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란’으로 농가·유통 살렸다…흑자 전환 農스타트업 ‘록야’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5. 4. 20. 15: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농업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록야가 드물게 훈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1년 창업 후 특정 플랫폼에 기대지 않고 유통 혁신에 매달린 결과다. 매년 매출 성장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매출 323억원·영업이익 9억원을 기록, 첫 흑자를 냈다. 전년(영업손실 12억원)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농부 중심’ 원칙...ICT로 확장

창업자 권민수 대표는 대학 시절 “농업에는 왜 대기업이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권 대표는 정부 지원으로 시제품을 만들고 6개월 만에 록야를 세웠다. 이후 계약 재배, 도매·소매 물류까지 사업 영역을 다품목으로 넓히며 매년 외형을 키웠다.

테란 앞에서 포즈를 취한 권민수 록야 대표(록야 제공)
핵심 성장 엔진은 자체 개발한 농산물 데이터 분석 플랫폼 ‘테란(Terran)’이다. 산지 생산량·거래량·도 소매 가격을 실시간 수집해 인공지능(AI)로 미래 시세까지 예측한다. 권 대표는 “가격 편차가 심한 농산물 시장에서 테란이 의사 결정 안전판이 됐다”고 말했다. 유료화에도 성공,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게 됐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록야는 산지 유통기업 중 후발주자지만 유일하게 AI 기반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채소·과수·화훼 등 원예 산물을 계약 재배하고 직접 경매와 산지 직거래를 하고 있다”며 “내일 가격 예측부터 장기 가격 예측까지 하는데 기존의 예측 시스템보다 적중률이 좀 더 높다 보니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언제 매입하는 게 좋은지, 또 어떤 작목을 계약재배를 할 지 전략적 의사결정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록야는 농산물을 공급하며 인연을 맺은 컬리로부터 2022년엔 100억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하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권 대표와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Q.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록야는 창사 이래 12년 연속 매출 성장을 이뤘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매출 323억원, 영업이익은 약 9억원 정도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창업 이래 최대 실적이다. 올해 분위기는 더 좋다. 매달 전년 대비 월 최대 매출을 경신하고 있다.

Q. 비결이 뭔가.

본업에 대한 집중과 끈기, 오랜 기간 믿고 함께해 준 고객사다. 농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ICT 기술을 접목해 단일 품목에서 다품목으로 확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컬리에 규격 미달 채소를 납품하고 있는 록야(컬리 제공)
Q. 농업 데이터 분석 플랫폼 ‘테란’이 효자 역할을 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테란(Terran)은 국내 농산물의 가격 정보를 분석하고 흐름을 예측하는 농산물 가격 정보 플랫폼이다. 땅이라는 뜻의 테라(Terra)에 네트워크(Network)라는 의미를 담았다.

농산물 가격은 등락 폭이 커 한쪽으로 기울면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적정 가격과 미래 가격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데, 바로 이를 분석하는 게 테란의 핵심 기능이다. 현재 주요 5개 품목에서 테란의 가격 예측 정확도는 90%를 넘었다. 이를 쓰는 유료 고객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매출액도 늘어났다.

Q. 최근 기후 변화가 심각하다. 농업도 많은 영향을 받을 텐데 록야의 데이터 기반 농업은 이런 환경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나.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데이터 분석이 중요하다. 록야는 데이터를 통해 특정 지역의 생산량 변화, 농업지형 변화에 대해 분석하고 대응한다. 플랫폼 테란을 통해서는 날씨, 출하량, 산지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농산물의 시세를 예측할 수 있다.

Q. 세계 식량 전문가들은 “2050년 100억명으로 증가할 세계 인구를 위해 지금보다 60%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업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는 가운데 록야의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까.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농가는 낮은 생산성과 유통망 문제를 겪고 있으며, 기업들은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을 원한다. 농업 기술력의 차이는 있으나 구조적인 문제는 비슷하다. 실제로 록야는 AI 기반 농산물 계약생산, 유통 사업을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컬리에 ‘농부의 꽃’을 납품하고 있는 록야(록야 제공)
Q. 최근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농업 분야는 특히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할 것 같다. 록야의 사업모델이 이런 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나.

농업은 인류 생존과 직결된 분야이고 많은 산업의 기반이 되는 만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농부 이탈을 방지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소득이 필수적이다. 이에 록야는 계약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버려지는 B급 농산물 판매(컬리 ‘제각각’, 쿠팡 ‘못생겨도’), 가정용 꽃 시장 확대를 통한 화훼 농가 지원(컬리 ‘농부의 꽃’), 국산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품 판매(조정치 팝콘, 해들녘 고구마 말랭이)등 다양한 방식으로 농가의 소득 창출 방안을 마련해 왔다.

Q. 앞으로의 목표는.

소비자 물가 안정과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또한 록야는 창업 초기부터 농업을 유지하는 ‘농부’에 집중해왔다. 많은 농가의 공감을 받으며 성장했고 농가 문제를 해결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앞으로도 농부에 집중해 농업 문제를 풀어가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싶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