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족을 잃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함께하니 위로가 됩니다”
민족대명절인 설을 하루 앞둔 28일 여행을 떠나는 이들로 북적여야 했을 무안국제공항 입·출국장은 한산했다.
대신 관리동 2층에서 고소한 기름 냄새가 풍겨와 명절임을 알렸다.
오후 12시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가족들을 잃은 유가족은 하나 둘 모여 함께 차례상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유가족들은 전날 장을 봐둔 야채들을 깨끗이 씻고, 나물을 다듬고, 전을 부쳤다.
음식을 준비하는 유가족들의 손길마다 정성이 가득 실렸다.
여러 가족이 모이다보니 생소한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하는 거 맞아?”는 질문들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음식에 서툰 이들도 적극적으로 손을 거들고, 어린 아이들을 대신 돌봐주며 서로를 챙겼다.
유가족들은 “집에서는 떠난 가족의 빈 자리가 너무 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지만, 같은 슬픔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위로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항공 참사로 딸을 잃었다는 유가족 A씨는 “한달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어제 같이 생생하다. 지난해 명절에는 딸과 함께 차례도 지내고 할머니 집도 가고 했는데 모든 게 꿈만 같다”며 “집에 있으면 힘들고 눈물만 나지만 여기라도 나와 다른 가족들과 함께 음식 준비도 하고 명절 분위기를 느끼니 좀 낫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함께 살던 아들을 잃은 유가족 B씨 역시 애통한 심정은 마찬가지였다.
B씨는 “아들이 없는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 야속할 지경이다. 아들과의 추억이 가득한 집에서는 눈물만 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사고현장이지만 아들 가까이에 와서 뭐라도 하는 게 조금이나마 슬픔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무안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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