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오를 때 '헉헉' 무심코 넘겼는데…300만명 목숨 잃은 '이 병'일 수도

정심교 기자 2025. 3.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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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합병증 무서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계단을 오르거나 옷을 벗고 입을 때 숨이 턱 밑까지 찬다면 '이 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바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유병률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2%에 달하며, 매년 300만명 이상이 이 병으로 사망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장안수 교수의 도움말로, 만성폐쇄성폐질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서둘러 걷거나 비탈길 오를 때 숨 차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중년 이후부터 서서히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불릴 만큼, 나이가 많고 오랜 기간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잘 발생한다. 기도·폐에 생기는 만성 염증으로, 폐 조직이 파괴되면서 기관지가 좁아져 기침·가래·호흡곤란이 만성적으로 나타난다.

주요 증상은 △기침 △가래 △호흡곤란이다. 숨 차는 증상이 서둘러 걷거나 비탈길을 오를 때 심하다가, 평소엔 이런 증상이 덜한 게 특징이다. 계단을 오르거나 옷을 입고 벗을 때도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초기에는 증상이 없을 수 있고, 폐 기능이 50% 이상 줄어도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위험 요인이 있다면 정기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주된 원인은 '흡연'이며 △직업성 분진 △화학물질 노출 △대기오염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 △만성기관지염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유전적인 요인 △고령 △출생 시 저체중으로 태어난 경우 △폐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소화·호흡기 감염 등도 위험 요인이다. 만약 40세 이상 흡연자, 분진·가스에 오랜 기간 노출된 사람 가운데 장기간에 걸쳐 기침·가래·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폐 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장안수 교수는 "이런 증상은 기관지염, 천식, 결핵성 파괴 폐, 기관지 확장증 등 질환에서도 장기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확한 검사를 통해 감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에게 폐 기능 검사를 시행하는 장면. /사진=순천향대 부천병원
숨 쉬는 근육 단련하고 흡입제 사용해야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진단하는 방법은 기능적 변화를 확인하는 폐활량 측정법, 구조 변화를 살펴보는 엑스레이·흉부CT(컴퓨터단층촬영) 등이 있다. 폐활량을 측정할 땐 '1초간 노력성 호기량'(1초 동안 최대한 내쉰 공기량)과 '노력성 폐활량'(숨을 최대한 깊이 들이킨 다음 최대한 빠르고 세게 내뱉을 때의 공기량)을 측정한다. '1초간 노력성 호기량'을 '노력성 폐활량'으로 나눴을 때 값이 0.7 이하이면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진단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치료는 흡입제를 사용하는 게 기본이다. 악화 횟수, 호흡곤란 정도 등 환자 상태 및 증상에 따라 '베타-2', '항콜린제' 등 기관지 확장제를 병용할 수 있다. 그 밖에 산소 치료, 전신 스테로이드, 항생제, 수액, 이뇨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병이 급격히 악화하면 전신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시행한다. 이 방법은 회복 기간과 재원 기간을 줄이고 폐 기능과 동맥혈 내 산소분압을 개선한다. 최근엔 생물학적 제제도 새 치료법으로 주목받는다.

장안수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하면,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기가 어려워 전신이 약해지고 심장도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심혈관 질환, 골다공증, 폐암, 우울증 등 다양한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치료법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리면 횡격막, 늑간 근육 등 '숨 쉬는 근육'이 약해지므로 이에 대한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 호흡 재활 치료는 하루 20~60분씩, 주 3~5회 유산소 운동을 권고한다. 운동 능력 저하, 근육 약화, 체중 감소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 우울증 등 정서적인 변화에 대한 치료를 포함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예방·관리하려면 금연이 가장 중요하다. 매년 독감·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해야 하며, 적절한 영양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실내 공기 질 관리도 중요하다.

장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방치하면 폐암·폐렴으로 이어지거나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이 있지만,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며 "정기적인 검진과 올바른 생활 습관으로 건강한 호흡을 지켜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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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단을 오르거나 옷을 벗고 입을 때 숨이 턱 밑까지 찬다면 '이 병'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2%가 이 병에 걸렸으며, 매년 300만명 이상이 이 병으로 사망합니다.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중년 이후부터 서서히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폐렴과 폐암까지 불러오는 이 병의 정체를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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