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 펀드 전액반환 결정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류승연 기자]
▲ 22일 금감원에서 김범준 부원장보가 독일 헤리티지 펀드 분쟁조정 신청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2022.1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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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환매 중단 사태로 5000억원에 가까운 투자자 피해를 낳았던 '독일 헤리티지 펀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민법 제109조)'를 결정했다.
분조위는 펀드를 만든 해외 운용사가 당초 사업의 주요 내용을 거짓·과장해 상품 제안서를 만들었다고 봤다. 또 국내 펀드사 6곳이 펀드의 사업성을 결정할 독일 시행사의 재무 구조를 근거로 투자자에게 사업이 계획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해, 투자 착오를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분조위, 헤리티지 펀드에 '계약 취소' 결정
금감원은 22일 분조위가 전날 내린 헤리티지 펀드 분쟁조정 결정 내용을 발표했다. 분조위는 지난 2017~2018년 판매된 독일 헤리티지 펀드 판매계약을 취소하고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현대차증권, SK증권,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펀드사 6곳에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는 병원이나 우체국 등 독일 내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옛 건물들을 주거용 건물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7곳의 판매사들은 지난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4885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하지만 해외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2019년 6월 이후 환매가 중단됐고, 판매 금액 대다수인 4746억원은 회수되지 못했다. 이후 금감원에는 판매사 중 하나증권을 뺀 나머지 6개사 관련, 총 190건의 분쟁조정이 접수됐다.
이번에 분조위가 '불완전 판매' 아닌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한 건, 과거 펀드 판매 자체가 잘못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불완전 판매는 소비자에게 상품과 관련한 기본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때 인정된다.
반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는 계약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이른 바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분조위가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분조위는 앞서 라임 펀드·옵티머스 펀드에 대해서도 같은 판정을 내렸다.
"TOP5 시행사"라더니...그런 사실 없었다
이번에 분조위가 국내 판매사와 관련해 문제삼은 건 크게 네 가지다.
당시 판매사들은 펀드의 성패를 좌우할 독일 시행사가 현지 상위 5위에 드는 회사로 지난 2008년 설립된 후 52개의 프로젝트를 끝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분조위 조사 결과 '상위 5개'라는 사실 자체가 불확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이력이나 기업 평가도 검증되지 않았다.
투자자가 사실상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당시 판매사들은 현지 부동산을 매입할 때, 애초에 시행사가 매입 금액의 20%를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분양률이 65% 미만으로 떨어져도 은행 대출로 상환할 수 있을 거라고도 했다.
이에 더해 '인허가·분양과 무관하게' 시행사의 신용으로 상환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것이다. 시행사가 부도가 날 경우, 부동산에 대한 담보권을 행사하거나 시행사 SPV(헤리티지 사업별 법인) 주식에 질권을 행사해 상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당시 시행사의 신용 등급과 재무 상태를 보면 시행사의 부동산 투자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었다. 분조위가 확인한 해당 시행사의 지난 2014년 재무제표에 따르면 회사는 이미 기업 자본총계가 마이너스가 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담보권이나 질권 확보도 미흡했다. 결국 시행사의 신용을 이용한 투자금 상환 또한 불가능한 시나리오였던 것.
게다가 판매사들은 펀드 가입에 따라 2년간 약 5.5%의 수수료가 지급된다고 설명했지만, 이면 수수료를 포함해 총 24.3%의 수수료가 지급되는 구조였다. 또 시행사가 부동산을 취득하고 나면 1년 이내 설계·변경인가를 끝낼 예정이라고 했지만 실제 취득한 부동산 중 인허가를 신청한 부동산은 없었다.
투자자들, 돌려받지 못한 4300억원 되찾을까
한편 이번 분쟁 조정은 신청인과 판매사가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 조정안을 수락하면 성립된다. 조정 절차가 원만하게 이뤄질 경우, 일반투자자들이 약 43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돌려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에 민원 접수된 6곳의 판매사 중에는 신한투자증권의 판매 금액이 3907억원으로 가장 많고 NH투자증권 243억원, 하나은행 233억원, 우리은행 223억원, 현대차증권 124억원, SK증권 105억원이 그 뒤를 잇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한 배경과 관련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았다면 누구라도 이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을 테니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고 봤다"고 밝혔다.
또 "이번 분쟁조정 결정을 마지막으로 소위 '5대 펀드'에 대한 분쟁 조정이 일단락됐다"며 "앞으로 남은 분쟁민원에 대해서도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는 대로 신속히 분쟁조정을 해 나가겠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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