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반장의 충격 고백... 익명의 쪽지가 뒤흔든 학교
[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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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세계의 주인> 스틸 |
| ⓒ ㈜바른손이앤에이 |
주인은 전교생 서명운동에 유일하게 반대하면서 이상한 익명의 쪽지를 받는다. 수호(김정식)는 성폭력 전과자가 동네로 돌아오는 걸 막고자 한다. 하지만 주인은 자극적인 문구가 탐탁지 않다. 그 말이 틀렸다고 반박하며 동참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점점 일거수일투족을 꿰뚫어 보는 듯한 문구에 당혹감을 넘어 불길함이 커져 간다.
대체 쪽지는 누가 보낸 걸까. 의문은 영화를 지속하는 원동력이 되고, 마지막에 가서야 의도를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다. 주인을 향한 수많은 쪽지는 주인 내면의 소리이자 고정관념이기도 하다. 누가 보낸 건지 끝끝내 밝히지 않음으로써 폭력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일임을 강조한다. '나도 겪었다'라는 은근한 고백은 주인에게 힘을 보탠다. 연대는 드러낼 때에만 힘이 되는 게 아니다. 때로는 에너지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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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세계의 주인> 스틸컷 |
| ⓒ ㈜바른손이앤에이 |
10년 동안 품어 왔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은 계기는 진정성이었다. 도서 <아주 특별한 용기>를 중심으로 수많은 논문, 사례집, 다큐멘터리를 참고했던 윤가은 감독은 흔히 폭력의 피해자, 생존자를 다루는 방식의 전형성을 탈피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건강하고 단단한 인물의 일상을 소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삶의 중심을 찾고 회복하려는 얼굴로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마음을 담담하게 전한다.
첫 장면부터 예상을 비껴간다. 암전 화면에서 주인은 한창 남자친구와 딥키스를 한다. 십 대의 성과 사랑을 그려내고 싶었다는 윤가은 감독은 "주인의 최대 고민이면서도 해결되지 않는 트라우마를 온몸으로 부딪치는 도전 과정을 그리려 했다"며 이야기의 해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기승전결로 진행되는 이야기의 구조를 짜는 게 아닌, 장면을 맞추기 시작한 후 이야기를 구조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이해할 수 없고, 불친절함이 가득한 영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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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주인의 세계> 스틸컷 |
| ⓒ ㈜바른손이앤에이 |
비슷한 소재의 영화 중에서도 단연 <세계의 주인>의 사려 깊은 시선은 윤가은 감독의 태도와 연결된다. 타인의 낯선 행동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이해하게끔 도와준다. 늘 거울처럼 자신을 비추어 본다. 남의 이야기는 하기 쉬어도 내 이야기를 꺼내기는 어렵다. 여러 의미에서 이 영화의 화법은 실험적일 수 있다. 버겁고 무거운 아픔은 감히 헤아릴 수도 없고, 다독인다고 위안이 될까 싶다. 그저 <세계의 주인>의 좋은 어른들처럼 그 자리에서 묵묵히 들어주고 있어도 힘이 된다는 걸 영화는 넌지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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