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 SKY 못간다"는데…강남·특목고 심의 급증, 왜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A씨는 최근 2학년 수업에서 ‘학교폭력(학폭) 기록이 남으면 입시에 지장이 크니 언행에 주의하라’고 지도했다. 이 학생들이 겪을 2026학년도 대입부터 학폭 이력이 있는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학폭은 집단 폭행보다는 언어폭력이 많기 때문에 ‘쌍방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의 다툼을 과하게 신고하는 경향도 있지만, 학폭 사안을 심의 기관으로 넘기지 않으면 학교에서 은폐한다는 식으로 몰아가기도 해서 섣불리 자체 해결을 권유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 특목자사고 ‘학폭 심의’ 급증”

학폭 심의는 지난 2019년 1076건(320개교)에서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에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가 이듬해인 2021년에 622건(320개교)으로 다시 반등했다. 이후 2022년 671건(305개교)→2023년 693건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역별로는 노원구(11.4%·79건)에서 5년째 학폭 심의가 가장 많았다. 강서구(7.6%·53건)와 은평구(7.5%·52건), 강남구(6.9%·48건), 송파구(6.3%·44건)가 뒤를 이었다. 특히 강남구는 2021년 15위(2.9%·18건)에서 2022년 8위(4.9%·33건)를 거쳐, 지난해 4위까지 상승했다.
학교폭력 전문 노윤호 변호사는 “학교 폭력 자체가 늘어났다기보다는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경미한 사건까지 심의위원회에 올라오는 영향”이라며 “가정에서 학폭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데다, 학폭 가해자로 낙인 찍히면 안 된다는 위기감도 함께 커져 ‘끝까지 분쟁하겠다’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고교 유형별로는 일반고 학폭 심의가 전체의 62.3%로 가장 많았다. 영재학교와 특목자사고의 학폭 심의 건수는 지난해 56건(8.1%)으로 2022년(42건·6.3%)보다 건수와 비율 모두 증가했다. 반면 직업계고인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는 같은 기간 9.4%포인트(36.4%→27%) 감소했다.
학폭 유형은 언어폭력(33.6%)이 가장 많았다. 이어 신체폭력(29.7%)과 사이버폭력(11.5%), 성폭력(9.1%) 순으로 나타났다. 처분 유형별로는 2호(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가 28.5%로 가장 많고, 3호(학교봉사) 20.8%와 5호(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20.6%, 1호(서면 사과) 17% 순으로 집계됐다.
“학폭 가해자, SKY대·교대 못 간다”

최근 공개된 ‘2026학년도 대학입학 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SKY(서울·고려·연세) 대학은 가장 낮은 징계인 1호부터 감점 등 불이익을 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위권 대학의 경우 비슷한 성적대의 수험생이 몰리기 때문에 0.1점 차이로도 당락이 갈린다”라며 “1점 감점 처리만으로도 치명적 불이익이 생긴다”고 했다. 성균관대·서강대는 2호 이상부터 수시와 정시 주요 전형에서 총점을 0점 처리한다. 사실상 불합격 조치다.
학폭 가해자가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길도 막힌다. 전국 10개 교대와 각 대학 초등교육과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학폭 이력이 기재된 수험생에 대해 최소 1가지 이상 전형에서 지원 자격을 주지 않거나 부적격 처리하기로 했다. 일반대보다 학폭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셈이다.
임 대표는 “학교폭력이 입시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입시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나 학교 등에서 학폭 심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며 “학생들은 경미한 건으로도 학폭 심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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