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보베르데 40살 골키퍼, 스페인을 막았다
![선방쇼를 펼치며 스페인전에서 클린 시트를 달성한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 [AP=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7/joongang/20260617000403754vqcu.jpg)
16일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카보베르데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전 안팎의 시선은 본선 데뷔전을 치르는 스페인의 18세 샛별 라민 야말에 모아졌다. 그러나 90분 혈투를 마친 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영웅은 월드컵 첫 출전국 카보베르데의 40세 노장 골키퍼 보지냐였다.
이날 스페인은 무려 27차례 슈팅을 시도하고도 카보베르데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유효 슈팅(골대 안쪽으로 향한 슈팅)도 7차례 나왔지만, 모두 보지냐의 선방에 막혔다. 카보베르데는 이번 대회 첫 득점 없는 무승부를 이끌어내며 우승 후보를 상대로 값진 승점 1점을 거머쥐었다.
경기 MVP로 선정된 보지냐는 “몇 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생각난다”며 눈물을 흘렸다. 본명(조지마르 주제 에보라 디아스) 대신 그가 등록명으로 선택한 보지냐(Vozinha)는 포르투갈어로 ‘할머니’라는 뜻이다. 유년기에 ‘억울한 일이 생기면 늘 할머니에게 달려간다’며 친구들이 놀리며 붙여준 별명이다. 어릴 땐 싫어했지만, 성인이 된 후 할머니를 기리는 마음으로 유니폼에 새겼다.
과거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카보베르데는 아프리카 서쪽 해안에서 600㎞ 떨어진 대서양의 작은 섬나라다. 인구 52만명에 불과한 소국이지만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서 강호 카메룬을 승점 4점 차로 제치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보지냐는 예선 10경기에 모두 출전해 그중 7경기를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로 장식하며 조국의 사상 첫 본선행을 이끌었다.
보지냐는 축구로 성공하기 위해 포르투갈로 건너간 뒤 슬로바키아·앙골라·몰도바·키프로스 등을 전전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현재는 포르투갈 2부 샤베스 소속이다. 그는 “25세에 뒤늦게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면서 “대표팀을 그만둘까 고민했지만, 오늘 같은 날을 꿈꾸며 버텼다. 동료들이 자랑스럽다”며 기뻐했다. 늦깎이 스타 탄생에 소셜미디어(SNS)도 뜨겁게 반응했다. 당초 5만 명 수준이던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스페인전을 마친 뒤 500만 명으로 치솟았다.
카보베르데는 우승 후보 스페인을 맞아 경기 내내 수비에 치중했지만, 역습 찬스에선 과감하게 휘몰아쳤다. 슈팅 6개를 기록했고, 후반 막판 코너킥 찬스에선 결정적인 득점 기회도 만들어냈다. H조 나머지 두 팀 우루과이와 사우디의 맞대결도 1-1 무승부로 끝나 남은 일정(22일 우루과이전, 27일 사우디전) 결과에 따라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열려 있다. 보지냐는 “우리 팀은 신입이든 10년 차든 모두 하나로 똘똘 뭉쳐 있다”며 “상대를 존중하지만, 우린 놀러 온 게 아니다. 조국을 위해 싸우러 왔다”고 투지를 드러냈다.
월드컵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은 지난 2018년 러시아 대회 당시 이집트 수문장으로 나선 에삼 엘하디(45세161일)가 갖고 있다. 보지냐의 기록(40세12일)은 역대 8위에 해당한다.
이해준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부진도 저렇게까지 해?” 졸던 대치맘 정신 번쩍 든 장면 | 중앙일보
- 盧 “대통령 기분 좀 내려는데”…SK 쳐들어간 검찰의 노림수 | 중앙일보
- 먹기만 해도 근력 6배 세졌다, 치매도 막는 ‘생존왕’의 간식 | 중앙일보
- 꽁꽁 묶어 때리고, 옷 벗겨 조리돌림…‘불가촉천민’ 충격 군중재판 | 중앙일보
- 여친 성관계 영상 찍고 유포까지…‘예능 출연’ 테니스 코치 검찰 송치 | 중앙일보
- 시신 나온 공포체험 성지…“새벽마다 불빛” 주민들은 떤다[영상] | 중앙일보
- 담뱃불로 지지고, 속옷 벗겨 촬영…집단 폭행보다 더 ‘충격 한마디’ | 중앙일보
- “유명인은 신원확인 특혜?”…장원영, 공항서 ‘마스크 빼꼼’ 논란 | 중앙일보
- 명품관에 ‘삼전닉스 패스트트랙’ 등장…동탄은 22억 찍었다 | 중앙일보
- 의대생 충격 이중생활…옆집 비번 외워 여성 속옷 훔쳤다 | 중앙일보