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모자·마스크 쓰고 올공 갔다…거취 압박 속 장동혁 노림수

김규태 2026. 6. 8. 16: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년 기자회견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꼼수일까, 묘수일까.

6·3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거취 문제에 침묵하는 대신 재선거 이슈에 모든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 장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조사보다 특검이 우선이고, 특검보다 재선거가 먼저”라며 “다시 말씀드리지만 국민의 요구는 재선거”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출범하는 것과 관련해선 “수명이 네 달 남은 검찰을 동원하는 것부터가 넌센스”라며 “국정조사를 무력화하고 특검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은 특정 한 지역의 재선거가 아닌, 전면 재선거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동혁 대표가 지난 주말 열린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공원 시위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스레드 캡쳐


장 대표는 지난 4~5일 선거가 끝난 직후 열린 의원총회와 국회 본회의 등 공식 행사엔 불참하면서도 재선거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3일 본투표일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거지자 선관위에 항의 방문한 걸 시작으로 5일엔 서울 송파구 잠실 7동 투표함 개표가 진행된 올림픽공원을 찾아 투표함 2개가 강제 반출된 것에 강력 항의했다. 장 대표는 토요일인 지난 6일엔 긴급 최고위를 열어 “잠실 올림픽공원에는 수천명의 청년이 모여 재선거를 외치고 있다. 목숨 걸고 싸울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의 행보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 뒤 검은색 셔츠를 입고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태극기를 든 채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한 모습이 유튜브 방송 화면에 잡혔다. 참석자가 2만명(경찰 비공식 추산)을 웃도는 등 2030세대를 중심으로 대규모 인파가 집결한 날이었다. 지난 7일에도 검은 모자와 마스크 차림으로 나홀로 시위 현장을 찾은 장 대표는 스레드에 ‘재선거’ 문구를 든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오늘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올림픽공원에서 여러분과 함께 재선거를 외치겠다”고 적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가 임명한 이호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은 8일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다수 선거인의 참정권이 침해됐다”며 선거소청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선거소청은 유권자나 후보자 등이 선거일로부터 14일 안에 관할 선관위를 상대로 선거 효력에 이의를 제기하는 행정 절차를 말한다. 선거소청 결과에 불복하는 경우 법원에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4일 6.3 지방선거 투표소 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 패배 직후 정당 대표가 거취 표명을 해왔던 전례와 달리 장 대표가 재선거 이슈를 내세운 걸 두고 정치권에선 “사퇴를 피하려는 행보”란 시선이 강하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선거 17곳 중 대구·경북 2곳에서만 승리하며 참패하자 당시 홍준표 대표는 선거 다음 날 곧바로 사퇴했다. 영남 중진 의원은 “장 대표가 선거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요구가 분출한 시점에 맞춰 재선거 문제를 띄웠다”며 “자신을 향한 화살을 외부로 돌린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가 2030세대 분노 여론을 등에 업고 ‘당권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반응도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5일 무선전화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41.8%, 국민의힘은 41.1%였다. 지난해 8월 장 대표 취임 이후 양당 간 최저 격차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재선거 문제로 지지층이 결집하면 할수록 재신임 투표를 하더라도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했다. 장 대표 체제 지속 여부의 키를 쥔 신동욱·김민수·김재원·조광한 최고위원도 8일 “재선거가 필요하다”고 밝히며 힘을 실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도읍, 성일종, 정점식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송언석 전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사퇴를 거부하는 장 대표에 대한 비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재선거 주장은 결국 당권 연장을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 등 당선자를 볼모로 삼는 것 아니냐”며 “상당수 의원들은 이미 장 대표를 ‘식물 대표’ 취급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수도권 의원도 “선거에 졌는데도 책임지지 않고 재선거 이슈로 피해가려는 행동이 더 큰 분노를 사고 있다”고 했다.

당장 10일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에도 장 대표 사퇴 문제가 핵심 화두가 될 전망이다. 원내대표에 출마한 김도읍 의원은 8일 CBS 라디오에서 “통상 선거에 패배한 지도부는 거취 표명을 해왔다. 그게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거듭 사퇴를 주장했다.

김규태·류효림 기자 kim.gyuta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