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 이식 후 자가면역, 줄기세포로 완화할 수 있어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연구팀, 안전성과 효과 입증된 줄기세포 치료법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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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환자에 대한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등장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조석구 교수 연구팀은 ‘골수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를 활용한 임상연구를 통해, 조혈모세포 이식 후 면역억제제가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 효과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의 가능성을 알렸다.

혈액암 환자에게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진행할 경우, 공여자의 면역세포(T세포)가 환자의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식 후 최대 70%의 환자가 겪는 이 증상을 이식편대숙주질환(Graft-versus-Host Disease, GVHD)이라 한다. GVHD는 조혈모세포 이식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이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다.

GVHD는 자가면역질환으로, 피부 발진, 구강 점막 염증과 같은 가벼운 증상부터 간, 장, 폐 등 주요 장기에도 손상이 발생하는 심각한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식 후 100일 즈음이 지난 시점부터 발생 가능성이 생기며 이 때문에 보통 이식 후 2년까지 추적 관찰을 필요로 한다. 통상적으로 이식 후 100일 이내에 발생할 경우 급성 GVHD로 분류하며, 그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경우 만성(Chronic)으로 본다. 만성으로 나타날 경우 장기적인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다.

기존 치료방법 및 한계

조혈모세포 이식은 환자의 면역체계를 제거하고, 공여자로부터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새로운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이식된 새로운 조혈모세포는 환자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세포들을 ‘이물질’로 인식해 공격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면역체계의 작동을 억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스테로이드와 같은 면역조절제를 투여하는 방식이 1차적인 표준치료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표준치료 방법은 환자에 따라 효과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었다. 또, 효과가 있더라도 스테로이드는 사용할수록 점차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효과가 없거나 충분하지 않을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도 있지만, 이들 약제로도 효과를 보이지 않을 경우 자가면역 증상에 대응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출처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

이에 조석구 교수 연구팀은 골수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s, MSCs)를 활용하는 임상연구를 설계했다. 스테로이드가 듣지 않는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이들에게 정맥 주사로 MSCs를 2주 간격 4회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에 사용된 치료제는 가톨릭대학교 의생명산업연구원 세포치료사업단에서 연구·개발한 ‘가톨릭 마스터 세포’라는 명칭의 중간엽 성체 줄기세포치료제다.

치료제 투여 결과, 참여한 환자 전원에게서 심각한 부작용이나 이상 반응은 나타나지 않아 안전성이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8주가 지난 시점에서 모두 자가면역 증상이 개선됐으며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반응을 얻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에 대한 추적관찰 기간 동안 2명은 증상이 완전히 개선돼, 모든 면역억제제를 중단하는 성과를 보였다. 나머지 환자들 중 6명도 지속적으로 염증이 감소하는 반응을 보여, 꾸준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줄기세포 주입 시점으로부터 최대 54주까지 관찰한 결과 / 출처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생체 면역 조절의 새로운 접근법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는 기존의 표준치료 방법은 전반적인 면역 기능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외부 감염에 취약해지는 등 추가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줄기세포를 투여하는 방식은 줄기세포가 가지고 있는 조직 재생 및 면역조절 능력을 토대로 한다. 일괄적인 면역억제가 아닌, 선택적인 면역 반응 조절이 가능한 원리이기 때문에 보다 안전성이 높고 효과적이다.

조석구 교수 연구팀의 이번 임상연구는 이러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조혈모세포 이식에 성공한 뒤에도 안심할 수 없게 만드는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결과는 가톨릭의대 중개의학분자영상연구소 김나연 박사를 제 1저자로 하여 국제 분자과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IF 5.6)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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