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웃돈 주겠다" 대리처방도 떴다…韓상륙 위고비 대란
" 위고비요? 지금 남은 수량은 있는데 계속 문의가 오고 있어서 방문하셨을 때 재고가 남아있을지 확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파크약국. 지난 15일 출시된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가 입고 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약국에는 전날부터 전화 문의가 빗발쳤다. 10분 동안 걸려온 전화만 세 통. 이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가격이 비싸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을 줄 몰랐다. 직접 처방전을 갖고 오는 경우보다 가격을 비교하려고 문의하는 전화가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류가 극복해야 할 최대 과제 중 하나로 꼽히는 질병 비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치료제 위고비가 한국에 상륙하며 관심이 뜨겁다. 위고비는 체질량(BMI)지수 27㎏/㎡ 이상 비만 환자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주사 형태의 약제다. 주 1회씩 투약한다.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구매할 수 있다. 소비자가격은 70~1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나 모델 킴 카다시안 등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체중 감량 효과를 봤다고 언급하면서 ‘기적의 치료제’, ‘꿈의 치료제’로 불리기도 한다.
‘X’나 ‘스레드(Threads)’ 등 소셜미디어(SNS)엔 출시 전부터 “이제 야식 맘껏 먹어도 되는 거냐”, “마음껏 먹고 찌더라도 위고비로 살 빼면 되는 것 아니냐. 편하게 살 빼고 싶다” 등 반응이 올라왔다. 자신을 가정의학 전문의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출시 이튿날인 지난 16일 ‘위고비내돈내산’ 태그(#)와 함께 “의사가 직접 겪어봐야 제대로 처방할 수 있으니 먼저 맞아 보겠다”고 글을 올렸다. 직접 배에 위고비를 맞는 영상도 공유했다. 이 글엔 만 24시간도 안 돼 300개 넘는 ‘좋아요’와 130여개 댓글이 달렸다. 일부 네티즌은 “일정 기준 이상 비만 환자들만 처방받을 수 있는데 의사는 그냥 체험하는 거냐”, “의사가 오남용하면 필요한 환자들이 피해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인기가 치솟으면서 온라인 등에서 불법 재판매될 우려도 나온다. SNS에선 “10만원 웃돈 얹어줄 테니 나 대신 구매해달라” 등 글을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비싼 위고비 대신 효과가 비슷한 다른 수입 약을 추천한다’는 다이어트식품보조제 바이럴 광고도 성행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를 우려해 신속 모니터링 대응반을 구성하고, 온라인 불법 판매·광고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위고비를 판매 중인 약사 B씨도 “재판매를 막기 위해 사가는 분들에게 동의를 받고 제품을 뜯어 복약 지도를 하고 있다”며 “병원이나 약국에서 유통되는 약은 콜드체인(신선도를 유지하기 적합한 온도로 관리·유통) 시스템을 통해 안전하게 보관되지만, 유통 경로와 보관 과정을 모르는 주사제를 중고로 산다는 건 몹시 위험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비만 전문가인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교수는 “위고비를 쓴다고 식이요법이나 운동 없이 비만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부작용에 유의하고 의사 처방에 따라 투약해야 하는데 약이 유행해 정작 약이 필요한 이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될까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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