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시, 위험 알지만... 과도한 '문제아' 낙인은 역효과 부를 수도"

토끼풀 2026. 3. 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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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픽시 왜 타냐' 물어보니 "위험한 건 알지만, 유행... '금지' 일변도 아닌 안전 교육 필요해"

[토끼풀]

지난해 7월,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를 타던 중학생이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있었다. 이후 픽시 자전거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일부 이용자들이 무리 지어 다니며 교통 법규를 위반하고, 위험천만한 비행을 일삼는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이젠 학교 차원에서 픽시 자전거를 금지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정작 이를 즐기는 청소년들은 위험성을 체감하고 있을까? 다양한 청소년을 인터뷰해본 결과, 이들 중 일부는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브레이크를 제거하거나 위험한 주행을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서로의 자전거를 비교하며, 무리에 소속되려 하는 '과시 문화'에 깊이 빠져 있기도 했다.
 픽시 자전거
ⓒ 서부건
단순하고 저렴하지만... 제동거리는 13.5배

픽스드 기어 바이크(fixed-gear bike)는 기어(변속기)가 하나만 있는 자전거를 부르는 단어로, 흔히 픽시(fixie) 자전거라고 불린다. 현재 시장에 유통되는 대부분 픽시는 브레이크가 없는 상태다. 픽시는 초창기에 경륜 선수용 자전거로 출시됐지만, 최근에는 중·고등학생을 비롯해 초등학생도 흔히 이용하고 있다.

픽시 자전거를 타는 이유로는 외형과 주행 기술이 꼽힌다. 픽시 자전거는 다른 자전거에 비해 부품 수가 적어 깔끔한 외형을 가진다. 실용적 면에서는 단점에 가깝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고장이나 정비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대전의 중학생 A는 "(픽시 자전거가) 다른 자전거보다 단순하고 예쁜 디자인이어서 많이 탄다"고 말했다. 픽시 자전거는 페달과 뒷바퀴가 기어로 고정돼 있어 여러 가지 묘기를 구사하는 데 특화돼 있기도 하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픽시 자전거는 변속기나 브레이크가 없어 속도 조절이 어렵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실험에 따르면, 브레이크를 제거한 픽시 자전거의 제동 거리는 일반 자전거에 비해 시속 10km에서는 약 5.5m, 시속 20km에서는 13.5배나 길다. 이렇다 보니 픽시 자전거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불법이라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도 적용받지 못한다.

픽시 자전거를 타는 청소년들도 공통적으로 제동 능력의 부족을 인정했다. 서울의 고등학교 1학년 B는 "급정거가 아무래도 일반 브레이크보다 약하다 보니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C도 "브레이크는 안 달았지만 '스키딩(바퀴를 다리 힘으로 틀어 제동하는 기법)'과 '풋 잼(타이어와 신발의 마찰력으로 제동하는 기법)'으로 제동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은 숙련도가 필요하고, 브레이크와 비교해서 제동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

많은 청소년이 이러한 안전 문제를 인지하고도 브레이크 없는 픽시를 탄다. A는 "단속 전에는 거의 모두가 브레이크를 떼고 탔다"고 말했고, "브레이크를 안 달고 타는 사람이 80% 이상은 된다"라고도 증언했다. B도 "스릴을 즐겨서 브레이크를 많이 떼고 탄다"며, "주변에서 브레이크를 달면 '쫄리냐'라고 말해서 대부분 떼고 탔다"고 말했다.
 지난 2025년 5월, 광주광역시 5.18 민주광장에서 청소년들이 무리지어 픽시를 타고 있다.
ⓒ 문성호
'힙한 픽시' 무리지어 타는 청소년들

친구와의 비교 때문에 브레이크 달기를 주저하는 현상은 무리 지어 자전거를 타는 문화와 만나며 더 심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학생 D는 "보통 친구와 무리 지어 자전거를 탄다"며, "혼자 타는 것보다 재밌고 친구들과 더 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2025년 9월 대대적으로 단속을 시작한 이후 픽시에 브레이크를 다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말도 나왔다. B는 "브레이크를 전에는 달지 않았는데, 지금은 달고 타는 중"이라고 했다. 단속 이후 브레이크를 달지 않는 비율이 "70% 미만으로 낮아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A 또한 "단속 전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브레이크 없이 탔는데 단속 이후로 브레이크 달고 타는 비율이 80% 정도"라고 말했다.

픽시 자전거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힙한 자전거'로 불리며 사진을 SNS에 올리는 문화가 발전하기도 했다. 인터뷰한 청소년 대부분이 'SNS에 픽시 자전거 사진을 올린다'고 했다. A는 "자전거가 예쁘고, 좋아요를 많이 받으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SNS에서 값싼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비싼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비교하는 문화가 유행하며, 청소년들 사이에 취미 생활이 과시 문화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터뷰한 청소년들도 이런 과시 문화에 공감했다. A는 "싼 자전거를 타는 친구들이 비싼 자전거를 사는 친구들과 비교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좋지 않은 자전거를 타더라도 대놓고 무시당하지는 않지만, 예쁘고 비싼 자전거를 타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라고 했다. "비싸고 예쁜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 더 호감이 든다","친구들에게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라는 D의 말도 나왔다.

한편 최근 경찰은 픽시 자전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양육자를 처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미 여러 학교에서는 픽시 자전거를 이용한 등교가 전면 금지된 상태다. 그러나 학생들은 무작정 금지하며 '문제아' 취급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은 학교에서 자전거 안전 교육이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A는 "픽시를 타는 학생들만 모아서 교육한다"며, "브레이크를 달지 않아 생긴 사고 예시나, 위험성에 대해서 알려줬지만 딱히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B는 "픽시 자전거를 타다가 학교에 제보가 들어가거나 사고를 친 경우에만 교육을 받는다"고 말했다. B가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안전 규칙과 픽시 자전거를 타면 안 되는 이유만을 교육했다고 한다.
 경찰청의 픽시 단속 강화 보도자료.
ⓒ 경찰청
학교의 과도한 자전거 금지도 문제였다. B는 "브레이크 부착 여부, 헬멧 착용 여부와 상관없이 픽시가 전면 금지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치는 학생들을 더욱 음지로 몰아넣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규칙을 지키며 안전하게 타라고 교육하는 대신 전면 금지하면 오히려 학생들이 학교의 관리에서 벗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B는 "돈 주고 산 건데 못 타게 제재한다는 게 좀 짜증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픽시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교통 법규를 위반하고, 비행을 저지른다는 내용의 미디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A는 "미디어에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브레이크만 단다면 다른 자전거와 다를 바 없으니 무작정 픽시 자전거라고 안 좋게 보지는 않았으면 한다"며, "무작정 금지하는 것은 학생들의 반발을 살 것으로 생각한다. 브레이크를 단 경우 허용해 달라"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토끼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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