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앞세워 실업급여 때린 국힘 의원, "혐오 조장" 지적

김화빈 2024. 9. 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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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의원, 반복 수급 증가했다며 "조건 강화" 주장... 전문가들 "원인 제대로 안 짚고 외국인 차별"

[김화빈 기자]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오른쪽)이 지난 2일 국회에서 한동훈 대표로부터 당내 '격차해소특별위원회 간사' 임명장을 받고 있다.
ⓒ 김소희 의원 페이스북
적법하게 실업급여를 받았음에도 외국인의 사례만을 내세워 "수급기준 강화"를 주장한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혐오에 앞장선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실업급여를 2회 이상 반복 수급한 외국인 근로자는 총 2010명"이라며 "2018년(651명)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숫자"라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한 외국인 수는 "2019년 916명, 2020년 1603명, 2021년 1671명, 2022년 1727명, 2023년 2010명"이고, 2023년 지급액 또한 "25억 원이던 5년 전보다 5배 가까이 늘어난 117억 원"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김 의원은 "외국인 실업급여 반복 수급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실업급여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급 조건 강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김 의원의 보도자료를 토대로 일부 언론은 '중국인', '조선족', '시럽급여 달달', '혈세낭비', '줄줄 샌 실업급여' 등의 키워드를 제목에 담아 보도를 이어갔다. 이러한 보도에는 외국인 노동자를 혐오하는 댓글 또한 줄줄이 달렸다.

"똑같이 고용보험료 내... 반복 수급? 그만큼 노동환경 악화"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 보도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일부 언론 기사의 제목.
ⓒ 김화빈
<오마이뉴스>가 11~12일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실업급여는 노동자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해고, 권고사직, 계약만료 등에 처할 때 받는 것이고, 외국인 노동자들도 똑같이 고용보험료를 낸다"며 "특히 이주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등에 노출돼 있는데 실업급여 반복 수급 빈도가 높아졌다는 건 그만큼 노동환경이 악화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영신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실업급여는 해고·권고사직 또는 (6개월·11개월 단위의) 근로계약이 만료될 때 수급이 가능하다"며 "실업급여 수급에 근로자의 개인사정이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데도 '반복해서 받았다'는 이유로 개인의 기회를 제한하는 건 (논리의)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에서 알 수 있듯 이주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등 열악한 여건에 처해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주 노동자들의 실업급여 반복 수급 빈도가 늘었다면, 그만큼 더 불안정한 노동환경과 실업급여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구조가 이런데도) 고의로 이주 노동자가 실업급여를 타내는 것처럼 주장한다면 이는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짚지 않고 외국인을 차별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설령 '일부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주와 공모하여 부정하게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사례가 있더라도 입증책임은 "근로복지공단에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수급 조건 충족여부를 판단하는 건 근로복지공단의 의무"라며 "일부 악용 사례가 있다고 근로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면 실업급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정작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가 주최한 실업급여 제도개선 민당정 공청회에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실업급여(구직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부정수급에 대한 특별점검을 늘리기로 했다.
ⓒ 연합뉴스
최종연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 사람)도 "실업급여를 악용한다는 주장의 기저에는 이주 노동자들이 소위 '먹고 튈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데 실업급여를 반복 수령한 외국인 노동자들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고용보험료를 납부한 사람들"이라며 "생활보장의 성격인 실업급여에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하나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국내 유입된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늘었기 때문에 실업급여 반복 수급 또한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통계상 모수가 늘어났을 뿐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외국인 노동자의 수급이 늘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국에 돈을 벌기 위해 온 사람들이 실업급여만으로 생활이 가능할지 의문이고, 무엇보다 '자진퇴사'의 경우 실업급여로 보호받을 수 없다"며 "반복 수급이 늘어난 것만으로 악용을 얘기하는 건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김소희 의원 측 "차별 의도 없어, 주의 환기하고자"

이 같은 지적에 김 의원은 "주의를 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외국인 노동자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실업급여의 악용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주의를 환기한 것"이라며 "'지난 5년간 3회 이상 동일 사업장에서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한 노동자들의 수도 늘었고, 일부 사업주와 합의해 실업급여를 반복해 받은 사례도 확인해 개선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업급여는 모든 노동자들이 낸 보험료를 재원으로 마련한 것이고, 실업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제공되는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국내보다 실업급여의 지급을 엄격히 따져본다"고 주장했다.

의원실 관계자도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다"며 "부적절한 실업급여 반복수급 사례가 확인돼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 시럽급여? 모욕감 준 이들에 '레드카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해 7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연 '구직 청년·여성 노동자 비하 공개사과 촉구, 실업급여 삭감·폐지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산하 고용센터 실업급여 담당자를 구직 청년·여성 노동자 비하 발언 당사자로 지목하고 이들에게 레드카드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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