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쌍욕을 해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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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제법 큰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의 생활에 무관심한 것 같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된다면 그 후대에 아이에게는 어떤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을지 걱정된다.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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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홍 기자]
▲ 동네 공원의 벤치. |
ⓒ 이서홍 |
식사 후 산책하는 직장인, 정자에 모여 앉아 오손도손 사는 이야길 나누는 어르신들, 반려견이 가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무리는 바로 아이들이다. 이 공원에는 초등학생부터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가장 많은데, 나는 이 아이들을 볼 때마다 씁쓸한 마음으로 돌아서곤 한다.
인터넷 밈이 미치는 영향
내가 공원을 거닐 때 씁쓸해지는 이유는, 바로 귓가에 들려오는 아이들의 '욕' 때문이다. 특히 꾀꼬리 같은 맑은 목소리로 뱉어대는 쌍욕은 나의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예전부터 욕을 잘하는 아이는 언제나 있었다. 다만 지금은 그것을 잘못으로 여겨 휘두르던 사회의 회초리가 더는 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만 같다.
초등학생만 보아도 요즘 SNS에서 유행하는 것들을 섭렵하고 있다. 이것을 '인터넷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언어, 행동, 스타일 등을 일컫는 신조어)'이라고도 하는데, 문제는 이들 중 다수의 밈이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라는 것이다.
미디어의 폭력성에 관해서는 훨씬 이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었다. 특히 유튜브처럼 법적인 제재가 강력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미디어 채널의 경우 더욱 자유롭게 자극적인 장면을 내보낼 수 있다.
이것을 표현의 자유라고 할 수도 있다. 공중파에서는 불가능한 콘텐츠를 유튜브에 끌어와 성공하는 사례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자유로운 그리고 자극적인 표현을 아이들이 '학습'할 때 또는 '모방'할 때는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콘텐츠를 만들어낸 제작진들은 과연 아이들의 자극적 동조에 기뻐할 수 있을까?
욕을 먹고 자라나는 나무
나는 공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리를 참 좋아한다. 이를테면 살랑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라든가, 새들의 노랫소리, 아이들이 뛰놀며 꺄륵 웃어대는 소리.
그런데 요즘은 이런 소리를 듣기 어려워졌다. 내 귀에 박히는 것은 오로지 욕. 은은한 자연의 소리를 묻어버릴 만큼 우렁차게 날아다니는 아이들의 쌍욕뿐이다.
사시사철 공원에 서 있는 나무는 이 말들을 모두 먹고 자라날 것이다. 내가 초등학생 때 과학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실험 내용은 같은 화분을 두 개 준비하여 한쪽에는 예쁘고 착한 말만 해주기, 다른 한쪽에는 욕을 비롯한 사나운 말을 해주기였다.
결과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날 만큼 놀라웠다. 같은 화분을 같은 장소에 두고 똑같이 물을 주며 키웠는데도 예쁜 말을 들은 화분이 훨씬 잘 자라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꿋꿋이 공원을 지키는 나무들을 볼 때마다 괜스레 마음이 울적하다. 식물도 말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남몰래 "고생한다"는 말을 건네고 싶기도 하다.
아이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들은 말 그대로 '아이'이니 말이다. 아이에게는 어른이 필요하고, 어른은 아이가 바른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의 생활에 무관심한 것 같다. 식당들은 줄줄이 '노키즈존(어린이 출입 금지 구역)'을 선언하고 있으며 아이들은 어른의 무관심 속에 옳고 그름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된다면 그 후대에 아이에게는 어떤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을지 걱정된다. 아니, 당장 그들 자신부터 욕 없이 원활한 사회 생활을 할 수 있을지가 두렵다.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 어른은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는 어른을 공경하는 것. 그것 하나면 더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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