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피제바딜’에서 ‘제카제구딜’로…‘딜라이트’ 유환중의 2026시즌 적응기

“지금은 선수 개개인의 기량보다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2026시즌을 준비하고, 경기를 치르고, 복기하며 메타를 해석하는 프로 선수들은 입을 모아 이처럼 말한다. 그래서 정글러와도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하고, 원거리 딜러와도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는 서포터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6승1패를 달리며 선전하는 데에도 ‘딜라이트’ 유환중의 숨겨진 노력이 숨어 있다. 지난해까지 ‘피넛’ 한왕호, ‘바이퍼’ 박도현과 함께했던 그는 올 시즌 ‘카나비’ 서진혁, ‘구마유시’ 이민형이라는 새로운 파트너들을 만났다. 전혀 다른 스타일로 게임 하는 새 동료들과 바라보는 방향을 일치시키기 위해 그는 어떤 고민들을 했을까. 22일 농심 레드포스전을 마친 유환중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LCK컵 10위 탈락의 아픈 기억. 유환중은 “함께하는 원거리 딜러도 바뀌고, 정글러도 바뀌었다. 새로운 멤버에 내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했는데 KeSPA컵과 LCK컵이 그걸 위한 적응기였다고 생각한다”면서 “초반엔 새 멤버들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젠 적응을 끝마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포터는 정글러와 함께 팀 운영의 핵심이다. 항해사와 조타수이자 기장과 부기장이다. 그래서 그는 서진혁과의 의사소통을 가장 중요시한다. 유환중은 “진혁이 형도, 나도 서로 좋은 ‘각’이 보일 때는 콜을 강하게 한다. 현재는 서로의 판단을 의심하지 않고 바로 실행으로 옮기고 있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환중은 “정폿의 호흡이 핵심인 메타”라고 정규 시즌 초반을 진단하고 있다. 그는 “교전이 중요했던 작년에도 정폿이 같이 붙어 다녀야 했던 건 마찬가지”라면서도 “지금은 시야를 근거 삼아서 만드는 플레이가 중요한데, 이걸 잘하기 위해서는 정폿이 턴을 같이 쓰면서 교전도 주도해야 한다. 둘의 합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함께 바텀 라인전을 풀어나가야 하는 이민형과의 호흡도 정글러와의 것 못잖게 중요하다. 라인전이 안 되면 운영 단계까지 가지도 못하니 어쩌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는 T1에서 온 ‘라인전의 달인’ 이민형과 게임을 피드백하면서 라인전 능력을 보완하고 있다.
유환중은 “민형이는 자신만의 라인전 디테일이 많은 선수여서 나도 얻고 배운 게 많다. 서로 터놓고 얘기하면서 많은 각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오늘 3세트 듀오 킬 각을 볼 수 있었던 것이 그 예시”라고 말했다. 두 선수는 3세트 초반 정글러 도움 없이 상대 원거리 딜러를 잡아냈다.
사실 유환중은 ‘노블레쓰’로 대표되는 탱폿 메타에 강한 선수였다. 룰루·카르마·세라핀을 필수적으로 써야 하는 지금의 유틸 메타는 라인전과 기본기가 약한 서포터 선수들을 발가벗긴다. 그러나 유환중은 이 메타에서도 돋보인다. 이민형의 덕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가 유틸 서포터들을 전보다 잘 다루는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유환중은 “스스로도 그동안 유틸 서포터 숙련도가 과소평가 받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 또한 유틸 서포터 숙련도가 전보다 올라왔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동안은 서포터 중 평균 수준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시즌 동안 많은 디테일을 배우면서 전보다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틸 메타에선 상대의 스킬이 하나라도 빠지거나 하는 사소한 근거를 토대로 이득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정규 시즌 3주 차에 젠지를 2대 0으로 잡으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유환중은 “사실 3주 차 초반까지도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경기 피드백을 하면서 서로를 확실하게 믿어주고 있다. 우선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라인전을 잘하다 보니 합이 올라오는 건 금방이었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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