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입사 비결? '시크릿가든'에 빠져 익힌 한국어"[한국어 시대③]

이종길 2024. 10. 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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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렌 이즈기는 LG화학 튀르키예 법인 영업사원이다.

"삼성, LG, 현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대기업은 튀르키예 취업 준비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LG화학도 다르지 않다. B2B 사업이 주라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으나 LG전자가 워낙 유명하지 않나(웃음). 다들 좋은 회사에 다닌다고 부러워한다. 한국어를 배우는 후배들은 한국 대기업에 입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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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학당 우수 학생 제렌 이즈기
능숙한 한국어 실력 인정받아 LG화학 입사
"세종학당 덕에 텔레비전도 자막 없이 시청"
"한국 방문하면 집에 온 듯한 기분 들어"

제렌 이즈기는 LG화학 튀르키예 법인 영업사원이다. 현지 시장을 조사하고 업체들의 요청사항을 접수한다. 한국어 소통은 필수다. 한국 본사와 협의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부서 상사들도 모두 한국인이다. 그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LG화학 튀르키예 법인에서 근무하는 제렌 이즈기[사진=세종학당 재단 제공]

"삼성, LG, 현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대기업은 튀르키예 취업 준비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LG화학도 다르지 않다. B2B 사업이 주라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으나 LG전자가 워낙 유명하지 않나(웃음). 다들 좋은 회사에 다닌다고 부러워한다. 한국어를 배우는 후배들은 한국 대기업에 입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고."

특별한 능력의 배경에는 한국 드라마가 있다. 이즈기는 고등학교 때 친구가 추천한 '시크릿가든'에 푹 빠졌다. 한국 드라마에 매력을 느껴 쉰 편 정도를 몰아서 시청했다. 자연스럽게 쉬운 단어들을 알아들으면서 한국어를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이스탄불에 있는 빌기대학교 국제통상학과에 입학했다. 진학과 동시에 가족에게 한국말을 배우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어 학원을 알아본 부모는 이스탄불에 세종학당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이즈기는 선생님들이 모두 한국인이란 점을 확인하고 등록 절차를 밟았다.

제렌 이즈기는 2019년 튀르키예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대회에서 1등을 했다.[사진=세종학당 재단 제공]

"친구들은 조금 다니다가 포기할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꾸준히 한국어를 공부했다. 세종학당을 다니기 전에는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제발', '사랑해', '미안해' 같은 단어를 알아듣고 이해하는 정도였다. 세종학당에서 공부한 뒤는 다르다. 선생님들과 문제없이 대화를 나누고, 메일도 쓰고, 텔레비전도 자막 없이 시청한다."

그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5급을 통과했다. 이제는 영어보다 한국어를 더 편하게 느낀다. 이즈기는 비결로 한국 문화를 꼽는다. 하나씩 알아가면서 한국어를 향한 관심이 커졌단다.

"세종학당 선생님 집에서 진행된 한국 문화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 먹은 떡국이 잊히지 않는다. 함께 요리하는 기쁨과 선생님의 정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제렌 이즈기는 한국의 많은 지역을 방문하며 다양한 문화를 체험했다.[사진=세종학당 재단 제공]

이즈기는 한국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교환학생 자격으로 2018년에 충남대학교, 2020년에 명지대학교를 다녔다. 2019년에는 튀르키예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대회에서 1등을 해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손에 넣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공부, 여행, 출장 등으로 한국에서 오래 체류했다. 서울에만 있지 않았다. 부산, 경주, 전주, 제주 등 많은 지역을 방문해 색다른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처음에는 낯선 음식과 판이한 생활 환경으로 모든 것이 마냥 신기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지난해에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더라. 집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웃음)."

그는 출중한 한국어 실력 덕에 졸업하자마자 튀르키예에 있는 효성TNC에 입사했다. 1년 6개월 동안 열심히 업무를 익혀 더 나은 조건애 LG화학 튀르키예 법인으로 이직했다. 이즈기는 "한국어를 배우지 않았다면 제 삶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국어 실력을 꾸준히 쌓겠다"고 말했다.

제렌 이즈기는 한국을 제2의 고향처럼 생각한다.[사진=세종학당 재단 제공]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늘 한국기업에 입사하기를 꿈꿨다. 한국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면서 그 마음이 더 커지더라. 돌이켜보면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잘 배워서 꿈이 현실로 이뤄진 듯하다. 한국어를 못했다면 결코 LG화학 같은 대기업에 입사할 수 없었을 거다. 화학 전공도 아니라서(웃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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