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인기 있는 한국산 굴·김,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 알까
'계절노동자 제도'는 한국 농어번기의 고질적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단기 외국인 고용 제도입니다. 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브로커의 불법 개입과 부당이득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계절노동자들이 인권침해와 임금체불 등으로 고통받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계절노동자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기획은 계절노동자 제도의 문제점을 열 편에 걸쳐 심도 있게 다루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기자말>
[김종철 기자]
미국 정부는 2022년 6월부터 불법 어업과 노동착취로 생산된 수산물이 자국 시장을 위협한다며, 수산물 공급망에서의 불법 어업과 강제노동 대응을 위해 미국 정부 기관의 권한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2026년 1월 15일까지 대만 원양어선 3척을 포함하여 강제노동을 이유로 수산물 인도 보류 명령(withhold release order)이라고 부르는 수입 금지 조치가 이뤄진 사례만 6건이다. 미국은 2025년 4월 17일에도 행정명령으로 자국 수산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요 수산물 생산국의 무역 관행, 특히 수산물 공급망에서의 강제노동 사용을 조사해서 무역법 제301조에 따른 무역 제재 등을 조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둘 때 2025년 천일염에 이어 미국으로부터 강제노동 수입 금지 조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품목은 수산물, 그중에서도 이주 계절노동자가 양식장에서 생산하는 김과 굴일 것이다.
강제노동으로 오염된 상품의 수입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미국 관세법 제307조에 따르면 수입금지 조처가 내려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미국으로 수출이 되는 상품이어야 하고, 두 번째는 수출되는 그 상품이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졌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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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인 마트에서는 열 개가 넘는 브랜드의 한국산 김이 판매되고 있었고, 한국산 굴도 두 개 이상의 브랜드로 유통되고 있었다. |
| ⓒ 김종철 |
한인 마트에서는 열 개가 넘는 브랜드의 한국산 김이 판매되고 있었고, 한국산 굴도 두 개 이상의 브랜드로 유통되고 있었다. 한인 마트뿐만 아니라 트레이더 조스나 홀푸드 마켓과 같은 유통망에서도 '김미(Gimme)'와 같은 미국 식품업체가 한국산 김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었으며, 미국의 통조림 브랜드인 '크라운 프린스 내추럴(Crown Prince Natural)' 역시 한국산 굴을 수입해 통조림 형태로 판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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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굴 양식장의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
| ⓒ 연합뉴스 |
공무원을 사칭하는 브로커는 계절노동자가 한국에 오기 전부터 송출 수수료를 매달 지급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액의 벌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계약을 체결하게 하며 공증까지 받는다. 이는 기만, 채무 예속, 취약성의 남용에 해당한다.
또한 이들은 휴일 없이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연장·야간·휴일 근로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는 장시간 노동과 임금체불에 해당한다. 계절노동자는 고용주의 욕설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숙소는 매우 열악하며 양식장에 화장실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이는 물리적 폭력과 열악한 근로·생활환경에 해당한다.
여권 등 신분증이 압수되고 CCTV로 감시를 당하는데, 이는 이동의 제한 및 신분증 보관에 해당한다. 나아가 계절노동자는 사업장 이동이 엄격히 제한되는데, 고용주는 계약 내용과 달리 계약서상 사업장이 아닌 어선·개인 텃밭에서 일하게 하거나, 청소와 같은 가사 노동까지 수행하도록 한다. 이는 강제노동 지표 중 기만에 해당한다. 또한 송출 수수료 지급을 거부할 경우 브로커는 계약 기간 중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 "친척이나 이웃의 취업을 막겠다", "귀국 후 형사처벌을 받게 하겠다"라는 등의 협박을 가하는데, 이는 강제노동 지표 중 협박과 위협에 해당한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김과 굴 생산 양식장 중에는 이주 계절노동자가 아니라 고용허가제의 적용을 받는 E-9(외국인근로자) 비자를 소지한 이주노동자를 고용했을 수도 있다. 2024년 양식업에서 일하는 E-9 이주노동자는 7579명이다.
공익법센터 어필이 지난해 양식장에서 일하는 E-9 이주노동자와 인터뷰한 내용을 살펴보면 브로커에 의한 송출비용 징수 문제, 고용계약서 상의 사업장이 아닌 장소에서의 노동, 초과근로수당 없이 하루 8시간 이상 노동, 임금 유보를 경험했다. 특히 양식장 근처에 화장실이 없어 이주노동자들은 바다에 대소변을 본다고 하였다. 그러니 E-9 이주노동자를 고용해서 생산한 김과 굴을 미국으로 수출했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문제는 아니다.
강제노동의 구조적인 원인
이주 계절노동자에 대한 이러한 강제노동의 특징은 단순히 잘못된 관행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실패와 법적 공백이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다. 송출·입국 절차가 공공기관에 의해 제대로 규율되지 않을 경우 취약한 이주노동자가 고액의 송출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는 점은 산업연수제뿐 아니라 이주어선원제를 통해서도 이미 명확히 드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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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협 강당에서 이주 계절근로자가 교육을 받을 때 브로커가 프로젝터 화면에 자신의 계좌번호를 띄우며 송출 수수료 납부를 위한 자동이체를 종용하였다. |
| ⓒ 호세 리잘(가명) |
이러한 상황에서 법무부가 해야 할 일은 계절근로자 제도를 운용하고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강제노동과 인신매매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인신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인신매매 처벌 규정 신설을 반대(기존 법률로 처벌 가능하다는 주장)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관련 기사: 피해자를 가해자 품으로... '인신매매'에 연루된 정부 기관)
김과 굴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인권 실사 서둘러야
미국은 관세와 무역 규제를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산업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지난해 말 양국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 팩트시트에서 강제노동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약속이나, 2026년 3월 12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법 제301조를 근거로 한국을 포함한 60여 개 경제권의 강제노동 관련 무역 관행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순수한 인권 보호의 의도만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국이 밉다고 미국 시민들로 하여금 강제노동에 오염된 수산물을 계속 소비하도록 하여 강제노동에 간접적으로 이바지하도록 그냥 놔두는 것도 할 짓이 못 된다. 아직까지 미국으로 수출되는 그 김과 굴이 강제노동에 오염되었다는 사실을 밝힌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양식(養殖)으로 생산된 굴과 김이 미국 관세법 제307조에 따른 수입금지 요건이 충족된다는 것을 밝혀서 진정을 제기하는 양식(良識)있는 사람이 곧 나타날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으로 김과 굴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공급망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노동이 있는지 실효적인 인권 실사를 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종철 변호사로 공익법센터 어필의 선임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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