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문재인과 같은 게 하나 더 늘었다 [정기수 칼럼]
文 정부 때 낙하산 홍수에는 “공수부대 출신이라 그러나?” 비아냥
아직 다 못 채운 38% 자리는 제2 김대남 용도로 남겨 놓은 건가?
기자들 기피, 아내 언행 옹호 이어 낙하산까지 문재인 따라해
보수는 낙하산 인사 같은 건 안 한다?
안 하는 줄로 알고 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믿은 사람만 바보다. 낙하산 인사를 한 권력자, 취업 기관 직종과 전공이 무관한 채로 들어간 낙하산 임원들은 그것을 당연한 정권 획득 산물로 보고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보수우파 지지자들을 바보로 만들고 순진했다고 자탄(自歎)하도록 하는 일이 최근에 급격히 늘고 있다. 이것이 그의 지지율 속락(續落)의 신호이고 실제로 작금의 수치가 그것을 증명한다.
김대남 녹취로 알게 된, 연봉 3억여 원 공공 기업 노른자위 감사 자리를 관련 경력이 없는 대통령실 3급(선임행정관)이 낙하산(落下傘)을 타고 내려와 앉은 사건은 보수우파들 얼굴을 못 들게 한다.
“좌파들이 그런다고 온갖 비아냥과 비난을 했었는데, 정권을 잡은 우리도 그러고 있었네….”라는 부끄러움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초기 진보좌파 정치인, 친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거 정부 산하 기관 임원 자리들을 점령해 들어갔다.
이 실상을 가장 열심히 파서 비판했던 야당이 손학규-안철수의 바른미래당이었다.
이 당 대변인 김정화가 당시 명언을 남겼다.
“공수부대 출신 대통령이라 낙하산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공수부대의 상징은 검정 베레모와 점프다. 점프는 전투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적진에 내려가 작전을 펴는 것을 뜻한다. 이런 부대에서 군 생활을 한 대통령이니 낙하산 인사를 그렇게 멋대로 많이 했다는 비유 논평이었다.
역대 정권들이 전리품(戰利品)으로 좌지우지해 온 공사(公社), 공단(公團), 연구원 등 수백 개 기관장 자리와 감사 같은 수천 개 임원 자리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재야 운동권 출신들이 이런 고액 월급 직장을 받아 정권 교체를 실감했었다.
문재인 정권은 더 많은 직업 정치인과 시민운동가들을 제도권의 안정된 고위직에 배치, 진보좌파 가족은 물론 그들의 친인척들을 이권으로 묶는, 그야말로 카르텔을 형성했다. 전과 4범의 친형수 쌍욕 이재명이 거의 대선에서 이길 뻔한 표의 상당 부분이 이 카르텔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진보좌파들만의 전리품 파티가 아니란 게 드러났다. ‘문재인 알박기’를 욕했던 게 바로 엊그제였는데 말이다.
문재인은 퇴임 6개월 전 공공 기관장 59명을 무더기로 임명했다. 다음 대통령이 차지할 수 없도록 미리 자리를 메워 버렸다. 신세 졌던 사람들에게 국민 세금 빨대 하나씩 나눠 주고 나간 것이다.
윤석열은 보수우파답게(?) 이런 사람들을 강제로 내쫓지 않고 임기를 기다려 왔다. 그러나 임기가 남은 자리들뿐 아니라 이미 끝난 자리 40%도 채우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대통령실이 제 밥그릇도 챙기지 못한다는 무능 비판도 받았다.
김대남 사태가 나고 보니 비로소 의문이 좀 풀린다. “아하, 봐줘야 할 사람들을 위해 그 자리를 아껴 두고 있었는데 공천권을 한동훈에게 많이 뺏기는 바람에 못 써먹었나?”라는 물음이 나온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인사권이 권력의 가장 큰 원천이다. 한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그 권력으로 공천권을 휘두른다.
김대남은 ‘서울의소리’ 이명수에게 자기가 같은 대통령실 비서관 이원모(김건희와 가까운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다)에게 용인 갑 여당 공천을 빼앗긴 보상을 연봉 3억원 대에 기사-방-비서-법카(월 470만원 사용 한도) 딸린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 감투를 자기가 직접 찍어서 요구해 받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도 그래서 뭐 여러 가지 피해를 봤지만(공천 탈락 등) 참고 기다리면서 어디 공기업이라도 가서 연봉이라도 잘 받으면서 어쨌든 다음 대권에 누가 나을 건지 예의주시해서 거기서 다시 또 올라탄다든지 그런 이제 방법 찾아야지.”
그는 총선이 끝나고 이명수와 한동훈 공격 사주(唆嗾) 통화도 한 5일 후 열린 감사 후보추천위에서 만장일치로 간단히 통과돼 취임했다. 일은 사실상 안 하고(금융을 그는 공부하지도 일하지도 않았다) 제네시스 관용차 타고 다니고 여비서가 타 준 커피 마시며 다음 대선에는 또 누구 줄을 탈찌만 연구해도 되는 자리였다.
문재인은 진보와 보수 통틀어 가장 기자회견을 적게 한 대통령이었다. 윤석열이 예상과 전혀 다르게 그의 불통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 지금까지 단 두 차례 기자들 질문을 받는 회견을 했다.
다음이 아내 옹호다. 문재인은 영부인 김정숙의 타지마할 나 홀로 전용기 관광에 대해 이렇게 궤변을 늘어놓았었다.
“(대담을 진행한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이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영부인의 첫 외교로 기록될 것’이라고 하자) 첫 외교가 아니라 첫 단독 외교다. 외국에 순방 가면 그 나라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유적이나 문화재를 30분~1시간 보는 일이 있는데, 이건 관광이 아니고 그들의 안내에 따라 브리핑받고 돌아오는, 치러야 할 외교 업무일 뿐이다.”
윤석열 역시 부인 김건희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한다는 건 이제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한동훈과 독대를 절대 안 하려 한다.
불통에 부인 방어도 모자라 낙하산 인사까지(누가 김대남에게 감사 자리를 줬든 윤석열 정부가 한 것이다), 자신의 임명권자를 따라 하고 있다는 조롱을 그는 이제 피할 수 없게 됐다. 어쩌려고 이러나?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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