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 사업 진전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 초 채선주 대외·ESG 대표 등 주요 경영진은 현지로 건너가 초대규모 인공지능(AI) 하이퍼 클로바 X 등을 활용하는 사업을 논의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약까지 성사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우디 측이 네이버의 ICT(정보통신기술) 서비스에 호감을 나타냈고 양측은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팀네이버(네이버·네이버랩스·네이버클라우드)가 2023년 3월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와 DX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협력 물꼬를 튼 지 약 10개월 만에 현지 법인 설립 가능성도 제기된다. 네이버는 2023년 10월엔 1억달러(약 1332억원) 규모의 사우디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사우디, ICT 수요 풍부하고 고속 성장 기대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사우디가 국가 주도로 고속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통신·인터넷 등 ICT 사업 인프라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경제구조를 기존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첨단 산업으로 확장하는 '비전2030'을 내세웠다. 5000억달러(약 700조원) 규모 첨단 도시 '네옴 시티' 건설 프로젝트도 이 일환이다.
한국의 국토교통부와 비슷한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는 비전2030의 일환으로 대규모 주택 공급을 추진한다. 서민의 주택 소유 기회를 늘려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검색포털·배달앱·스마트시티 운영 서비스를 종합한 '슈퍼앱'을 제작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 슈퍼앱에 초대규모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 X와 클라우드 협업툴 네이버웍스 등 자사 기술·서비스를 접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 측은 <블로터>와 통화에서 "사우디는 네이버가 앱 개발, AI 등 기술·서비스를 잘 갖춘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며 "사우디 진출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ICT 협력 방안을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지역에서 디지털 인프라가 가장 잘 구축된 나라로 꼽힌다. 네이버가 이미 수주한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 외에도 사우디에서 공략할 디지털 수요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종합한 자료를 보면, 사우디의 인터넷 보급률은 2022년 기준 전체 인구의 약 98%로 높은 수준이다. 2021년 모바일 판매대수 조사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전체 휴대폰 중 스마트폰 비중이 93.5%로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5G 네트워크가 구축되며 스마트폰 보급이 증가했다. 영국 시장 조사업체에 따르면, 5G 상용화 초기인 2020년엔 다운로드 속도가 377.2Mpbs로 한국(336.1Mpbs)을 앞섰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만큼 플랫폼 이용률도 높은 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인터넷 이용자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SNS)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2021년 이용자수 기준 메신저앱 순위는 왓츠앱(2824만명)이 1위였다. 페이스북메신저(1894만명), 스냅챗(1873만명)이 뒤를 이었다. 네이버 라인은 726만명을 기록했다.
전세계 기업 모이는 사우디, 네이버만의 경쟁력 필요
네이버뿐만 아니라 화웨이 등 글로벌 ICT 기업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해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업을 진척하기 위해 쟁쟁한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우수한 기술력 입증, 사업 현지화, 현지 기업과 협력 확대 등이 필수적이다.
일례로 화웨이는 2023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 중소기업청과 MOU를 맺고 현지 중소기업의 DX를 지원하고 나섰다. 네이버가 자치행정주택부와 MOU를 맺은 때와 비슷한 시기다. 이 외에 화웨이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했다.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과 아프리카에 걸쳐 AI 클라우드를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아랍어를 지원하는 생성형 AI인 '판구AI'를 선보였다.
최근 네이버는 채 대표 등 주요 경영진 출장을 계기로 사우디 현지 법인 설립 논의를 구체화했다. 이에 관해 네이버 측은 "논의 중인 사안"이라며 "사우디는 굉장히 넓은 나라이고 다른 글로벌 기업과 달리 네이버가 가진 강점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얻고 있다"고 부연했다.
윤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