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1st] 또다시 아스널에 세트피스로 무너진 토트넘, 반성 없는 포스테코글루 2년차

김희준 기자 2024. 9. 1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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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홋스퍼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토트넘홋스퍼를 북런던더비에서 무너뜨린 건 또다시 세트피스였다. 어쩌면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본인일 수도 있다.


1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4라운드를 치른 토트넘홋스퍼가 아스널에 0-1로 패했다.


이날 토트넘은 아스널보다 선발 명단 구성에 유리한 구석이 있었다. 토트넘은 도미닉 솔랑케와 미키 판더펜이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전력이 강화됐다. 이브 비수마가 A매치 기간 부상을 당해 경기에 나설 수 없긴 했어도 로드리고 벤탕쿠르라는 준수한 후보 자원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스널이 미드필더 문제 때문에 포메이션까지 바꿔야 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심혈을 기울여 영입한 미켈 메리노가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채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데클란 라이스가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에서 무의미한 신경전으로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며 이번 경기 나설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주장 마르틴 외데고르가 A매치 기간 오스트리아와 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주전으로 기용할 만한 미드필더가 토마스 파티와 조르지뉴만 남았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이 2명만 중원에 세우는 4-2-3-1 내지 4-4-2 전형으로 토트넘을 상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부임 이후 바뀌지 않는 토트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함이었다. 토트넘은 시즌 초반을 제외하면 수비 뒷공간을 완벽히 틀어막지 못하고, 세트피스에서 상대 공격을 제어하지 못하며 상대에 실점하고 패배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아르테타 감독은 이를 명확히 알고 두 줄 수비로 내려서는 한편 중원을 의도적으로 삭제하는 직선적인 패스를 통해 토트넘 뒷공간을 계속해서 노렸다. 이날 아스널의 점유율은 36.3%였는데 이는 점유율이 기록되기 시작한 이래 아스널이 토트넘 상대로 기록한 최저 점유율이었다.


그럼에도 아스널은 세트피스 한 번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후반 19분 부카요 사카가 오른쪽에서 올려준 코너킥을 가브리에우 마갈량이스가 타점 높은 헤더로 연결하며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해당 상황에서 아스널은 순간적으로 가까운 골대 쪽으로 많은 선수가 이동했는데, 이는 아스널이 자주 사용하는 패턴이었기에 토트넘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가까운 골문에 시선을 뺏기는 우를 범했고, 그 덕에 마갈량이스가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마크를 벗겨낸 뒤 수비 방해를 받지 않고 헤더골을 터뜨릴 수 있었다.


토트넘의 세트피스 수비 문제가 또다시 드러난 장면이었다. 이 경기 전까지 직접적인 세트피스 실점은 없었지만 지난 뉴캐슬유나이티드와 경기 코너킥 이후 상황에서 선제실점을 한 전적이 있다. 아스널과 이전 맞대결에서도 토트넘은 코너킥으로만 2실점을 하며 2-3으로 패했는데 심지어 당시 하베르츠에게 결승골을 실점하는 장면은 이번 경기 결승골 실점 장면과 판박이였다. 선수들이 가까운 골대 쪽으로 몰려간 사이 장신 선수가 수비 방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헤더를 가져갔다는 점에서 그랬다.


앤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홋스퍼 감독. 서형권 기자

이번 아스널전 패배는 토트넘이 반성 없는 프리시즌을 보냈다는 의미도 된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제기됐던 수비 뒷공간 문제와 세트피스 수비 문제로 이번 시즌 승점을 벌써 8점이나 내려놨다. 아스널이 점유율을 의도적으로 포기한 것도 토트넘이 전혀 발전이 없는 전술로 이번 시즌에 임했기 때문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당분간 이러한 축구를 계속 이어나갈 듯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많은 영역에서 발전하고 있으며, 그 모든 발전에는 새로운 도전과 극복할 장애물이 있다. 올 시즌 4경기는 지난 시즌 첫 4경기보다 더 일관되고 매력적이지만 우리 결과는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반복된 문제점을 여전히 개선하지 못했다. 부임 초기에는 플랜 A를 밀어붙이는 게 호평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뚝심 있게 밀어붙인 전술이 통하지 않았을 때 이를 변경할 용기도 필요하다. 당장 아르테타 감독은 평소 주도적인 전술을 펼치면서도, 이번 경기와 같이 중요한 승부처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를 포기하면서까지 승점 3점이라는 실리를 얻어낸다. 이 이상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같은 전술을 반복하는 건 뚝심이 아니라 고집이다. 하루빨리 명확한 개선점을 찾지 않으면 이번 시즌 토트넘의 비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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