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그 흙탕물 마셔도 괜찮겠니?… 신음하는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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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도 없이 그릇으로 모래를 퍼내는 여인의 앙상한 팔뚝을 본 적 있는가흙탕물을 마셔 식중독에 걸린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가뭄으로 죽은 가축의 썩은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있는가아프리카에서, 이러한 풍경은 일상이다.
그러나 장기간 이어진 가뭄으로 인해 가축들이 먹이와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2024년 들어 케냐의 가뭄 지역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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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도 없이 그릇으로 모래를 퍼내는 여인의 앙상한 팔뚝을 본 적 있는가
흙탕물을 마셔 식중독에 걸린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가뭄으로 죽은 가축의 썩은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있는가
아프리카에서, 이러한 풍경은 일상이다.
지난달 2일,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약 700km 떨어진 카쿠마로 향하기 위해 유엔 인도주의 항공 서비스(UNHAS)의 작은 비행기에 올랐다. 푸른 나무는 점점 사라지고 황톳빛 사막이 서서히 드러난다. 흙탕물이 된 강줄기 좌우로 난민촌 마을들이 보였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뜨거운 열기와 건조한 바람이 확 얼굴을 덮쳤다. 단순한 열대기후가 아닌 지역 주민들의 고초다. 케냐는 최근 몇 년간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카쿠마가 속해 있는 투르카나 주가 그 최전선에 서 있다. 카쿠마 난민촌과 칼로베예이 정착촌은 전쟁과 박해로 고향을 떠난 난민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최근 극심한 가뭄과 반복되는 홍수로 새로운 난민들이 유입되고 있다.
늘어나는 난민으로 인해 이곳도 더는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다. 카쿠마 인근 강이 메말라 땅을 파 물을 길어 올리는 상황이다. 남수단 출신의 오크라 씨는 2살 된 딸과 함께 매일 이곳에서 하루 종일 땅을 파지만 얻는 물은 아주 적다.
비가 계속 오지 않으면 땅을 더 오래, 더 깊이 파야 한다. 그들은 퍼 올리는 물을 식수로 사용하지만, 물은 맑고 깨끗함과는 거리가 멀다. 길어 올린 물은 대부분 뿌연 흙탕물로 겉으로 보기에 사람이 마실 수 없을 정도다. 케냐 보건소는 오염된 물로 인해 주민들의 질병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냐 투르카나주의 로드워 지역은 전통적으로 농업과 목축업을 주요 생계 수단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장기간 이어진 가뭄으로 인해 가축들이 먹이와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마을 주민 도르가 씨는 “가뭄이 심해지면서 강이 말라 생계 수단인 가축이 죽어가고 있어요. 마을 주변에는 가축의 사체를 보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어요.”라며 “힘겹게 구한 물은 사람과 가축이 나눠 마시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라고 토로했다.
케냐 날라파투이(Nalapatui) 위치한 저수지 역시 올해 비가 내리지 않아 점점 메말라가고 있다. 목동들은 남아있는 물로 언제까지 버틸지 불안해하고 있다. 외곽지역 주민들은 저수지도 없어 가축을 몰고 30년 터전을 떠나는 실정이다.
아프리카 대륙은 전 세계 인구의 18%가 거주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량은 단 4%에 불과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피해는 이들이 더 크게 겪고 있다.
2024년 들어 케냐의 가뭄 지역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로 건조 및 반건조 지역(ASAL)이 그 중심이다. 이 지역들은 케냐 국토의 약 80%를 차지하며,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가뭄 지역이 35% 증가했다.
현지 주민들은 정부와 국제 사회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지원이 충분치 않다. 케냐 난민촌에서 만난 리베카 씨는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삶의 방식이 붕괴되고 있어요. 기후 변화의 주범은 따로 있는데 말입니다. 기후 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우리에게는 생존의 문제입니다”라고 말했다. 투르카나(케냐) 글·사진=이한형 기자
이한형 기자 goodlh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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