 국내자산 ETF 허용 괴리율은 3%에서 2%로, 해외자산 ETF 허용 괴리율은 6%에서 3%로 강화하고, 적정 괴리율 위반 여부는 자산운용사 신규 ETF 상장 시 평가항목으로 포함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 대응용 전략적 카드로
다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무조건 악마화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상품 자체보다 투자자가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뛰어드는 데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투자자가 왜 레버리지 상품을 사는지부터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히 “많이 오를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접근하면 위험하다. 실적 발표, 대형 수주, 외국인 수급 유입처럼 단기 모멘텀이 분명할 때 활용하는 편이 낫다. 방향성이 강한 구간에서 짧게 쓰는 상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매수 전부터 매도 시점을 정해두는 편이 좋다.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차익을 실현하고, 반대로 예상이 빗나가면 손절 기준에 따라 빠져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도 “단일종목 주가가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투자금이 잠식되는 ‘음의 복리효과’ 등으로 장기투자에 부적합하다”고 경고했다.
음의 복리효과는 쉽게 말해 ‘오를 때 번 돈보다 내릴 때 잃는 돈이 더 커지는 구조’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투자한 레버리지 ETF가 20% 오르면 120만원이 된다. 여기서 다시 20% 떨어지면 96만원이 된다. 같은 20% 상승과 하락을 겪었는데도 원금 100만원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주가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 투자금이 조금씩 깎이는 이유다.
포트폴리오 구성 측면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레버리지·인버스 ETF 운용사 디렉시온은 자사 레버리지 상품을 ‘전략적 도구’라고 설명한다. 레버리지 ETF는 포트폴리오의 중심 자산이라기보다 시장 흐름에 맞춰 일부 자금으로 활용하는 도구에 가깝다는 의미다. 켄 첸(Ken Chen) 글로벌 X 인베스트먼트 캐나다 수석 애널리스트도 최근 CFA 협회 기고문에서 “레버리지 ETF는 적은 자금으로 원하는 시장 노출을 확보하는 수단”이라고 조언했다.
자본 시장 차원에서도 레버리지 ETF 악마화는 경계해야 한다. 순기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해외 레버리지 ETF로 향하던 국내 투자 자금을 한국 증시 안으로 끌어오는 효과가 대표적이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해외 시장에 투자하던 국내 자금을 한국 시장으로 환류시키는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라며 “연착륙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상품 자체를 규제하기보다 투자자 교육·괴리율 관리·과도한 마케팅 제한 등 과열을 관리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금감원장 발언 두고 업계는 ‘부글부글’
증권 업계는 반발한다. 일단 수수료 규모부터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6월 23일 기자들과 만나 “증권사들이 라이선스 하에서 행동을 하는 건데 ‘배불린다’는 것은 안타까운 얘기”라며 “수수료는 5월 27일(상장일) 이후로 데이터를 보면 (지금까지) 약 500억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가 마냥 돈만 버는 구조도 아니라는 항변도 나온다. 교육세 때문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가 늘면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LP 역할을 맡은 증권사는 ETF 거래 상대방이 되는 과정에서 가격 변동 위험을 떠안는다. 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기초자산이나 선물을 활용한 헤지 거래가 함께 이뤄진다.
문제는 세금 계산 방식이다. 증권사는 LP·헤지 거래 과정에서 한쪽에서는 이익을 내고 다른 쪽에서는 손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교육세는 유가증권 매각이익 등 이익 항목을 중심으로 부과돼 손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실제 벌어들인 순수익보다 세 부담이 크게 잡힐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매매익만 포함하는 교육세 과세표준과 실질 순손익 사이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현행 과세표준 산정 방식이 유동성 공급과 ETF 상품 공급 역할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지속될 경우 시장 유동성 저하와 가격발견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 거래에 대한 교육세 과세표준에 손익통산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7호(2026.07.08~07.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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