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첫사랑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엔 백발이 된 배우의 삶

사진출처: 건축학개론 中

처음 대중 앞에 선 얼굴은 조용했고, 선했다. 영화 '건축학개론' 속 부드럽고 서툰 청춘의 이미지.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사람도, ‘수지와 멜로 찍은 배우’라고 하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붙은 수식어가 ‘국민 첫사랑’이었다.

그런데 그 배우가, 이제는 택시를 몰고 복수를 대신하고, 백발 머리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다. 어색하지 않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왔다.

바로 이제훈이다.

사진출처: 커뮤니티

이제훈은 서울에서 태어나 공부를 잘하던 학생이었다.

사진출처: 커뮤니티

연기를 처음 시작한 것도 비교적 늦은 편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본 연극이 진로를 바꿨고, 부모님의 반대를 설득해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학교 안팎에서 단편영화와 연극 무대를 오가며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사진출처: 파수꾼, 고지전 中

충무로에 이름을 알린 건 2011년. '파수꾼'과 '고지전'을 통해 신인상 대부분을 휩쓸었다. 감정을 흔드는 연기와 눈빛이 깊다는 평이 따랐다. 하지만 대중이 확실히 기억하게 된 건 그 이듬해였다.

사진출처: 건축학개론 中

‘건축학개론’에서 이제훈은 수지와 함께 풋풋한 첫사랑을 그렸다. 열 살 가까운 나이 차가 무색할 만큼, 두 사람의 감정선은 자연스러웠고 설득력 있었다. 이 작품 이후 ‘국민 첫사랑’이라는 별명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사진출처: 시그널 中

하지만 그는 멜로 이미지에 머물지 않았다. 2016년, 드라마 ‘시그널’에서 형사 박해영 역으로 복귀했다. 장르물의 구조를 설득력 있게 끌고 가며 ‘연기를 고르는 눈이 있다’는 인식을 심었다. 스크린에선 '박열'을 통해 실존 인물을 연기했고, 고통을 품은 역사적 인물을 현실감 있게 풀어냈다.

사진출처: 박열, 모범택시 中

그리고 2021년, 또 하나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드라마 ‘모범택시’에서 복수를 대신 해주는 택시기사 김도기로 등장한 것이다. 정장을 입고 운전대를 잡은 모습, 무표정한 얼굴로 타인을 대신해 분노하는 역할.

이제훈의 얼굴은 그 모든 감정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시청자들은 “도기 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시즌2까지 큰 인기를 끌며 연기대상 수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사진출처: 협상의 기술 中

최근작 ‘협상의 기술’에서는 백발의 협상가로 돌아왔다. 예전과는 다른 얼굴이었다. 카리스마나 폭발적인 감정이 아니라, 말없이 상황을 이끄는 눈빛과 여유가 중심에 있었다.

처음 봤던 첫사랑의 얼굴과는 또 다른 결이었다.

사진출처: 유튜브 @제훈씨네

스크린 밖에서도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 ‘제훈씨네’를 통해 독립영화관과 예술영화를 직접 소개하고, 감독과 배우를 인터뷰하며 관객과 영화계를 잇는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모범택시 中

그리고 조만간 다시, 택시 운전석에 앉는다. ‘모범택시3’가 돌아온다. 국민 첫사랑에서, 복수의 그림자를 짊어진 기사로, 이젠 백발 협상가로.

이제훈은 얼굴 연기력으로 한 시대를 쌓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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